애플·구글 파워, 웹의 기회인가 위기인가

자바스크립트-CSS 창시자들과의 대담

일반입력 :2014/10/20 08:00    수정: 2014/10/21 09:57

웹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과학 연구를 위해 태어난지 올해 25주년이다. 웹은 이제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 활동에도 깊숙하게 뿌리를 내린 하나의 문화가 됐다.

웹을 빠르게 확산시킨 기폭제는 '자바스크립트(JavaScript)'와 '캐스케이딩스타일시트(Cascading Style Sheets, CSS)'라는 2가지 기술이었다. 자바스크립트와 CSS는 각자 웹 사용자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그 스스로가 거대한 커뮤니티를 갖춘 생태계로 20년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다.

한국이 웹을 받아들인지도 이제 20년이 됐다. 이를 위해 웹 생태계의 구루들이 한국을 찾았다. CSS와 자바스크립트의 창시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자바 스크립트를 만든 브렌던 아이크(Brendan Eich) 전 모질라 최고기술책임자(CTO), CSS창시자인 하콤 비움 리(Håkon Wium Lie) 오페라소프트웨어 CTO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17일 세종대학교 '한국웹20주년기념 국제컨퍼런스'에서 마련된 좌담회에도 참석해 패널 토론 시간도 가졌다. IT평론가인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가 사회를 맡아 두 사람과 대담을 진행했다. 주요 대화 내용을 정리했다.■웹기술 '아버지'들에게 '엄마는 누구냐' 묻자…

김국현(이하 '김'): (웹이 나오고 나서 5년쯤 지나 자바스크립트와 CSS가 공개되고 발전한 과정을 물으며) 20년 전,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건가

하콤 비움 리(이하 '리'): 20년전(1994년) CERN 연구실에 있을때 HTML 코드를 보고 있었다.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와 함께 웹을 개발중이었다. 웹을 개발하며 느낀것은 웹이 잘 작동했지만 몇몇 요소들이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텍스트를 글꼴, 색깔 등으로 '프리젠테이션'하는 방법, 문자와 이미지를 함께 배치하는 등 정보를 표현하는 방법 등이 부족했다. 그래서 CSS를 제안하게 됐다.

브렌던 아이크(이하 '아이크') : 자바스크립트는 CSS보다 늦게 나왔다. 올해 5월기준으로 정확히 19주년을 맞았다. 내1995년 4월 넷스케이프에 합류해 (창립자 마크 안드레센을 포함한) 동료 2명과 함께 개발했다. 나와 동료들은 컴퓨터 전문가 아니더라도 쓸 수 있는 간단한 언어가 웹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995년 9월 넷스케이프 시험판에 '라이브스크립트(LiveScript)'란 이름으로 탑재된 언어 개발에 참여했다. 라이브스크립트는 이후 '자바스크립트'로 바뀌었다. 자바와 아무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상당한 혼란이 있기는 했지만...김: 당신들이 자바스크립트와 CSS같은 주요 웹기술의 '아버지'라 불린다면,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사람은 누굴까

리: CSS 개발을 위해 '기스베르트 보스(Gijsbert Bos)'와 협력했다. (편집자 주: 기스베르트 보스는 베르트 보스(Bert Bos)라고도 불리며, 네덜란드 출신 컴퓨터과학자로 CSS 구현 및 테스트용 브라우저 '아르고(Argo)'를 개발하고 'CSS-웹을 위한 디자인'이란 CSS 개론서를 하콤 비움 리와 공동 집필함.) 또 사용자 커뮤니티로부터 CSS 완성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CSS 초안을 1994년 10월 10일 내놨다. 사흘후 넷스케이프 브라우저가 나왔지만 CSS는 거기에 구현되지 않았다. 72시간밖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94년 10월은 CSS에겐 매우 중요한 한 달이었다. 당시만 해도 CSS는 많은 추가 작업을 필요로 하던 상황이었다. CSS에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메일링리스트가 있는데,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요한 커뮤니티다. 1990년 이후 1만7천개 메시지가 쌓여 있다. 이들 참여자가 없었다면 CSS는 오늘과 같은 모습을 갖추거나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거다.

아이크: 자바스크립트도 너무 서둘러 만들어졌다. 불과 10일 남짓한 기간에 지금의 자바스크립트에서 장단점으로 꼽을만한 것들이 만들어졌다. (넷스케이프 브라우저 보급으로 자바스크립트 확산을 거든) 마크 안드레센을 '어머니'라 불러도 될 것 같다.

하콤이 말한 것처럼 커뮤니티의 도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커뮤니티 멤버들은 자바스크립트 프로그래밍 언어에 있는 문제를 찾아내고, 부족한 요소에 대해 추가해줄 것을 요구했다. 나는 그런 요구를 최대한 빨리 수용하려고 노력했다.

김: 당신들이 자바스크립트와 CSS란 기술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었을 것 같나, 그리고 두 기술과 만나지 못한 '웹'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 것 같나

리: 웹에 개방형 표준 언어가 없었다면, 지금과 많이 다른 성격을 띠었을 거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통신사같은 상업적 회사, 한국 등의 대기업이 (웹을) 장악했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웹 생태계에) 오픈 스탠더드, 오픈소스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노르웨이 농장지대에서 사과 농사를 한 적이 있는데, (CSS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어쩌면 0과 1로 조합된 일(IT산업)이 아니라 농부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농부와 같이 컴퓨터공학자와 전혀 별개인 영역의 삶과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농업은 쉽지 않다.

아이크: (자바스크립트 개발) 당시 다니고 있던 넷스케이프는 벤처회사였다. 인터넷닷컴 '로켓'이 처음 우주로 발사된 시점이었다. 넷스케이프에서 나와 들어간 모질라에서도 자바스크립트를 개발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걸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가 있을만한 다른 영역이 있었을 거라 본다.

웹의 경우, 수천개 혁신이 가능한 개방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자바스크립트를 만들지 않았다면 그거와 비슷한 'BB스크립트'나 'MS스크립트'같은 게 만들어졌을 거다. MS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드는 능력과 플랫폼을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었다.

MS 플랫폼의 언어는 (독점 SW인) 윈도 비주얼스튜디오에서 쓰는데 웹에선 자바스크립트를 쓴다. 자바스크립트가 없었다면 MS같은 회사가 웹을 장악했을 것이다. 사실 자바스크립트 개발에 MS의 '비주얼베이직'이 영감을 줬다. 디테일을 참조한 게 아니라, 언어를 초심자 프로그래머도 쉽게 쓰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 자바스크립트나 CSS 라이브러리는 매우 많다. 대단한 생태계를 만든 셈이다. 축하드린다. 하지만 이건 사람들이 현재 자바스크립트와 CSS의 기본 기능에 답답하고 불편함을 느낀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인데, 이런 점은 불편하지 않나.

리: 라이브러리는 지루하거나 반복적 작업을 대신해 '아티스트'의 수고를 덜어 준다. 요긴한 라이브러리 기능은 CSS에 탑재하는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워킹그룹에서 그런 것처럼 (표준화 단체와 커뮤니티가) 양방향 작업을 할 수도 있다.

(과거 자바스크립트를 사용해야 했던 표현들도 지금은 CSS로 가능한 게 많아) 10년 전에 비하면 사람들이 원하는 표현을 구현하기 위해 CSS를 쓰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프로토타이핑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요즘은 라이브러리로 기능을 확장하려면 그냥 혼자 쓰면 된다. 예전엔 그걸 위해 많은 사람을 설득해야 했다.

아이크: (많은 라이브러리는 자바스크립트의) 광범위한 성공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표준은 (그걸 확장하는 라이브러리와 함께) 항상 공동 진화 체제를 갖춰야 한다. 혼자 경직되거나 도태돼선 안된다. 개발자요구를 반영해야하고 계속 나아져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 플랫폼을 만든것처럼 이 플랫폼에선 이런 방법으로만 해야한다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애플을 나쁘게만 말하는건 아니지만, 애플 플랫폼은 매우 통제되고 협의적인 플랫폼이다. 효율적인 환경이지만, 웹은 그런식으로 되지 않는다. (발전이) 더 개방적으로 이뤄져야한다.

■애플-구글발 웹 생태계 위협?

김: 애플 얘기가 나온김에…애플과 구글이 웹 개방성을 강화시켜준건 사실인 것 같다. (브라우저를 탑재한 스마트폰 확산으로 데스크톱에서 많이 쓰이던) 플러그인을 사라지게 했다든지. 그런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면서 웹에 대한 기존 개발자의 관심도 흡수해버렸다. 구글과 애플(플랫폼)에 치우친 개발자들 관심은 웹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어떻게 봐야할까

리: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애플은 휴대폰에 다양한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한다. 이것을 쓰기 위해 앱 개발자들이 구글이나 애플과 '계약서'를 쓰고(편집자 주: 앱 장터 개발자 프로그램 등록을 뜻함) 뭘 만드는 게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웹으로 구성하는 경험을 이런 (모바일 앱 생태계같은) 독점 세상에 묶이게 하면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웹의 미래가 상업적인 기업에 장악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걸 원치는 않을 것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웹 기술로 앱을 대체할 방법을 주제로한 세션도 준비됐다. 당장 실현되진 않겠지만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아이크: (위험이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나는 웹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난 구글과 애플이 웹을 버렸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들은 웹에 많은 혁신을 가져왔다. 혼재된 이해가 섞여 있다. 대형 벤더만 웹을 주도할 순 없다. 네이티브 기술과 웹이 혼용된 페이스북 앱만 보더라도. 웹은 앱, 네이티브 시스템과 함께 성장할 것이다. 물론 그러려면 많은 개발자의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한다.

김: CSS와 자바스크립트의 한계를 고쳐보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두드러진다. 명시적으로 구글 언어 '다트(Dart)'가 궁극적으로 자바스크립트 지위를 빼앗으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이크: 다트는 원래 '대시(Dash)'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 자바스크립트를 대체하려는 언어로 구글 언어를 표방했다. 그런데 구글은 입장을 바꿔 자바스크립트 컴파일(변환)을 하겠다, 다트는 (자바스크립트 역할을 대신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훌륭한 언어다, 다른 브라우저에도 쓰이길 원한다고 말한다.

이건 구글이 현실을 보는거라 생각한다. 자바스크립트를 없애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생물 진화 과정에)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안에 들어왔듯, 지금 와서 이를 바꿀 수 없다. 그냥 품은 채로 진화를 하는거다. 다트 역시 자바스크립트의 진화나 혁명을 돕거나 함께 해나갈 수는 있지만, 대체는 불가능하다.

리: CSS도 다른 언어가 대체하진 못 할거다.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서로 다른 기술을 다루는 공학자들 사이에서 (기술 언어간의) 긴장은 항상 있었다. CSS에 대해서도 많은 이론적 접근이 있지만, 향후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한다고 본다.

미래엔 CSS도 '컴파일' 될 거다. 선호하는 문법이 있을 거고, 다른 네이티브 CSS로 전환될 수도 있을 거다. 이것도 시간이 오래 흘러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웹은 500년 이상 유지될 것이다. 지금 작성한 HTML, CSS, 자바스크립트 코드가 500년 뒤에도 계속 읽힐 거란 얘기다.

김: 웹의 '공유'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들이 현대 '컴퓨팅'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자바스크립트같은 기술의 활용 분야가 (성능개선을 위한 asm.js 같은 아이디어로) 컴퓨팅에 치중하다보면 접근성 강화를 비롯한 웹의 근본 철학에서 멀어지는 게 아닐까

리: 난 텍스트에디터로 CSS 코드를 직접 쓴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CSS는 사람들이 내용을 쓰고 읽을 수 있고, 텍스트와 이미지의 기초적인 표현 언어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언어와 그걸 위한 라이브러리는 양자택일 관계에 있는 게 아니다. 함께 활용해 나가는 것이다.

아이크: 나는 500년 앞을 내다보기는 어려운데, 1천년 쯤 미래는 어떨까? (좌중 웃음) 하콤의 의견에 동의한다. 자바스크립트는 살아있는 언어로, 사람이 손으로 코드를 쓸 수 있는 언어라 생각한다. 대중적인 기반 언어가 되길 원하고, 많은 사람들이 쓰길 원한다.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와 비교해 보면 자바스크립트는 계속 성장 중이라 생각한다.

김: 좀 그런 질문일지 모르겠는데, 두 사람이 각자 애용하는 라이브러리는 뭐가 있나

리: 슬라이드를 만들 때 쓰는 라이브러리가 있다. 이름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굉장히 좋다. 그 기능을 CSS 표준에 포함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실제로 그걸 표준화하려면 해당 안건이 위원회를 통과해야 하고, 테스트와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쉽진 않은 과정이다.

아이크: 리빌(Reveal.js)이라는 프리젠테이션용 라이브러리를 쓴다. 자바스크립트는 핵심 부분만 표준화하고, 라이브러리를 통해 개발자들이 빨리 작업을 수행케 하는 게 좋다. 개발자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표준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새로운 라이브러리가 나오면 과거 라이브러리는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리: 라이브러리를 많이 쓰는데 호버링(hovering, 편집자 주 : 웹페이지 구성요소 중 마우스 커서를 올렸을 때와 같이 초점이 맞춰진 상태를 가리킴) 개념이 유용했다. 자바스크립트를 안 쓰고 CSS 코드만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졌다. 과거 자바스크립트로 구현된 뒤 CSS에 들어간 기능 사례다.

아이크: 웹의 진화에 대해, 'extensiblewebmanifesto.org'라는 사이트에 가 보면 이런 논의가 있다. 표준을 최소한으로만 유지하면 됐지, 너무 많은 라이브러리를 다 표준화할 필요는 없다는 얘길 한다. 더 많은 개발자가 빨리 구현하길 원하는 부분을 직접 작게 만드는 게 났다는 생각인데, 매우 공감된다.

리: 그런 웹기술에 대한 확장가능성(extensibility) 논의에는 오해 소지가 다소 있다. 내가 타이포그래피 쪽 일을 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요즘도 웹은 CSS 요소를 대부분 라인, 컬럼, 페이지 형태만으로 사용한다. 그 이외 것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요소가 지금의 CSS엔 빠져 있다.

■CSS-자바스크립트의 긴장관계?

김: 예전엔 (웹 애니메이션같은) 자바스크립트로만 가능했던 기능을 이제 CSS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경우가 생겼는데, 이렇게 CSS와 자바스크립트의 역할 중첩을 어떻게 봐야 할까

리: 언어는 경우에 따라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다. 일반 프로그램이 웹에 오면 자바스크립트와 경쟁하게 된다. 웹에서의 프로그래밍이 쉽다고 하는 얘기는 CSS보단 자바스크립트 덕분이다.

이와 별개로 간단히 퍼블리싱 작업을 하기 위한 기반은 CSS가 유용하다. 구현된 값과 속성 설정에 익숙하면 자바스크립트 없이도 결과물을 낼수 있다. 프로그래밍은 더 편리할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인류의 90%가 아니라 1%정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에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흔하진 않기 때문에, CSS가 (규모의 경쟁에선) 승리할 것 같다. (좌중 웃음)

아이크: 동의한다. CSS는 프리젠테이션과 퍼블리싱에 유용하다. 자바스크립트는 혁신적인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언어다. 트위터가 (프론트엔드 구현용 라이브러리로) 내놓은 '부트스트랩'처럼 많은 이들이 (시각적인 표현을 위해) 자바스크립트를 쓰지 않고 CSS 기능을 활용하는 추세다.

김: 당신들의 2가지 기술이 열린 웹 생태계를 20년간 키워 왔는데, 더 중요한 앞으로의 시대에 가장 큰 위협은 뭐가 될 것이라 생각하나

리: 어떤 기업이 (표준) 개발을 다 장악해 버리는 것. 애플과 구글은 지금도 (표준화 과정에서의 영향력이) 굉장히 막강하다. 그런데 오픈스탠다드가 규칙이 아닌 세계에 살고 싶진 않다. 개방형 표준의 관점에서 지난 2005년 최대 위협은 (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한) MS였는데, 이런 위협은 계속 변화하며 대두될 것이다.

오픈 커뮤니티가 더 강해져야 한다. 정부나 규제당국의 노력으로는 (독점 환경을) 이길 수 없다. 열정을 갖춘 사람들이 개방형 웹 커뮤니티를 든든히 지원하며, 즐겁게 일해야 한다. 웹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어떤 거래 동의서 작성같은 게 필요치 않은 공간이기에 훨씬 더 중요하다.

아이크: OS기반(네이티브) 앱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웹에 많은 도전과제가 생겼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나와 발표할 때, (모바일 사파리에) CSS3 표준의 '라운디드코너'나 '애니메이션 트랜지션'을 위해 CSS를 활용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웹을 잘 쓰게 된 건 좋은 일이고 앞으로 더 많이 이뤄져야 할 현상이다.

내가 우려하는 부분은 상업적인 기업이 독점 기술의 하위구조에 CSS와 자바스크립트를 가져간다든지, 계정, 인증서, 보안, 이런 부분을 독점하는 게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분이 자신의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쉽지 않다. 데이터가 언제나 클라우드 서비스에 수집되고 있어서다. 이는 작은 기술보다는 큰 시스템의 문제다.

김: 한국에선 일상생활을 순수한 웹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은데, 두 사람이 만일 오늘부터 한국에서 살기로 결정했다면 어떻게 하고 싶겠나

리: 아직도 한국에서 일상적인 웹 활용을 위해 IE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기술적으론 선두권에 있는 나라인데, 때론 액티브X처럼 (도입이) 너무 앞서나간 게 아닌가 할 때가 있다. 난 이걸 고치려고 노력할 것 같다. 여러분 중에도 그런 활동가가 많을 것 같다.

아이크: 안드로이드나 iOS같은 스마트폰엔 액티브X같은 게 없다고 보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한국의 인증서나 액티브X가 사라질 거라고들 전망하는데, 한국이 그런 기존 환경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내 생각보다 좀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 내가 한국에 산다면 IE를 사용해야 될 것 같다. 하지만 웹의 발전을 위해선 계속 노력할 것이다.

김: 당신들이 여기 와 계신, 개발자를 비롯해 웹 업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참석자들과 입장을 바꿔 보자…오늘 당장 웹 생태계에서의 경력을 시작하는 입장이라면 많은 생각이 들텐데, 당장 뭐부터 시작할 것 같나

리: 일단 기초를 다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HTML을 15분동안 공부할 거다. 그리고 45분동안 CSS 기초를 익힐 거다. 그럼 1시간 정도 공부를 한 거다. (아이크를 보면서) 자바스크립트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는데?

아이크: '열흘' 걸린다. (편집자 주 : 자신이 자바스크립트 개발에 들인 기간 정도를 지칭한 유머) (좌중 웃음)

리: 그 뒤 500년 동안은 편히 일할 수 있다. 좀 진지하게 말하자면, 반드시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HTTP, URL, 특히 HTML(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가 실제로 만든 3가지 기술)을 다 이해해야 한다. '앱'도 연구해 볼 것 같다. 특정 기업이 독점한 구조는 따르지 않겠지만.

즉 앱을 만들겠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접해보게 할 수 있는 웹 기반의 방법을 찾을 것 같다. 웹은 아이폰같은 최신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도 피처폰, 모바일폰, 인터넷카페 컴퓨터 등으로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다. 미국 서부나 내가 사는 노르웨이에 국한하지 않는다.

웹을 지칭하는 표현 앞에 '월드와이드'가 붙는 이유는, 그게 이제껏 웹이 해온 일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웹으로 활용 가능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전세계에서 통용된다. 진정한 세계적 범주에서 퍼져나가는 건 웹 뿐이다. 산업화된 선진국뿐아니라 어디서든 쓰인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도 계속 열린다.

아이크: 내 이력을 되짚어 보면 과거 베이직, 하스켈, C 프로그래머가 인기있었다. 지금은 자바스크립트도 많이 쓰는데 파이썬, 루비도 있고, C++도 (진화를 거듭해) 세번째, 네번째 삶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폰 프로그래밍에도 많이 쓰인다. 더 '제너럴리스트'가 되라고 조언하겠다.

특정 분야만 파고드는 게 아니라 다양한 언어를 배우길 권한다. 그리고 배포와 컨트롤 시스템뿐 아니라 다른 시스템도 알아야 한다. 이런 다방면의 지식을 공유하는 개발자들의 수가 엄청나다. 과거 어느때보다 많다. 앞서 얘기한 (커뮤니티의) 공동의 진화는 프로그래밍을 시작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지금은 내가 배우기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책을 살 필요도 없이 지식을 구할 수 있다.

김: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한국과 관련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한국분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오페라소프트웨어 본사 소재지인 노르웨이를 포함해 북구 스칸디나비안 지역의 (웹 분야) 경쟁력이 크다면, 그런 스칸디나비안의 강점이 한국에 시사할바가 있을까

리: 오페라 창립한 1995년에 난 거기없었지만, 강력했다. 더이상은 아니지만, 노키아나 에릭슨같은 휴대폰 개발사들도 경쟁력이 있었다. 똑똑한 사람이 많고, 그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다수 구현됐다. 하지만 이제 많은 개발은 미국 서부에서 주도한다. 지금은 그게 '혁신의 자석'처럼 작용하고 있고, 성공적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이게 세계 각지로 분산됐으면 한다. 삼성, LG같은 제조사를 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로, 균형잡힌 분포가 이뤄졌으면 한다.

웹과 관련된 기술 대부분이 CERN에서 개발됐다. 팀 버너스 리도 당시 연구소 컴퓨터서비스랩의 여러 연구진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당시 웹을 개발했을 땐 오늘날처럼 퍼져나가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여러분들도 그런 (자신이 만든 기술 결과물이 널리 확산되는) 기회를 누리기 바란다. 웹은 전세계 누구에게든 그런 기반이 돼 줄거라 생각한다.

아이크: 나는 삼성과 개인적으로 일한 적이 있고, LG도 모질라와 (파이어폭스OS 단말기로) 협력 관계에 있다. 이제 미국 서부에 많은 순수한 소프트웨어 회사들도 (벤처 창업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오늘날 소프트웨어로 성공을 거두려면 미국 서부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구글은 스탠포드에서, 페이스북은 하버드에서 시작했다. 소프트웨어는 예술, 과학 같은 거다. 하드웨어식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여러분에겐 순수한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많은 '이니셔티브'를 해보길 권한다.

김: 마지막으로 웹개발자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아이크: 자바스크립트에 투자하시라.

리: 가능할 경우엔, CSS를 쓰시라. (좌중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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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한국에 웹이 도입된지 20주년 되는 해인데, 좌담회를 마치며 앞으로 500주년이 될 때를 위해 만세를 외쳐보자. 만세~

리&아이크 : (사회자의 행동을 보고 머뭇거리다가 통역을 듣고 난 뒤) 만세~ (좌중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