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말고 해외선 왜 보조금 논란이 없나

[긴급진단]단통법 보름, 무엇이 문제였나③

일반입력 :2014/10/17 08:37    수정: 2014/10/17 08:44

이재운 기자

199달러(16GB 모델 기준). 한화로 21만2천원이 채 되지 않는 이 금액은 애플이 아이폰6를 처음 공개하면서 밝힌 2년 약정 기준 미국 내 판매가격이다.

아이폰6 16GB 모델의 국내 출고가가 80만원대 초반 정도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기준으로 볼때 아이폰6에 적용되는 보조금은 약 60만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애플이 다른 제조사와 달리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동통신사가 이 정도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다.

일본에서는 같은 아이폰6 제품을 신규가입 시 2년 약정 조건에 아예 공짜로 판매한다. 기기변경 조건으로도 10만원대 초반 가격이면 구매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70~80만원에 달한다.

해외에서는 단말기 구매 시 제공되는 보조금에 대한 논란이 거의 없다. 미국은 업계 자율에 맡긴 결과 모두가 풍부한 보조금을 받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은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를 분리하는 정책으로 실리를 챙겼다. 일괄적 규제보다는 자연스러운 시장 해법을 택한 것이다.

시장 질서에 맡긴 미국, 모두가 높은 보조금을 누리다미국의 경우 보조금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버라이즌은 상반기 갤럭시S5와 HTC 원 M8 등에 대해 2년 약정 조건으로 1대 구매시 1대를 무료로 증정하는 1+1 행사를 진행했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4의 경우 버라이즌은 요금제에 상관없이 400달러(약 42만5천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한국처럼 요금제 등에 따른 복잡한 요소 없이 일괄적으로 같은 보조금을 제공한다. 다만 월 할부 구매 시에는 데이터 사용량 조건(데이터 플랜)에 따라 추가 요금 할인을 제공한다.

제조사·통신사 분리한 유럽·일본, 소비자 선택권 다양화

유럽에서는 국내 기존 상황과 마찬가지로 요금제나 약정조건 등에 따라 특정 단말기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국내의 기존 체계와 다른 점은 제조사가 이동통신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또 제조사가 지급하는 판매장려금과 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분리돼 있어 소비자는 약정을 조건으로 통신사 판매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기간에 구애 받지 않는 대신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 기기만 구매하는 이른바 ‘언락폰(Unlock Phone)’ 중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포마텔레콤스앤미디어는 유럽 주요 이동통신사업자인 보다폰과 오투 등이 할부 프로그램을 다양화 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조금을 대체하고 있다며 “더 이상 ‘무료’ 단말기를 제공하기에는 아이폰과 같은 고가 제품의 등장으로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일본은 다소 독특한 양상이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보다는 차별화된 전용 단말기 확보나 제조사로부터 공급가 자체를 낮추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샤프와 함께 최근 베젤(화면 테두리)을 거의 없애다시피 한 ‘제로베젤(Zero Bezel)’ 스마트폰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을 완전히 분리하는 정부 정책을 취하면서 보조금 경쟁이 완화됐다는 것이 업계와 외신들의 전언이다.

이는 오히려 사용자들이 더 오랜 기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존 보조금 제도 하에서는 평균적인 단말기 사용기간이 20개월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제도 변경 후에는 36개월까지 늘어났다.

다만 아이폰 시리즈처럼 인기가 높은 특정 제품에 한해서는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고 시장 자율에 맡겨두고 있다.

일괄 규제 정답 아냐...시장질서에 맞는 해법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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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 봤을 때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보조금에 대한 논란이 없는 이유는 다소 나뉜다. 미국에서는 요금제에 상관없이 40만원 이상의 상당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보조금 차별 논란을 없앤 반면, 유럽과 일본은 단말기 유통을 이동통신사로부터 분리시켜 무분별한 보조금 대신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 문제를 해결했다.

공통적인 부분은 역시 정부의 강제적 규제가 아닌 시장질서 속 자연스러운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이다. 관련 업계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설득력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등 관련 업계도 이에 맞춰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