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대형 가맹점 확보 가능할까?

미온적인 카드사 태도에 확산 어려움

일반입력 :2014/10/14 16:07

손경호 기자

한국판 페이팔, 알리페이를 표방하는 간편결제가 좀더 대중화되려면 대형 전자상거래 서비스들로까지 확산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간편결제는 액티브X 기반 플러그인을 설치하지 않고, 신용카드 정보를 한번만 저장하면 아이디, 비밀번호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공인인증서를 쓰지 않고 번거로운 입력절차 없이도 결제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간편결제를 도입한 가맹점이 많지 않아 사용자들이 편리성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간편결제 시장, 아직은 활용도 낮아

최근 들어 LG CNS 엠페이 기술을 채택한 카카오페이, LG유플러스 페이나우 플러스, 페이게이트 금액인증4.0 등 새로운 간편결제가 잇따라 등장했다.

8월 페이나우 플러스를 선보인 LG유플러스는 현재 배달통, 반디앤루니스, 위메프박스 등을 포함해 10만여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셜커머스, 오픈마켓쪽에서 대형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여러 전자상거래 회사들을 만나면서 간편결제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LG CNS 엠페이가 적용된 카카오페이는 주요 카드사들이 도입한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일반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온라인 결제를 접하는 지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까지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GS숍,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CJ오쇼핑, 홈플러스, 교보문고 등을 포함해 18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페이게이트 금액인증4.0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카드사들과만 협력을 하고 있어 국내 카드 사용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알라딘에서만 이 결제 방식을 활용한 결제가 가능하다.

간편결제 시스템을 개발 중인 한국사이버결제(KCP)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페이나우 플러스 등이 등장하면서 간편결제가 이슈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편하다고 해서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간편결제 활성화, 신용카드사가 관건

문제는 키를 쥐고 있는 카드사들이 여전히 새로운 결제 방식을 대대적으로 도입하기를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 관계자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들이 카카오페이를 활용하도록 허용한 것은 여기에 적용된 엠페이라는 결제방식이 카드 정보나 비밀번호를 따로 저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엠페이는 사용자 스마트폰과 가맹점 서버 양쪽에 카드 정보 일부를 각각 저장해 실제 거래가 이뤄질 때 만 이러한 정보를 조합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 카드사들은 간편결제를 제공하고 있는 PG사들의 서버에 자사 고객 카드정보나 비밀번호가 저장된다는 점에 대해 보안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보안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사, PG사 중 어느 쪽이 책임져야할지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카드 결제 정보를 활용해 고객들의 구매패턴 등을 파악하기 위한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는 상황에서 주요 영업정보에 해당하는 사항을 PG사들에게 쉽게 내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라고 전했다.

■PG사 보안 가이드라인 등장에도 확산여부 불투명

이달 초 여신금융협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G사가 PCI-DSS 인증이나 이에 준하는 자체적인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할 것을 요구하는 가이드 라인을 마련했다. PCI-DSS는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JCB 등이 공동 운영하고 있는 카드산업 보안 표준이다. 국내에서는 PG사 중 페이게이트가 PCI-DSS 인증을 받았다.

이에 더해 여신금융협회는 보안사고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PG사의 재무 기준 자기자본 400억원 이상, 순부채 비율 200% 이하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PG사들 중 절반 가량이 이러한 재무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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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국내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회사들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방식의 결제 도입은 카드사들에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지마켓, 11번가 등 주요 오픈마켓은 카드결제를 위해 안심결제(ISP), 안심클릭, 스마트폰과 연동한 앱카드 등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마켓 관계자는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점이 개선되면 좋겠지만 금융권쪽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을 그대로 얹어서 사용할 뿐이라고 말했다. 쿠팡측 역시 아직은 간편결제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