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맹' 맺은 삼성-MS, 왜 싸우나

'노키아 휴대폰 부문 인수' 견해차…거액 로열티도 변수

일반입력 :2014/10/06 10:56    수정: 2015/02/10 10:2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굳건했던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MS)간의 ‘7년 동맹’은 왜 맥없이 무너진걸까? MS가 비즈니스 파트너인 삼성을 전격 제소하면서 한 동안 잠잠하던 IT 시장에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법정 공방이 서서히 열기를 더해가면서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두 회사간 라이선스 계약 내용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삼성이 MS에 지불한 로열티 규모다. MS가 지난 3일 미국 뉴욕남부지역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2013 회계연도(2012년 7월~2013년 6월)에 삼성이 지불한 라이선스 비용 규모가 10억 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MS가 이번 소송을 통해 삼성에게 미지급 이자 700만 달러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됐다.

특히 삼성과 MS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오는 2018년까지 6월말까지 7년 동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두 회사가 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된 걸까?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MS가 8월초와 지난 3일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MS가 삼성을 제소한 것은 지난 8월1일이었다. 당시 MS는 미국 뉴욕남부지역법원에 삼성을 제소하면서 공세를 시작했다. 물론 MS와 삼성 간의 법정 공방은 최근 2차 소송 배심원 평결이 마무리된 삼성-애플 간 특허 소송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엄밀히 말해 MS와 삼성 간의 소송은 ‘계약 위반’이 핵심 쟁점이다.

MS가 비즈니스 파트너 삼성을 제소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2차 회계연도분(2012년 7월~2013년 6월) 로열티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 지급. 8월초 공개된 MS의 법원 제출 문건에는 구체적인 로열티 액수와 이자 요구액이 블라인드 처리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는 구체적인 액수가 그대로 공개됐다. 삼성이 크로스라이선스 계약 2차 회계연도에 총 10억 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MS는 이번 소송에서 로열티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 약 700만 달러를 줄 것을 요구했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삼성과 MS간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던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두 회사는 2011년 9월28일 특허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MS의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7월1일부터 소급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차 연도는 별 문제 없이 넘어갔다. 삼성은 안드로이드 한 대당 일정액씩 MS에 지불했다. 물론 양사는 대당 로열티가 어느 수준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는 2차 연도 로열티 정산 과정에서 발생했다. 여기서부터는 MS가 법정에 제출한 문건을 그대로 요약한다. 삼성은 2013년 중반 2차 연도 판매 대수를 토대로 한 로열티 액수를 MS 측에 통보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삼성이 이 때 MS에 통보한 로열티 금액은 10억 달러다.

MS도 삼성이 통보한 로열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대로 지급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상황. 그런데 그 사이에 변수가 생겼다. 2013년 9월 3일 MS가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 부문을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

MS측에 따르면 노키아 인수 발표 이후 삼성이 ‘라이선스 계약 위반’이라면서 로열티 지급을 거부했다. 공방을 벌이던 삼성은 2013년 11월29일 2차 연도 로열티를 MS에 지급했다.

이번 소송에서 MS가 삼성에 요구한 것은 로열티 지급일을 넘긴 이자까지 정산해달라는 것이다. 그게 약 699만 달러다.

여기끼지만 보면 살짝 이해가 안 된다. 연간 10억 달러 규모 로열티를 주고 받는 파트너가 이자 700만 달러 때문에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두 회사 공방의 진짜 이슈는 다른 곳에 있다. ‘노키아 인수’란 돌발 변수가 MS와 삼성 간의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에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이냐는 부분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삼성은 MS의 노키아 인수가 양도금지 조항(anti assignment provision) 위반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도금지 조항이란 두 당사자간 계약으로 체결한 권리를 제3자에게 자유롭게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MS는 이번 소송에서 크게 두 가지 확정 판결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는 삼성과 MS가 2011년 체결한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이 노키아 자산에도 적용이 된다는 부분을 명확히 해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신들이 노키아를 인수했다는 것을 이유로 삼성이 라이선스 계약을 일방 종료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다시 말해 노키아 인수는 ‘양도금지 조항’ 위반이 아니란 확정 판결을 해달라는 것이 MS의 요구다.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역시 MS가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MS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노키아를 인수한 이후에 MS가 만들거나 판매한 스마트폰은 라이선스 계약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MS 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 쪽 주장이다.

무슨 얘기인가? 두 회사가 2011년 체결한 계약은 ‘크로스 라이선스’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당시 계약으로 MS 역시 윈도폰을 만들 때 삼성 특허권, 특히 표준특허권을 사실상 무상에 가깝게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삼성 쪽 주장대로라면 2013년 9월 이후 MS에 출시한 제품은 ‘특허 무단 도용’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 MS 입장에선 확실한 ‘선언적 판결’을 받아놓지 않을 경우 삼성으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MS가 이번 소송에서 공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노키아 인수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맺은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확정판결이다. MS 입장에선 자칫 특허 침해 시비가 될 싹을 미리 잘라버리기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고 봐야 한다.

MS가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크게 두 가지 사실이 공개됐다. 우선 삼성이 MS에 지불한 로열티 규모가 10억 달러로 생각보다는 많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향후 두 회사가 본격적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더라도 쉽게 해결점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계약 기간 도중 성사된 MS의 노키아 인수란 변수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MS는 삼성과 맺은 계약은 지난 해 인수한 노키아 자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양도금지조항’을 위반했으니 계약을 파기하더라도 문제될 것 없다는 것. 물론 삼성은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적은 없다. 현재로선 MS가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추론할 수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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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입장에선 “노키아 인수란 변수를 알았다면 계약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을 충분히 할 수도 있다. 반면 MS는 “삼성과 라이선스 계약 체결하기 훨씬 전에 이미 노키아와 전략적 제휴를 했다”고 맞설 가능성이 많다.

어쨌든 이번 싸움은 삼성이나 MS 모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이슈다. 특히 2011년 크로스라이선스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삼성 입장에선 특히 이번 소송이 중요하다. 연간 10억 달러를 웃도는 로열티는 삼성이 애플과 1차 소송 때 ‘징벌적 제재’에 가까운 벌금을 부과받았을 때 액수와 맞먹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