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클라우드, 필요 없어진다"…왜?

한국오라클 김근 부사장 인터뷰

일반입력 :2014/10/02 16:24    수정: 2014/10/02 16:29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프라이빗과 퍼블릭 클라우드를 효과적으로 조합해 쓰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 내부용으로만 쓰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의 효용성은 한시적일 수 있다는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오라클 김근 부사장도 클라우드 시장은 결국, 퍼블릭 클라우드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는 쪽이다.

많은 사람들이 프라이빗과 퍼블릭 (클라우드) 공존을 예측하는데,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완전한 클라우드 시대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결국 클라우드 시장은 퍼블릭클라우드의 싸움으로 수렴할 것이란게 그의 예상이다.

오라클은 자사 하드웨어와 SW를 긴밀하게 통합한 엔지니어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사는 오라클 엔지니어드시스템으로 직접 프라이빗클라우드를 구축할 수 있지만 오라클 퍼블릭클라우드를 써도 효과는 같다. 이게 입증되면 기업들은 번거롭게 직접 장비를 사서 클라우드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퍼블릭클라우드만 써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오라클 본사의 경우 몇년째 프라이빗과 퍼블릭을 아우르는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을 펼쳐왔다. 사업의 한 축인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놓고 결국 불필요해 질 것이란 언급까지 할 이유가 있었을까.

한국오라클에서 김 부사장이 맡고 있는 역할에 힌트가 있다.

그는 현재 한국오라클에서 오라클파트너네트워크(OPN)라는 파트너 정책 프로그램을 총괄한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이 불필요해진다는 그의 발언도 국내 파트너를 향한 한국오라클의 메시지로 보면 수긍이 간다.

오라클은 지난 2009년부터 퍼블릭과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모두 공략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서비스형 인프라(IaaS), 플랫폼(PaaS), 소프트웨어(SaaS)를 아우르는 클라우드 구축 기술을 모두 내재화했다고 주장한다.

올해 들어서는 SaaS 로드맵 및 전략을 내놓고 파트너 영입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시스코 '인터클라우드'나 HP '헬리온'처럼 거대 클라우드 비전을 내건 경쟁사와 생태계 경쟁하는 그림이다.

본사가 세계 각지에서 전문성을 갖춘 협력사를 끌어들이기에 나선 만큼, 파트너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경쟁사와의 차별화 요소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오라클이 줄곧 강조해 온 '자체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클라우드'가 바로 그것이다.

엔지니어드시스템은 오라클 하드웨어(HW)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와 퓨전 애플리케이션, 자바 플랫폼과 프로그래밍 언어, 오라클 리눅스나 솔라리스같은 자체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SW)가 버무려져 만들어졌다.

언뜻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시한부 선고를 내리는 듯한 김 부사장의 발언은 '오라클 클라우드'으면 충분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핵심은 오라클 엔지니어드 시스템에 기반한 SaaS다. SaaS를 돌리는 인프라 자체가 다른 서비스 업체와는 수준이 다르다는 얘기다.

퍼블릭과 프라이빗 솔루션을 같은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곳(벤더)은 현재 오라클밖에 없다.오라클 SaaS의 가장 두드러진 강점이다.

오라클은 엔지니어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형 플랫폼(PaaS), 서비스형 인프라(IaaS) 3가지 구축 솔루션을 갖췄고, 이는 단일 플랫폼인 만큼 고객과 파트너에게 시스템통합(SI) 코딩이나 기술지원 측면에서 쉽고 편리하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단일 플랫폼이지만 고객이 원하는 이기종 애플리케이션과 OS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어, 고객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김 부사장은 오라클 클라우드 경쟁력을 이렇게 정리했다.

오라클 클라우드 제품들은 당장 시장 넘버원은 아니지만, SaaS, PaaS, IaaS, 3가지 솔루션 다 갖췄고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을 이루는 통합시스템과 관련한 기술력은 넘버원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가장 큰 장점이다.

시스코와 HP가 파트너들에게 제시한 클라우드 사업과 파트너 프로그램 내용은 아직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클라우드를 부르짖는 오라클 OPN 전략도 비슷한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오라클은 2년전 새 OPN으로 파트너 역할을 세분화했다. 내용별로 소개꾼(Referrer), 재판매상(Resaler), 구축업자(CloudBuilder), 독립소프트웨어개발사(ISV), 도입자문가(RapidStart)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기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파트너들은 '구축업자', '재판매상'으로 기존 제품 공급과 기술지원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 오라클 SaaS 클라우드에 초점을 맞춘 '소개꾼', '도입자문가', 'ISV'는 새 파트너로 활약이 가능하다.

김 부사장은 파트너 정책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가능한 여러 업체들이 오라클과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클라우드 시장 움직임에 따라 파트너 생태계도 격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트너들에게) 실제 트렌드가 가시화하면 변화는 한순간이다. 지금 한창 준비한다고 해도 성과를 바로 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나 손 놓고 있다가 대응하면 아예 늦어 버린다. 솔직히 클라우드 시대가 오면 오라클과의 파트너십을 유지 가능한 곳은 반도 안 될 것 같다.

물론 오라클은 파트너이 클라우드 시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이다. 전보다 오라클 SaaS에 대한 교육 비중을 늘렸고, 주입식 프로그램보다는 실제 제품 사용 기회를 주는 '파트너익스피리언스'를 운영하는 식으로 바꾸고 있다.

클라우드 제품 공급에 다른 인센티브 체계도 정비 중이다. 특히 SaaS의 경우, 가입형 서비스인만큼 제품과 사후지원 댓가를 구별하지 않고 구매비용이 할부 형태를 띤다는 점이 파트너 보상에 반영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과거 어떤 설치형 오라클 제품을 3년간 사용료로 100만원에 샀다면 여기엔 유지보수 등 지원료 50만원이 제외돼 있는 건데, 동일 기능을 가진 SaaS를 3년간 쓴다면 1년에 33만원씩 3년에 걸쳐 나눠 내고 50만원의 기술지원 비용을 따로 부담할 필요도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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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오라클 클라우드 파트너 입장에선 설치형 제품을 공급한 경우보다 SaaS 제품을 공급하는 게 재무적으로 안정성이 높고 고객에게 가격 효용이 높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파트너들이 경쟁사 제품보다 오라클 클라우드 제품을 공급하는 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이 김근 부사장의 구상이다.

사실 3년간 100만원짜리를 유지보수료 없이 할부 제공하면 1년에 33만원이 아니라 40만원을 받아도 좋을 것이다. (초기 공급 가격에 묶여 제품 마진 폭을 정당하게 늘릴 수 있는) 이런 점을 고객이나 파트너들이 아직 잘 모른다. 이런 세부적인 부분에 (인센티브 체계 등) 대응하는 게 중요하고, 앞으로 구체화해야 할 여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