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보조금'…스마트폰 시장 급냉 우려

제조사, 중저가 제품으로 다변화 전략 예상

일반입력 :2014/10/01 15:54    수정: 2014/10/01 16:26

송주영 기자

단말기유통 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단말기 보조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보조금 빙하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거 고가 프리미엄 일변도에서 중저가폰 중심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추가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1일 단말기 유통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과거 40~50만원에 육박했던 보조금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보조금 빙하기’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이동통신 3사의 '갤럭시노트4' 보조금은 10만원 안팎으로, 이는 정부가 정한 보조금 상한선인 27만원과 비교해도 한참 미달하는 액수다.

최신폰이 비싸다면 보조금 상한 제한을 받지 않는 출시 후 15개월 이상 된 중고 스마트폰을 찾을 수도 있지만, 이들 단말기에 붙는 보조금도 최대 30만원 수준이어서 과거보다 20~30만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한결같이 보조금 제한이 스마트폰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보지만 그 폭이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하루, 이틀 더 시장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실어 파이키우던 시절 끝나

삼성전자는 단말기유통법 첫날, 아예 입을 닫았다. 삼성전자가 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난달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의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이 사장은 갤럭시노트4 국내 공개 행사장에서 “국내 상황은 잘 알 것이고 해외에서도 움직임이 있어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며 “일시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시장의 수요를 창출해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통법을 시행하는 정부의 입장을 의식해 애둘러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단통법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이통사의 보조금은 신형 스마트폰 수요 창출에 큰 공헌을 해왔다. 제조사, 통신사 모두 단기간에 보조금을 투하하며 신규 단말기 수요를 집중적으로 끌어올리는 식의 마케팅 전략을 펼쳐왔다.그러나 관련업계는 앞으로는 이같은 보조금 경쟁구도가 서비스, 스마트폰 차별화 경쟁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은 축소되겠지만 더 건전한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이제야 (국내) 시장이 제대로 되고 있다”며 “마케팅 비용이 아닌 제품, 서비스 경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장 쏠린다?

국내 제조사들은 해외 신흥시장을 겨냥하며 이미 지난해부터 중저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프리미엄폰의 선호도가 높아 해외 전략을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층은 사양이나 기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출고가가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을 찾을 것이란 판단이다. 제조사의 스마트폰 제품 다변화가 단통법이 시행되는 국내 시장상황과 맞아 떨어지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 시장으로 급격히 쏠릴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 이외에 중저가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70만원대 출고가에 디자인을 강화한 갤럭시알파를 출시한 바 있다. 중저가 브랜드인 갤럭시A 시리즈도 선보일 전망이다.

갤럭시A 시리즈는 디스플레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사양은 S시리즈에 비해 떨어지지만 가격은 최저 30만~40만원선에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전자도 파생상품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49만9400원 출고가의 G3비트 이후 보급형인 G3비스타, G3스타일러스 등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39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와인스마트 등 폴더형 효도폰도 내놨다. 노년층부터 젊은층까지 다양한 가격, 신제품으로 폭넓게 공략하고 있다.

■팬택, 이통사 공급재개 물꼬 트이나

최근 활로가 막힌 팬택에 단통법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팬택은 지난 6월 이동통신사가 보유한 팬택 채권을 출자전환하라는 문제가 불거진 이후 판로가 막혔다. 이통사가 팬택에 다시 손을 내미는데 단통법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삼성, LG전자의 중저가폰 외에도 제품 다변화가 절실하다. 최근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통신사를 통해 정식으로 출시한 제품은 없다. 중국폰은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검증이 덜 끝났다는 의미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팬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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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는 제한적인 보조금만 지급할 수 있어 제조사와의 출고가 협의가 더욱 중요해졌다. 삼성, LG전자 양사만으로는 협의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다. 상대적으로 협상하기 더 쉬운 팬택을 끌어들여 출고가를 낮추면서 삼성, LG전자와의 협상력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팬택과 통신사의 제품 공급 재개 협상은 최근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팬택과 통신사의 협의가 꽤 진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달 안에 제품 공급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