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스팀 비상, 게임 등급제 무엇이 문제일까?

일반입력 :2014/09/30 11:21    수정: 2014/09/30 11:23

박소연 기자

지난달 페이스북 게임들이 일제히 서비스를 종료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스팀을 걸고넘어지면서 게임 등급분류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30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건의 중심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이하 게임등급위)가 시행하는 게임 등급분류제도가 있다.

지난 2006년 제정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서 서비스 될 게임들은 게임위와 게임등급위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등급분류는 게임 등급분류를 신청하면 각 기관 소속 전문위원이 사행성과 폭력성, 선정성, 반사회성, 언어 등 5가지 기준에 따라 게임의 등급을 결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PC게임 기준 심의수수료 36만원을 지불해야 하며 심의에는 평균 9일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에 해당하는 PC온라인 및 비디오콘솔의 등급분류는 민간기관인 게임등급위가, 그 외 아케이드나 모바일 게임 및 청소년이용불가에 해당하는 PC온라인과 비디오콘솔의 등급분류는 게임위가 담당한다.

단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은 예외로, 오픈마켓 운영자의 자율등급분류를 허용한다.

문제는 게임 서비스 플랫폼, 등급 등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국내 서비스 게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해외 게임사에 대한 규정도 없다. 두 사태가 벌어진 이유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26일 페이스북 게임들의 국내 서비스를 일제히 중단했다. 게임등급위가 온라인과 모바일 양쪽에서 즐길 수 있는 페이스북 게임을 온라인게임으로 보면서 등급분류를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자체 게임 플랫폼에 올라가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PC와 모바일 양쪽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때문에 모바일 게임으로 페이스북 게임을 보면 오픈마켓의 자체 등급분류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지만, PC 게임으로 페이스북 게임을 볼 경우 게임등급위의 등급분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모두 플레이 가능한 멀티플랫폼 게임이 이미 오래전 등장했음에도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판단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페이스북 게임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의 대부분이 별도의 국내 지사 없이 글로벌 서비스에 국내를 포함시키고 있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게임 등급분류를 받기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을 한 법인 사업자여야하기 때문이다.

박주선 의원이 지난 29일 지적하고 나선 스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 의원은 스팀이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공식한글화 서비스 게임 138개 중 60개(43.5%)만 등급분류를 받았다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박 의원은 “미국, 유럽, 독일, 일본 등에서는 등급분류를 받으면서 한국정부의 등급분류를 받지 않겠다는 스팀사의 이중플레이는 한국 법체계만 무시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공식 한글화된 게임 서비스의 경우, 관련법이 똑같이 적용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에 대한 차별로 작용하게 된다. 등급분류가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만큼,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스팀은 해외 게임업체 밸브코퍼레이션이 운영하고 있는 게임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 세계 이용자가 온라인으로 게임을 구매해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오픈마켓이다. 밸브는 자율적인 심의와 등급분류로 스팀 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들을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게임이 유통되는 스팀의 서버가 해외에 있으며, 해당 게임에 책임이 있는 게임사가 해외 법인으로 현재 국내 제도가 어떠한 강제성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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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게임위는 스팀을 모니터링 해 등급분류가 필요한 게임을 스팀에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제적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해외 게임사가 복잡한 국내법에 따라 등급분류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업체 관계자는 “스팀 문제는 이미 몇 년 전 지적됐지만 아직까지도 제도적인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제도가 개선됐더라면 페이스북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게임 산업은 변화하고 있는데 제도 개선은 전혀 진행하지 않으면서 업체만 탓하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