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아마존 勢 확장에 한국은 한숨만

“지금까지 경쟁 환경과 비교조차 안 될 것”

일반입력 :2014/09/22 10:43    수정: 2014/09/22 10:43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으며 성공적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가운데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최근 미국 아마존이 한국에서 전자상거래·디지털콘텐츠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인력을 채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데 이어, 중국 알리바바가 아마존뿐 아니라 페이스북 시가총액까지 넘으면서 국내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연말까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둘러싼 불합리한 규제들을 개선하는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선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선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국내 시장에 직접 들어올 경우 “지금까지 부딪쳤던 경쟁 환경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는 주당 공모가 68달러보다 38% 높은 93.89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알리바바가 이번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은 무려 22조7천억원으로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기록이다 첫 날 주가 상승폭까지 계산하면 알리바바의 시가총액(2천314억달러)은 아마존(1천500달러), 페이스북(1천939억달러)를 추월했다. 특히 국내 굴지의 IT기업인 삼성전자 시가총액(2천88억달러)까지 단숨에 제쳐 국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일각에서는 알리바바의 복잡한 지배구조 탓에 시장의 지나친 기대심리를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 알리바바는 증권가 전문가들이 1년 목표가로 제시했던 90달러를 뛰어넘으며 투자 열기를 입증했다.

알리바바그룹은 B2C 인터넷쇼핑몰 티몰과 오픈마켓 ‘타오바오’, B2B 서비스 알리바바닷컴 등을 운영 중이다. 또 이 회사는 제3자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서비스 중인데, 알리페이가 지난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무려 48.7%에 달했다. 또 전세계 사용자 수도 약 8억2천 명에 달하는 등 높은 시장 장악력을 보였다.

아직 국내 시장의 직접 진출 계획은 없지만 이미 알리바바는 간접적으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국내 기업인 심플렉스인터넷 카페24와 손 잡과 중국 B2B 마켓 ‘글로벌 티몰’에 입점하는 업체에게 보증금 및 연회비를 면제해 주는 방식으로 자국 내 마켓을 키우고 있다. 또 한국무역협회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B2B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페이도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얼마 전 한국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통해 중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국제결제사업 계획을 밝혔다. 한국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온라인 결제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알리페이와 제휴한 롯데면세점의 거래 규모도 하루 약 3억원에 이르는 등 알리페이와 손잡으려는 국내 결제업체들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는 향후 알리페이의 한국 시장 직접 진출도 수순으로 보고 있다.

알리바바뿐 아니라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위협하는 기업은 다양한 상품과 빠른 배송, 그리고 간편결제 시스템을 자랑하는 아마존이다.

이미 국내 오픈마켓·소셜커머스 등 전자상거래 관련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아마존의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막강한 자본력과 탄탄한 인지도를 기반으로 들어오게 될 아마존에 맞서 국내 기업들이 내세울 경쟁력이 많지 않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

소셜커머스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선두를 선점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만큼 인지도를 탄탄히 갖추고, 더 많은 투자금을 확보해야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체력싸움에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995년 온라인 서적을 유통하며 사업을 늘려온 아마존은 인터넷 성장과 함께 커왔으며, 지난해 매출은 740억달러(77조원)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한국 마케팅팀 인력을 공개 채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기존 한국 아마존은 기업에 서버와 스토리지 등을 임대해주는 클라우드 사업만 진행 중이었으나, 향후에는 전자상거래 사업을 비롯해 전자책 서비스 등도 국내에서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유진 위메프 실장은 지난달 열린 ‘지디넷코리아임팩트 2014’에서 “내년이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회사들이 국내에 들어올 텐데 지금까지 부딪혀왔던 경쟁 환경과는 비교조차 어렵다”면서 “품목을 늘려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모바일 환경에 보다 잘 대응함으로써 고객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는 게 해외 거대 사업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이베이(G마켓·옥션), 그루폰(티몬) 등 해외 자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 개혁이 뒤늦게 이뤄지더라도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망으로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할 경우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세력이 확장되면서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 동안 공인인증서, 액티브X 사용 등으로 국내 전자상거래 및 결제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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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미래창조과학부는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건의 받은 과제와 추가적인 규제, 불합리한 관행을 조사 및 발굴해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오늘 오전 ‘전자상거래 규제개선 TF' 착수회의도 열기로 했다.

미래부 윤종록 2차관은 “그동안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 분야의 규제개선은 국민과 기업의 눈높이에 못 미친 것이 사실”이라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규제를 혁신하고 전 세계인이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