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두 종류의 갤노트4를 준비했나

애플 대화면 추격 따돌리려는 플랜B 가동

일반입력 :2014/09/04 07:06    수정: 2014/09/04 12:22

봉성창

동양에서는 4를 죽음을 의미하는 한자와 발음이 같다 하여 불길하게 여기지만, 그리스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다. 1부터 4까지 합해 10이라는 완전수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4를 성스러운 수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도 4라는 수는 나름대로 상징성을 가진다. 같은 이름으로 플래그십 제품을 네 번이나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꾸준히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샤오미, 메이주 등 중국 업체를 제외하고 정식 넘버링 4를 붙인 스마트폰을 내놓은 기업은 아직 애플과 삼성 뿐이다.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스마트폰은 갤럭시S 시리즈다. 그러나 실제로 삼성전자를 가장 돋보이게 만든 스마트폰은 바로 노트 시리즈다.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인 애플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성공을 거둔 제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갤럭시노트4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5인치 이상의 큰 화면으로 폰과 태블릿의 중간 형태인 패블릿 시장을 개척한 만큼,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이제는 다른 경쟁 제품과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S5가 전작과 비교해 새로운 것이 없다는 이유로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점에서 부담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갤럭시S5 부진의 연장선상에서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도 책임져야 할 상황이다.

갤럭시노트4는 절대 실패해서는 안되는 스마트폰

삼성전자 신작 스마트폰을 이야기하면서 하드웨어를 빼놓을 수 없다. 갤럭시노트4가 전작과 비교해 하드웨어 적인 측면에서 달라진 점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보다 나은 성능을 가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QHD 해상도를 구현하는 AMOLED 디스플레이, 광학실 손떨림 방지(OIS) 및 와이드 셀카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 LTE CAT.6, 2048단계 필압으로 업그레이드 된 S펜이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전작인 갤노트3와 거의 유사하지만 메탈 프레임으로 테두리를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또한 강력한 부분 화면캡쳐 기능인 스마트셀렉트, 카메라와 펜을 조합해 메모가 가능한 스냅노트 등 UX적인 측면에서도 몇 가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발표된 내용으로만 놓고 볼 때 갤럭시노트4는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취해온 신제품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단 모든 면에서 최고 사양을 갖췄다. 다만 그것이 새롭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예전과 달리 경쟁사에 선수를 뺏겼다는 것 때문이다. 스냅드래곤 805 AP나 QHD, 광학식 손떨림 방지 등은 이미 LG전자를 비롯한 다른 경쟁업체에서 내놓은 신제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 사양이다.

단, S펜의 업그레이드는 확실히 고무적이다. 여전히 필압을 인식하는 전용 펜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경쟁업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노트만의 강력한 무기다. 업그레이드 시점이기도 했고, 노트 사용자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아직 써보지는 못했지만 필기감이 한층 더 나아졌을것으로 예상된다. 필압이 더욱 세밀해진 만큼 필기감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반응 속도 역시 더욱 빨라졌는가도 관전 포인트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갤노트4를 준비하면서 다소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 최고 사양 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일 뿐이고, 디자인은 자동차로 따지면 페이스 리프트 수준이다. 선도제품으로서 패블릿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느낌은 다소 부족하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앞서 나열한 몇 가지 이유로 인해 갤노트4는 삼성전자가 절대 실패해서는 안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만약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갤럭시노트 엣지를 갤럭시노트 정식 후속작으로 출시했다면, 대중들이 그 도전정신에는 박수를 보낼 지 몰라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갤럭시 엣지의 커브드 디스플레이 디자인은 분명 참신하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갤럭시노트 엣지는 ‘플랜B’

갤럭시노트 엣지는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기술의 미래를 보여준 제품이다. 과거에도 갤럭시 라운드나 LG전자 G 플렉스와 같은 프로토 타입에 가까운 제품이 있었지만, 이만큼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활용성을 잘 보여주지는 못했다.

갤럭시노트 엣지의 우측 모서리 디스플레이는 확장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스마트폰 화면을 아래로 놓아도 전화나 메시지 수신 확인이 가능하다. 더 이상 케이스 커버 위에 창을 낼 필요도 없다. 갤럭시 엣지에 한정되더라도 여분의 공간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을 기대해 볼만 하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낙하 충격에 따른 파손 가능성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 판매가 이뤄져 사용자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그냥 보기에는 충격에 더욱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화면이 파손된다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댓가 역시 결코 적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디자인 역시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충분히 혁신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실제 구매자들이 그냥 네모 반듯한 화면을 선호할 수 있다.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 엣지의 가격차가 많이 난다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측면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갤럭시노트 엣지는 모든 기능이나 사양은 갤럭시노트4와 동일하다. 설계 구조상 배터리 용량이 약간 적을 뿐이다. 사실상 이 제품도 갤럭시노트4나 다름 없다는 이야기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놨다. 만약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수율 문제같은 변수만 없다면 삼성전자는 시장 반응을 봐가며 생산량을 조절할 공산이 높다. 실제로 국내 액세서리 업체 관계자들은 발표 직전까지 갤럭시노트4의 본격적인 양산이 이뤄지지 않아서 금형을 구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정확한 금형이 있어야 케이스나 보호필름을 만든다.

꽃놀이패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패블릿 선도 제품인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이제 시험대에 섰다. 무엇보다 최대 경쟁사인 애플에서 더 커진 화면을 채택한 아이폰6가 공개를 앞두고 있고, 심지어 갤노트 시리즈와 크기가 유사한 5.5인치 화면의 아이폰 에어(가칭)까지 나올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제 패블릿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본격적인 진검승부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진짜 우려해야 하는 부분은 애플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 반응이다. 대화면 패블릿 시장은 이제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새로 꺼내든 커브드 디스플레이 카드가 새로운 시장 수요를 창출하고 패블릿 트랜드를 이끌기에는 아직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아이폰에 대한 요구가 거세졌을때 애플은 아이폰5S와 함께 아이폰5C를 발표했고, 결과는 그리 썩 좋지 못했다. 기대받는 기업이 두 가지 전략 제품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는 좋은 선례로 남았다.

삼성전자도 이를 모를리 없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엣지가 좀 더 시장반응이 좋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생산량을 늘릴 것이고, 반대라면 갤럭시노트4를 그대로 끌고나가는 전략이 좀 더 설득력 있다. 여기에 브랜드 인지도, 마케팅 능력, 전 세계 유통 장악력을 감안하면 어떤 제품으로 성적표를 받아들더라도 삼성전자의 기대치는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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