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고수의 길…다양한 전문가 인증제들

MVP, 에이스, 챔피언 칭호를 달고 사는 사람들

일반입력 :2014/08/26 18:02    수정: 2014/08/27 14:59

상용 IT솔루션 분야에는 전문가 혹으로 고수로 불리는 저명인사가 있다. 자신의 이름에 MVP, 에이스, 챔피언 같은 단어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이다. IT벤더 직원은 아니지만, 그 회사 제품과 기술에 해박하고 지식과 경험을 나눠주는 전문가다.

미국의 대형 IT솔루션 회사는 자격증 외 별도 전문가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 에반젤리스트를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어왔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의 전문가 인증프로그램이 유명하다.

MS MVP, 오라클 에이스 등의 프로그램은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시스코, VM웨어, EMC, IBM 같은 회사도 나름의 전문가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특정 과정을 거쳐 획득하는 자격증이거나 한국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

가장 활발히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MS MVP다. 한국MS에 MVP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전담팀이 있고, 전세계적으로 MS MVP는 4천명 가량 있는데, 이중 110여명이 한국인이다. 13년 동안 꾸준하고 밀도있게 운영돼온 만큼 탄탄한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MS MVP를 거쳐간 한국 사람도 수백명에 달한다.

오라클 에이스도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전담 매니저는 없고, 6명의 오라클 에이스가 한국에 존재한다. 하지만, 오라클 에이스는 전세계에 500여명만 있으며, 그 신망이 높다.

MS MVP와 오라클 에이스는 타인이나 자신 스스로 추천을 통해 후보자로 오르고, 실력과 커뮤니티 활동을 검증받아 명예를 얻게 된다. 아마도 이 점이 일반적인 자격증 보유자와 MVP, 에이스의 지위를 가르는 부분일 것이다.

두 회사 프로그램이 여타 IT자격증 제도와 다른 건 교육자로서 지위를 요청한다는 데 있다. 두 회사 모두 커뮤니티 게시판과 블로그, 기고 등의 활동을 얼마나 활발히 했느냐를 가장 중점적으로 검증한다. 실력을 갖춘 건 물론이고 타인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려는 의지를 가졌느냐를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MS와 오라클 제품 사용자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도움을 주는 존재다.

사실 MS와 오라클이 MVP와 에이스에게 물질적으로 주는 혜택은 거의 없다. MS MVP의 경우 MSDN 서브스크립션을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물질적 혜택이다. MS MVP로 선정되면 3년간 MS 기술지원, MVP 커뮤니티 질의, 신제품 출시 전후 피드백 전달, 연례 MVP 글로벌서밋 참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MS는 MVP로 선정된 사람에게 인증메일을 보내면서, 동시에 그 인물의 재직회사 경영진에게도 메일을 보낸다. 직원이 MS에게 공인받은 전문가란 걸 경영진에게 알려줌으로써 MVP의 사내 입지를 높이는 효과를 준다.

표면적 혜택보다 무형의 가치가 더 크다. 일단 MVP란 자격증으로써 자신의 이력사항으로 활용해 취업이나 연봉 등에서 유리하다. MS가 홈페이지에 MVP 명단과 개인별 신원을 공지하므로 공신력을 자연스레 얻게 된다. MS 내부 직원을 만나기 쉬워진다는 점도 혜택이다. MVP란 이름만으로 MS 시애틀본사의 핵심 개발임원을 만났다는 국내 개발자의 사례가 종종 나온다. 사회관계망이 글로벌한 네트워크로 일거에 확대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사업을 할 경우 세계적인 MS MVP의 도움을 받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

MVP는 매년 자격을 갱신한다.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거나,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MVP 자격을 잃는다. 이 작업이 매년 계속되므로, MVP 수는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고, 전체적인 MVP 집단의 평판을 유지하게 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MVP 리드를 맡고 있는 이소영 부장은 “MVP 추천에 대한 1차 리뷰를 각 지역그룹 MVP 리드가 해 승인, 거절을 결정하고, 이를 통과한 사람은 본사의 비즈니스그룹에서 리뷰를 한다”며 “그리고 각 비즈니스그룹의 프로덕트그룹이 3차 리뷰를 해서 선정을 최종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 제품과 지역별로 안배를 위해 약간의 운도 따라야 한다”며 “그와 함께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인성이다”라고 말했다.

MS가 MVP를 운영하는 이유는 확실하다. 80여개에 달하는 제품의 수많은 소비자를 MS 내부 인력만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윈도, 오피스, SQL서버, 애저, X박스 같은 제품마다 실력있는 외부 전문가에게 MS를 대신해 광범위한 對고객서비스를 하도록 위임하는 것으로, 롱테일을 챙기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MS는 또한, MVP들의 피드백을 받아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버그와 에러를 찾아 수정한다. 특히 MS 제품의 로컬라이제이션에서 MVP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경우 한글화 작업에서 MVP들의 역할이 크며 핵심 기능에 대한 피드백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후문이다. MS 각 지사별로 사회공헌활동(CSR)을 할 때도 MVP가 동참하는데, 이 이유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오라클의 에이스 프로그램 운영은 한국MS와 비교하면 활발하지 않다. 국내에 오라클DB나 자바 관련 개발자와 운영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다. 오라클 자체적으로도 한동안 에이스 프로그램을 소수 중심으로 운영했다. 그런만큼, 에이스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09년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에이스 프로그램도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오라클 에이스는 ‘에이스 어소시에이트-에이스-에이스 디렉터(Driretor)’ 란 3등급(Tier)으로 이뤄진다. 에이스 어소시에이트는 12개월 동안 활동하면 에이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등급으로, 올해 만들어졌다. 에이스 디렉터는 에이스 가운데서도 특출난 역량을 인정받은 사람에게 주어진다.

한국인 오라클 에이스는 2005년 처음 나왔고 최근에는 한국인 최초의 에이스 디렉터가 솔라리스 분야에서 나왔다.

공식적으로 오라클테크놀로지네트워크(OTN) 홈페이지의 에이스 명단에 이름과 연락처가 게시된다. 이력서에 오라클 에이스란 표기를 한다면, 사실여부를 인터넷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컨퍼런스나 세미나 발표를 에이스 자격으로 할 수 있고, OTN에서 중요 조언자로 활동하는 권위를 갖게 된다. 에이스만을 위한 별도의 활동에 참가할 수도 있다.

에이스 디렉터가 되면 정기적으로 오라클 본사의 제품 개발계획 및 진행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을 수 있으며,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에이스 디렉터 간에 개별적으로 질의답변을 주고 받는 기회도 얻는다.

에이스 자격을 받으려면 OTN의 회원에게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왕이면 기존 에이스의 추천을 받으면 더 좋다. 한국오라클이 추천과 심사 과정에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오라클도 매년 에이스들의 자격을 심사해 갱신한다.

에이스 자격을 얻기까지 가장 큰 난관은 언어다. OTN 게시판 답변이나 서적 출판, 논문 기고 등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이 글로벌하게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인 오라클 에이스가 다수 나오지 못했던 건 영어란 장벽도 한몫 했다.

단, 기본적인 문장구사능력보다 제품과 기술에 대한 이해 수준이 주된 판단근거인 만큼 커뮤니티에서 명성을 얻기 위해선 왕성한 활동량이 우선된다. 한국오라클의 최윤석 전무는 “한국의 IT 종사자 대부분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소스코드나 기술 어휘는 이미 영어인 만큼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활발히 활동해 실력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라클 에이스의 역할도 MS MVP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라클 사용자들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란다. 오라클은 MS와 달리 권위에 더 많은 의미를 두는 듯하다. 희소가치를 유지하면서 에이스의 높은 권위를 조율하고 있다. 아무나 될 수 없다는 인식을 줌으로써 커뮤니티와 사용자 사이에서 더 센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MVP나 에이스의 경우 공식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육성되는 실력자가 아니다. 시작이야 어떤 식이었든 스스로 노력으로 실력을 쌓았다는 점을 차후에 인정받는 것이다. 이는 유명무실해진 수많은 IT자격증과 다른 차원의 힘을 갖는다. 자격증을 취득한 뒤 기업에 취업해 실력을 쌓아가는 것과 반대다.

최윤석 한국오라클 전무는 “여러 IT자격증 제도가 있지만, 에이스가 되는 것이 더 확실하게 실력에 대한 신뢰를 얻는 길”이라며 “더 많은 한국인이 오라클 에이스에 이름을 올리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MVP나 에이스는 해당 분야의 유명인사가 되는 길이다. 그러나 특정 IT제품의 유명인사란 것에 대해 반발감을 가질 수도 있다. 만약 MVP나 에이스인 인물이 명성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면, 그 권위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도 있다. 프로그램의 품질관리에 대한 부분이다.

이소영 한국MS 부장은 “MVP가 지켜야 하는 행동수칙이 매우 상세하게 마련돼 운영되고 있다”며 “그중 하나가 품위유지로 저속한 언어를 쓰거나, 남을 도용하거나, 언어적으로 음해하는 식으로 커뮤니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 경고를 주거나 MVP 자격을 박탈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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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SQL서버 MVP로 13년째 활동중인는 씨퀄로의 김정선 대표컨설턴트는 “활동을 하면서 내가 과연 이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반문하고 긴장을 많이 한다”며 “기술을 다루지만, 결국 사람의 일이고, 인간관계로 확장되는 부분이라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론 그렇게 생각지 않는데, 나를 잘 모르는 분들은 연예인처럼 여겨 공인으로써 책임감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외부의 평가와 비판 받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 만큼 내 활동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점점 더 겸손해지려 노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