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폰 구하려 안드로이드에 올라탄 MS

같은 하드웨어 디자인에 복수OS 구동 지원

일반입력 :2014/08/25 17:38    수정: 2014/08/26 16:51

황치규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 전략에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변변치 못한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경쟁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진하게 풍긴다.

변화의 핵심은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기존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디자인에 윈도폰을 쉽게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MS는 윈도폰8.1을 수정했다. 그러자 하드웨어 업체도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다.

HTC가 최근 발표한 윈도폰용 HTC 원(One) M8이 대표적인 사례다. 윈도폰용 HTC 원 M8은 간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OS를 윈도폰으로 바꾼 개념이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MS의 대런 레이번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윈도폰용 HTC 원 M8 발표후 가진 인터뷰에서 HTC같은 기기 제조 업체들이 기존 엔지니어링 투자를 활용하면서 실질적인 대안을 제공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SW가 차별화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MS의 행보를 보면 제조 업체들이 윈도폰 기반 제품을 내놓는데 들어가는 품과 돈을 크게 줄여주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MS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마이너 모바일 플랫폼에 머물고 있는 윈도폰을 키우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윈도폰 OS는 지난 몇년간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MS가 나름 한다고 했음에도 여전히 마이너 플랫폼이다. 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2014년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윈도폰 점유율은 2.5%에 불과했다.

윈도폰의 부진은 하드웨어 업체들이 안드로이드 만큼 밀어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하드웨어 업체들도 할말이 있다.

윈도폰을 내놓으려면 인력과 마케팅 비용을 별도로 투입해야 하는데, 쓰는 사람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적극 나서기는 애매하다는 것이다.

MS가 이번에 들고 나온 전술은 이런 패턴을 깨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레티클 리서치의 로스 로빈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상적으로 MS는 HTC, 삼성전자 등이 윈도폰 전용 디자인을 만들어주기를 원하지만 이제 현실을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씨넷에 따르면 MS는 HTC가 협력하기전부터 윈도폰을 다양한 하드웨어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도록 수정하기 시작했다. 제조 업체는 기존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디자인을 살짝만 손보면 윈도폰을 탑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것은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에게는 합리적이다. 안드로이드와 윈도폰용 레퍼런스 디자인을 모두 운영하고 마케팅 예산도 각각 투입해야 하는 것은 하드웨어 업체 입장에선 부담스런 일이다. 삼성전자나 애플같은 공룡 기업과 싸우는 HTC와 같은 회사들은 특히 그렇다.

씨넷은 HTC는 기존 원 시리즈 브랜드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하나의 하드웨어 디자인에 안드로이드와 윈도폰을 탑재해 마케팅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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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아메리카의 제이슨 맥켄지 사장은 윈도폰용 HTC 원 M8은 어떤 절충없이 복수 운영체제를 간판 기기에 넣은 첫번째 스마트폰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윈도폰 기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개발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HTC가 제공하는 플래그십 제품은 모두 안드로이드 기반이었다. 그럼에도 맥켄지 사장은 윈도폰을 내놓은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점유율이 2.5%에 불과하더라도 안드로이드의 대안으로 갖고 있는건 현명한 전술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스마트폰 회사들도 HTC와 유사한 전략을 들고 나올지는 확실치 않다. 외신에선 LG전자가 윈도폰 기반 스마트폰 시장에 조만간 컴백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