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 前 BJ 구속…불법도박 홍보

“수차례 영구제재 풀어준 게 화근”

일반입력 :2014/08/22 15:02    수정: 2014/08/22 15:09

한 인터넷 방송에서 인기 BJ로 활약하던 조모㉔씨가 팬들을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로 유인하는 대가로 억대의 배팅금을 챙기다 경찰에 의해 구속됐다.

조씨는 과거에도 수차례 방송에서 사고를 일으켜 해당 사이트로부터 여러 번의 경고와 이용제재를 당했지만, 결국 다시 방송에 재개해 범죄까지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이 몇 차례 영구정지를 풀어줬던 게 화근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익산경찰서는 아프리카TV(대표 서수길)에서 ‘리니지’ 방송으로 인기를 끌던 조모 씨를 체포했다. 아프리카TV 개인방송에서 불법 인터넷 사이트를 팬들에게 홍보하고 뒤로 배팅금 일부를 챙긴 혐의다.

조씨는 올 1월 중국에 서버를 준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방송에서 도박 장면을 보여주고 사이트를 홍보해주면 그 대가로 배팅금의 2%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그는 수천 명의 실시간 시청자 수를 자랑하는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해당 불법 도박 사이트를 간접 홍보했고 회원들을 유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하루 평균 400여 명이 이 사이트에 접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챙긴 1억원 이상의 수당으로 조씨는 고급 외제차량을 할부로 구입하고, 수차례 해외여행을 즐기는 등 유흥을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북 익산경찰서는 오늘 도박개장 혐의로 조씨를 구속하고, 입금 받은 290억원을 사이버머니로 충전해준 허모㊼씨 수배령을 내렸다. 경찰은 또 도박자 63명과 대포통장 양도자 등 7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처럼 조씨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의 제안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아프리카TV의 부실한 운영 정책도 한몫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그는 과거에도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특정인의 신상을 털고 개인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사생활을 침해해 제재를 당한 경험이 있다. 또 해외 채팅 방송을 중계하다 성기 노출 장면을 방송해 영구정지 조치를 받은 전례도 있다.

하지만 이 때마다 아프리카TV는 영구정지 등 강경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가도 “고의성이 증명되지 않았다”, “제3자에 의한 노출 사고다”,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 등의 이유를 들어 제재 수위를 낮추고 솜방망이 처벌로 끝냈다.

특히 지난해 아프리카TV는 ‘광복절 특사’라는 이벤트를 열어 영구정지 당했던 조 씨의 방송 재개를 허용하는 등 결국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홍보라는 중범죄를 저지르는 단초를 제공했다. 업계는 만약 과거에 받은 영구정지 상태가 지속됐더라면 아프리카TV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홍보해주고 뒷돈을 챙기는 범죄로까지 이어지기 힘들었을 거라는 시각이다.

관련기사

더욱이 지난해 광복절특사 이벤트로 영구정지가 풀린 BJ 철구도 올 4월 아동 학대 논란으로 또 다시 영구정지를 당한 바 있어 회사의 허술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몇 달 전 조씨를 관련 문제로 최종 영구제재 조치했지만 과거 여러 차례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아프리카TV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아프리카TV가 중립적인 플랫폼이다 보니 악용되는 사례가 있는 건 맞다”면서 “앞으로 애매한 심의들과 정책들을 바로 잡고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 문제 재발을 막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