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臺에 밀려 UHD 패널 길을 잃다

고비용과 완벽주의의 늪에서 허우적

일반입력 :2014/08/06 15:52    수정: 2014/08/07 12:02

이재운 기자

일본이 4K UHD 해상도 패널 시장에서 길을 잃었다. 한국 업체의 선전과 대만 업체의 파고들기에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TV 시장에서 UHD TV에 대한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과 중국, 대만 패널 제조사들이 점차 4K UHD 패널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패널 제조사들이 정한 4K 패널 출하량 목표치는 2천만대다. 이 중 삼성전자와 LG전자가 610만대를 구입해 전체의 약 30%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TCL, 하이얼 등 중국 세트 제조사 6곳이 약 730만대를 구매할 것으로 예상돼 지역적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한국-대만이 양분한 시장, 일본 설자리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부분의 물량을 내부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조달한다. 중국 세트 제조사들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대만 이노룩스와 AUO, 중국 차이나스타 등에서 패널을 공급 받을 계획이다. 일본 제조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에서 현재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형 패널 제조사는 샤프다. 샤프는 자사가 만드는 UHD TV에 50%를 공급하고 샤프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 물량의 2%를 맡고 있다. 샤프의 패널 구매 목표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니와 샤프, 도시바 등 일본계 세트 제조사의 전체 4K TV패널 올해 연간 구매량은 250만대 수준으로 파악됐다. 전체 시장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샤프는 심지어 같은 일본계 세트 제조사인 소니와 도시바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다. 소니는 LG디스플레이와 AUO에서 대부분의 물량을 받고 있고 이노룩스 물량을 일부 채택했다. 도시바도 대만 업체인 이노룩스와 AUO에서만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고질적인 일본식 제조업 구조의 한계 '고비용-완벽주의'

여기에는 일본식 제조업 문화의 고질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샤프가 비록 일부 제품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나, 수율이 높지 않거나 개발 비용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등 고비용 구조 속에서 양산을 진행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게다가 고급형 제품 시장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의 선전이, 저가형 제품에서는 대만과 중국계 업체가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샤프를 비롯한 일본계 업체가 갈 길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기에 소니 등 일본계 세트 제조사가 실적 압박 속에 비용 절감에 나선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샤프는 삼성전자에 일부 초대형 패널에 대해서만 한정적인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다카하시 고조 샤프 대표이사가 취임을 맞아 이재용 부회장과 윤부근 CE사업부장 사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나 공급 확대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샤프가 가진 일부 경쟁력 있는 기술에 대해 삼성전자가 투자하고 있는 셈”이라며 “일본의 대형 디스플레이 제조는 기술력만 가지고 사실상 명맥만 잇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까지 표현했다.최근의 상황을 돌아봐도 일본은 사실상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하고 중소형 특화 제품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일본 주요 디스플레이 관련 제조사는 합작을 통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전문 제조사인 JOLED를 내년 1월 설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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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LED에는 소니와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JDI), 일본산업혁신기구(INCJ)가 참여해 모바일 기기에 주로 탑재되는 중소형 패널과 플렉서블 제품에 주력할 계획이다. UHD 방송 표준을 선도하는 일본이 막상 하드웨어에서는 쓴 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소니와 파나소닉은 공동으로 추진하던 OLED TV 개발 사업을 백지화하고 독자적으로 개발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사실상 사업 보류를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나친 완벽주의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 일본 제조업계의 한계를 보인 사례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