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회사가 디지털마케팅에 주목하는 이유

지니네트웍스 이동범 대표 인터뷰

일반입력 :2014/08/03 13:21    수정: 2014/08/04 08:48

손경호 기자

국내 보안업계에서 사고는 계속 터지는데 정작 보안시장 자체는 커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여전히 실적향상이 최우선인 기업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는 보안은 투자보다는 비용에 가깝다는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는 탓이다.

왠만한 기업, 기관에 보안 솔루션이 안 들어간 곳이 없고 유지보수나 솔루션 업그레이드 외에 새로운 시장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보안업체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이 역시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보안 시장 성장을 위한 새로운 DNA로 '디지털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지니네트웍스가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기존 무선 네트워크 접속 제어(NAC) 기술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매장 분석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안양에서 이동범 지니네트웍스 대표를 만나 이례적인 행보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안사업을 잘 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보안회사이지만 공공, 금융, 대기업만 봐서는 더이상 시장을 확대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그래서 의류매장, 프랜차이즈 전문점, 대형마트, 호텔 등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고민하다보니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고민 끝에 나온 산물이 오프라인 매장 분석서비스인 '왓츠업(waasup)'이다. 왓츠업은 중소 오프라인 매장에 와이파이 무선랜 기능을 가진 액세스포인트(AP)와 함께 지니네트웍스가 가진 NAC 기반 센서를 올린 기기를 임대해 주는 서비스다. 기존 세콤, 에스원과 같이 월별, 연간 임대비를 받는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쇼핑을 즐기거나 햄버거 세트 시켜 먹을 때,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 연결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지니네트웍스가 제공하는 왓츠업을 통해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면 손님들이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분석하고, 별다른 앱을 깔지 않아도 맞춤형 쿠폰 정보를 보여주는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폰을 주는 수많은 앱을 깔더라도 정작 5% 정도만 실제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전조사도 서비스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NAC이 가진 보안 기능을 수면 아래에 숨겨놓고, 오프라인 매장 입장에서는 좋은 매출증대수단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애플은 블루투스4.0을 기반으로 아이비콘이라는 서비스를 소개한 바 있다. 이 기술은 특정 공간에 들어서면 스마트폰이 반응해 매장 및 박물관 등에서 사용자 위치를 파악한 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다.

이밖에도 무선랜 AP 전문회사들 역시 소비자들의 성향을 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를 두고 디지털마케팅 업계에서는 'O2O(Online to Offline)'라고 부른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쿠폰이나 쇼핑정보를 PC나 스마트폰에 전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니네트웍스의 서비스는 O2O를 보다 손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시장조사 결과 실제 잠재 고객들 사이에 실제로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POS단말기의 경우 매출전표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분석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서 확보한 정보만으로는 예를 들어 매장에 100명이 방문해 몇 명이 구매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 조차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의류매장, 커피전문점의 경우에도 특정 매장에서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매출이 안 나오는 것인지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은 있는데 운영을 제대로 못해서인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사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상권분석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입장에서는 한번 왔던 고객들을 더 오게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마케팅 수단을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굳이 왓츠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이 기본적인 매장 분석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 대표는 실제로 여러 회사들을 확인해 본 결과 단골이 많은지 뜨내기 손님들이 많은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였다고 밝혔다. 왓츠업이 본점과 지점 사이에 보안은 물론 디지털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중간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왓츠업은 해당 매장 내에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에 접속한 고객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법률적으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접속정보만 갖고 현황을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법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도록 어디까지 수집해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변호사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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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편견과 달리 지니네트웍스가 표본조사해 본 결과 오프라인 매장 내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경우 접속하는 손님들이 거의 80%에 달한다는 점도 서비스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 분야가 낯설어 보이지만 앞으로 갈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영세한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안이 필요한 고객을 찾기 보다는 고객이 가장 원하는 수익창출에 도움을 주면서도 보안성을 높여주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