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논란, ‘특허 전쟁’ 번지나

라인 타이머챗, 특허 침해 의혹… 그 후는?

일반입력 :2014/08/01 16:30    수정: 2014/08/01 19:09

디지털 시대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커진 ‘잊혀질 권리’ 논란이 이제는 특허 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미 실제로 디지털 소멸과 관련한 특허를 선점하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고, 이를 우회하거나 무력화 하려는 움직임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잊혀질 권리 관련 특허 공방은 네이버 라인에 ‘타이머 챗’ 기능이 추가되면서 촉발됐다.

한 초등학교 교사와 남편인 한 대기업 직장인이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이하 DAS) 및 ‘파일 에이징 시스템’ 특허의 핵심 기술을 네이버 라인이 도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

■DAS vs 라인 타이머 챗…지워지는 기술도 특허 시대

DAS는 디지털 소멸을 주제로 한 기술로, 모든 디지털 데이터에 ‘나이’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SNS나 메신저에 올린 글뿐 아니라 인터넷 전체, 그리고 자동차와 로봇에 이르기까지 데이터 생성자 스스로가 소멸의 결정권을 갖고 데이터를 소멸시키는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DAS 특허권자 A씨 남편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IT비즈니스진흥협회로부터 개발비 1억원을 지원받아 ‘잊혀질 권리 관리기’란 과제로 시제품 개발이 진행 중이다. 올 9월 베타서비스가 이뤄질 예정인데, 이에 앞서 국내 특허 등록 및 국제 특허(PCT) 출원이 이뤄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특허권 주장 측은 네이버가 지난 달 23일 선보인 라인 타이머챗이 DAS의 콘셉트를 상당히 베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또 담당 변리사의 “70~80% 특허 침해 소지가 있다. 서버에서 데이터가 사라지는 방식이 특허의 핵심 내용을 정확히 카피한 것으로 짐작된다”는 소견을 근거로 네이버를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라인 타이머챗은 터치하는 순간부터 타이머가 적용돼 수신자가 확인한 이후 발송자가 설정한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되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타이머를 설정해 메시지를 삭제한다는 기본적인 콘셉트가 DAS와 유사해 보이지만, 특허 침해 여부를 구분 짓는 기본 알고리즘까지 침범했는지는 현재 단정 짓긴 이르다.

■잊혀질 권리 특허 전쟁,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

잊혀질 권리에 초점을 둔 ‘기술 개발’과 이를 지키기 위한 ‘특허 출원 및 등록’, 또 해당 특허를 '무력화 시키거나 우회하려는 시도'들은 전 세계적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유럽사법재판소가 구글 이용자들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유럽 구글이 신청자들에 한해 검색 결과를 삭제하면서 잊혀질 권리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유럽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검색서비스인 ‘빙’에서의 검색 결과 삭제 요청을 받으면서 잊혀질 권리에 힘을 보탰다.

구글이 사진 소멸 기능을 가진 스냅챗을 3조원에 인수하려다 실사 과정에서 스냅챗이 소멸과 유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중도에 어그러졌다는 일화도 잊혀질 권리의 높은 값어치를 방증한다.

데이터 자동 소멸 시스템 DAS도 잊혀질 권리 이슈에 편승해 등장한 특허다. 온라인상에서 내 흔적을 지울 수 있게 하는 원천 기술을 국내에 뿌리 내리게 하고, 국제 특허 출원을 밟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기술료를 한국이 받자는 취지다. 또 이 특허 기술을 폄하할 것이 아니라 민·관·학이 협력해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 DAS 특허권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네이버 측은 DAS 특허 침해 주장에 해당 기술이 이미 ‘스냅챗’, ‘프랭클리’(SK플래닛), ‘돈톡’(브라이니클) 등에서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인만큼 특허로 보기 힘들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 회사는 “실제로 네이버 라인의 타이머 챗이 DAS의 특허권을 침해했는지의 여부는 법정에서 가리면 된다”는 말로 사실상 법적공방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브라이니클 역시 “메시지 삭제 기능에 대한 특허를 자사도 출원했다”며 오히려 자신들이 모바일 메신저 돈톡에서 DAS와 같은 '펑메시지' 기능을 먼저 선보였다는 주장이다.

브라이니클 발언에 DAS 특허권자는 DAS 특허출원일은 2012년 9월이고 등록일은 작년 4월이었다면서 DAS 특허출원일과 등록일 모두 돈톡 출시 시점인 2013년11월보다 훨씬 앞선다. 브라이니클이 첫 특허인 DAS와 두 번째 특허인 파일 에이징 서비스를 혼동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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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잊혀질 권리가 부각되면 부각될수록 ‘잊혀질 기술’을 선점하려는 자와, 이를 없애거나 우회하려는 측의 공방은 지역을 막론하고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은 디지털 세상에서 ‘빅데이터’가 힘이었지만, 미래에는 잘 지우고 잊히게끔 도와주는 것도 하나의 경쟁력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잊혀질 권리에 힘이 실리면서 ‘디지털 장의사’가 출현했듯, 이제는 이용자가 자신이 생성한 데이터를 소멸까지 시켜주는 새로운 기술 경쟁, 이로 파생된 특허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