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왜 끊임없이 구글을 공격할까

IT 帝國時代, 코리아는 어떻게 해야 하나①

일반입력 :2014/07/27 16:21    수정: 2014/07/27 17:30

IT는 그 특성상 승자 독식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다. IT가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온 뒤 구글의 지속적인 확장세를 지켜보며 '21세기 빅브라더'를 우려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 기업이 엄청난 세계 사이버 영토를 장악하는 '帝國의 時代'가 도래한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을 중심으로 한 미국 기업과 방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그 중심에 있다. 패권을 잃은 유럽은 이를 끊임없이 공격한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낀 우리나라다. 지디넷코리아는 IT 제국시대에 우리나라가 어디쯤 위치해 있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지를 4회에 걸쳐 시리즈로 진단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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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유럽은 왜 끊임없이 구글을 공격할까

2)왜 그들을 '21세기 빅브라더'라고 하는가

3)또 하나의 빅브러더, IT 黃砂가 불어온다

4)샌드위치 된 IT 코리아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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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반독점 조사를 무기로 미국 IT기업에 대한 견제를 수년째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그 규제의 성격이 기술에 대한 공정거래를 넘어 자국내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수준의 공정성까지 요구하는 추세다. 이는 2000년대 말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퀄컴, IBM, 오라클 등을 향했던 반독점 규제의 칼끝을 사업 다각화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중인 IT제국 구글을 겨누면서 한층 분명해진 모양새다.

과거 EU 조사 당국이 '공정한 시장경쟁'을 요구하는 대상은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특허에 기반한 제품 공급업체들이었다. MS, 인텔, 퀄컴, IBM 등이 전형적으로 그런 사례다. 이들은 저마다 특정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사업자의 지위에서 경쟁사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기술 사업 행태로 소비자와 기업 사용자의 이익을 저해했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일부는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구글같은 인터넷 업체는 그런 기술 보유 업체와는 성격이 판이하다는 점에서 과거와 궤를 달리한다. 구글도 기술특허와 관련된 제소에 얽힌 바 있지만, 모토로라모빌리티라는 제품 공급업체를 인수한 데 따라 부수적으로 연출된 장면이었다. 현재 구글은 당국에 사용자에게 보이는 검색 결과 내용의 공정성, 가입자 정보에 대한 보호 여부, 소비자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결제 보호 조치 등을 요구받고 있다.

이제 EU 당국의 우월적 지위남용 및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제재 목표는 IT기업의 기술 및 제품 거래 영역뿐아니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서비스 업체의 사업 활동 자체로 확대된 것이다. EU는 인터넷 서비스 운영사라면 누구나 시도할만한 대규모 가입자 정보 보유와 활용, 정보 검색 결과 제공, 앱 장터 부분 유료 서비스 등의 정책적인 측면까지 보호 대상으로 간주하는 모습이다.

최근 몇년간 미국 대표 IT기업들에 이어진 EU 규제당국의 제소 사례를 정리해 이런 차이를 대조해 봤다. EU 당국의 대응은 미국의 IT제국주의라는 흐름에 맞서기 위한 필연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전자통신 부문 사업자들의 승부처는 표준화된 제품과 기술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중심의 플랫폼과 서비스에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다양한 독점적 장치를 마련해 경쟁자들의 대응을 무력화하고 있다.

■구글, 하나 끝나면 또 하나 터지고

EU는 최근 4년동안 구글의 검색 사업, 프라이버시 정책, 특허 라이선스 방식, 스마트폰 플랫폼 전략, 앱 장터와 관련해 크고 작은 소송을 진행하거나 사업 행태, 방침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해 왔다. 일부 사안은 이미 소송이 마무리돼 벌금이나 경고 등 징계가 내려진 상태고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EU는 2010년 2월 독일 시아오, 영국 파운뎀, 프랑스 이저스티스 등 유럽 인터넷업체 3곳의 제소로 그해 10월부터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벌였다. 당시 유럽서 구글의 인터넷광고시장 점유율(약 80%)은 미국 시장(약 3분의 2)에서보다 높았다. 구글은 이런 독점적 지위로 사이트 검색 순위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자사 광고 링크, 서비스를 우수 검색결과로 띄워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에 구글은 EU에 자사 검색 관행을 수정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놨다. 구글은 경쟁업체 3곳의 검색 결과를 자사 사이트에 표출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EU와 구글의 검색 관련 반독점 분쟁은 지난 2월 합의에 따른 조사 종결로 거의 3년만에 마무리됐다. 구글은 이로써 EU 반독점 조사 당국의 불공정 경쟁 혐의에 따른 초대형 벌금(세계 매출 2%)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EU는 또 2012년초 표준특허 남용 혐의로 모토로라모빌리티에 대한 조사를 벌여 왔는데, 2013년 5월 구글에 인수된지 1년 6개월 된 모토로라모빌리티에 세계 매출 10%를 벌금으로 물릴 수 있다는 사전경고를 통지했다. 당시 EU 집행위원회는 모토로라가 휴대폰 시장에서 필수특허를 제공하면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 혐의를 제기했다. 다만 지난 4월말 EU는 최종적으로 과징금 없이 경고 조치로 마무리했다.

또 2012년 10월 EU 각국 데이터 및 개인정보 규제기관들은 구글에게 실정법에 어긋난 구글의 개인정보 보호정책 시정을 명령했다. 당시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 루마니아, 리투아니아를 제외한 24개국이 이런 내용의 서한에 서명했다. 구글같은 대기업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면 사용자 프라이버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서비스 과정에서 사용자들의 명시적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이다.

앞서 2012년 3월 구글은 유튜브, G메일, 구글+ 등 자사 서비스 이용자들의 웹서핑 기록 등 개인정보를 통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바꿨다. 이에 2012년 10월 당시 프랑스 국가정보위원회(CNIL)가 구글 측에 4개월 내 유럽 기준에 맞는 프라이버시 정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지만 구글은 이후 EU의 요구에 상세하고 실질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고 결론내렸다.

이후 EU 회원국 가운데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6개국 정보보호기관들은 2013년 4월 구글의 통합 프라이버시 정책이 EU 기준에 어긋난다고 판단,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2013년 12월 스페인 정보보호국은 구글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유로 벌금 90만유로를 매겼다. 프랑스 CNIL도 이용자 개개인의 정보가 어떻게 수집, 활용되는지 명백히 밝히지 않았다며 벌금 15만유로를 부과했다.

이밖에도 EU는 2013년 4월 MS와 노키아가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구글의 독점적 지위 남용 행위를 제소함에 따라 6월 2013년 안드로이드 사용권에 관련된 반독점 여부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에서 오픈소스 버전에 없는 기본탑재 앱 등을 제조사들에게 제공하며 일정 조건을 따르도록 만들어 타사에 불이익을 주고 스마트폰 사용자 데이터를 통제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EU의 관심사는 모바일용 앱 시장의 소비자 보호 쪽으로 확대됐다. 지난 19일 '앱내결제' 방식의 앱, 특히 게임들은 자신들을 '무료' 앱이라 광고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지난 2월부터 무료로 표시돼 있으면서 사용자 모르게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한할 뜻을 밝힌 후 이뤄진 후속 조치다. 구글뿐아니라 애플 앱 장터에서도 무료 인앱결제 앱들은 무료라는 광고를 할 수 없게 됐다.

이와 별개로 구글은 지난 6월에도 새로운 스마트폰OS 관련 반독점 소송을 당할 입장에 놓였다. 독립적인 앱 장터를 운영하는 포르투갈 신생업체 앱토이드가 구글이 안드로이드 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이용, 안드로이드 앱 장터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던 것이다. 다만 EU 규제당국과 구글이 이 제소에 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소송이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거인 MS-인텔도 시달렸다던데…

EU가 구글만 괴롭힌 건 아니다. 역사적인 반독점 위반 제소 판결은 약 10년전 MS에 내려졌다. EU는 지난 1999년 MS가 세계 PC의 95%에서 쓰이는 윈도OS 제조사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조사를 벌였고, 4년만인 2003년 8월 '미디어플레이어 소프트웨어 끼워팔기로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정했다. 이후 2004년 10월 MS에 사상초유의 규모인 4억9천720만유로의 벌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MS는 지난 2006년까지 4월까지 시정명령 가운데 미디어플레이어를 제거한 윈도를 판매하라는 부분을 따르긴 했지만 오픈소스 경쟁사들에게 제품 소스코드를 라이선스하라든지 경쟁사 프로그램이 실행되도록 호환 프로토콜을 저렴하게 공유하라는 내용은 못 따른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EC는 명령 이행을 거부한 MS에 매일 벌금 240만달러씩을 부과하려 했고, MS는 후속 공청회를 통해 자사를 변호해 나갔다.

EU는 결국 2007년 10월 MS를 굴복시켰다. 3년전 판결에서 쟁점이 됐던 OS 상호운용성 정보의 특허 라이선스 확보 여부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고, MS가 비상업용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상호운용성 정보에 자사 특허를 집행하지 않도록 합의를 유도했다. 이 결론을 내기 위해 EU는 MS의 법원 판결 2번을 받아내고 일일 위약금 지급액 2천805만유로 등을 부과했다.

EU는 이후에도 MS의 제품과 기술에 대해 여러 반독점 위반 사항을 조사했다. 2008년 5월에는 MS의 오피스2007 서비스팩2가 오픈도큐먼트포맷(ODF)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놓고, 또 2009년 1월에는 윈도OS에 포함된 인터넷익스플로러(IE)가 끼워팔기로 반독점 위반이라고 지목했다. 결국 그해 7월 EU 집행위원회는 MS로부터 타사 브라우저도 윈도OS에서 제공하는 별도 화면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당시 MS는 EU 반독점 조사 당국으로부터 브라우저 끼워팔기 혐의로 한차례 과징금을 부과받은 상황이었는데, EU는 지난 2012년 10월 MS가 기존 윈도 버전에서 유럽 소비자들에게 반독점 위반 행위를 지속했다는 이유로 2013년 3월 두번째 벌금을 물렸다. 그 액수는 5억6천100만유로에 달했다.

또다른 역사적 반독점 위반 판례는 5년전 인텔이 만들었다.

당시 프로세서 제조부문 경쟁사 AMD가 지난 2004년 인텔을 반독점 위반 혐의로 제소했고 EU 반독점 조사당국은 2005년 7월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영국 등지의 인텔 사무실을 불시에 수색했다. 인텔은 2년 뒤인 2007년, 제조사들에게 자사 칩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리베이트 제공, 금전적 혜택으로 AMD PC 출시 방해, 비정상적인 가격에 서버 칩 판매, 3가지 불공정 행위 의심사례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았다.

이후 인텔은 지난 2008년 내내 EU 당국의 조사에 법적으로 대응하며 방어 논리를 펼쳤지만 불공정 행위가 아님을 입증하진 못했다. 지난 2009년 5월 EU는 인텔에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인 10억6천만유로를 부과했다. 이는 전년도 인텔 매출의 4%에 해당하는 규모이자 MS가 부과받은 최대 과징금 4억9천720만유로의 2배를 넘는 액수였다. 인텔은 2009년 7월 재심을 청구했지만 결국 벌금을 내고 매듭지었다.

이외에도 통신칩 제조사 퀄컴이나 원조 컴퓨팅 서버 메인프레임을 만든 IBM도 EU로부터 반독점 위반 혐의를 쓰고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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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은 지난 2006년부터 통신칩 경쟁사 6곳과 과도한 특허로열티 부과 행위로 조사를 받다가 2009년 11월 원고의 소 취하로 이를 마무리했다. 이후 영국 통신칩 제조사 아이세라의 사업을 방해한 혐의로 2010년 6월 초기 조사를 받았으나 이후 경과는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011년 5월 아이세라가 엔비디아에 인수돼 퀄컴과의 경쟁이 가시화하면서 EU 당국의 조사가 본격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IBM은 2008년 7월 특허 소송 중이던 '플랫폼솔루션스'라는 메인프레임 업체를 인수하면서 또다른 메인프레임 업체들의 소송을 야기했다. 2년뒤인 2010년 7월 EU 집행위원회는 터보허큘레스, T3테크놀로지스같은 경쟁사 제소로 IBM이 메인프레임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를 연계했는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를 압박했는지 조사했지만 2011년 9월 제재조치 없이 조사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