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쟁 제한으로 시장 독과점 폐해 우려

일반입력 :2014/07/10 17:20    수정: 2014/07/11 15:13

송주영, 정현정 기자

깔끔한 사각 디자인, 이음새 없는 메탈 테두리, 측면 시그니처. 지난 5월 팬택이 베가아이언2를 출시하면서 내세웠던 차별화된 특징이다.

어쩌면 이런 팬택 베가아이언2 후속제품은 영영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팬택이 위기다. 팬택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지속할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을 밟게될지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시장에서 팬택이 사라진다면 건강한 이동통신 경쟁 생태계가 훼손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받는 동시에 스마트폰 산업 발전도 저해될 것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팬택이 사라지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좁아진다. 이미 삼성전자, 애플 등의 쏠림 현상이 나타났지만 아예 선택할 수 있는 제품 자체가 줄어든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브랜드 선호도가 커가고 있다. 1, 2위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지로 내몰리면서 모토로라, 노키아가 이미 매각의 길을 걸었다.

■엔드리스 메탈·지문인식폰 최초 출시

팬택은 그동안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혁신의 길을 걸어 왔다. 엔드리스 메탈 기술이 대표적이다. 지문인식 기술도 팬택이 베가LTE-A에서 세계 최초로 탑재했다.

문지욱 팬택 중앙연구소장은 “향후 중요한 트렌드가 될 생체인식 기술도 지난해 9월 상용화한 이후 지속적으로 진보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며 “광대역 LTE-A 대응 모델도 개발 완성 단계에 있지만 현재 경영 상황 때문에 사장될 수도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문인식은 팬택 제품 탑재 후 아이폰5S, 갤럭시S5로 확산됐다. 경쟁사의 신기능 탑재가 팬택 때문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는 없으나 팬택이 새로운 기능을 소비자에게 선보인 테스터의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풀HD 디스플레이를 가장 먼저 채택한 곳도 팬택이다. 기술력으로는 결코 뒤지지 않았고 일부 혁신도 가능한 회사였다. 이는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팬택의 제안으로 기술을 개발해 이후 다른 업체에 기능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팬택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신기능 수요처로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출자전환에 부정적인 이동통신사도 팬택의 부재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팬택이 생존하는 것이 우리에도 좋다”며 “삼성, LG에게 편중될 수 있는 점은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유통을 담당하는 이통사에게 제조사 수의 감소는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수가 많을수록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 가격, 장려금 등 제조사와 협의해야 할 내용에서 풍부한 사례로 제조사와의 협상이 더 쉬워진다.

하지만 이통사는 팬택 채권 1천800억원 출자전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정 제조사에 주주가 됐을 때의 부담감,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 때문이다.

■경쟁사 사라지면 기술 발전 속도 지연 우려

팬택이 사라졌을 때 기술 발전 속도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소 3개 정도의 업체가 선의의 경쟁에 나서야 지속적인 기술 발전이 가능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HTC, 모토로라, 노키아, 소니, 블랙베리 등 외산업체들이 줄줄이 철수하면서 국내 시장이 '외산폰의 무덤'이 된지 오래인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팬택이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에 좋은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한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팬택의 생존에 협력업체와 관련 업계 임직원들의 명운이 걸린 만큼 지속적인 인재양성과 스마트폰 기술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경쟁관계를 떠나 다같이 잘돼야 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택에 스마트폰용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입장에서도 1등 업체로의 쏠림현상을 방지하고 균형있는 시장을 만드는데 있어 팬택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한 외국계 부품사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외산 업체들이 철수하면서 소수의 플레이어들만이 살아남는 독과점 구조가 된 측면이 있다면서 시장 균형을 맞추고 1등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그동안 팬택에 힘을 실어준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팬택은 지난 3월 두 번째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현재 법정관리 위기에 처해있다.

관련기사

팬택 채권단은 이통사들의 1천800억원 매출채권 출자전환을 전제로 팬택 경영 정상화 방안을 가결했지만 이통사들은 출자전환 이후 추가 지원에 대한 부담감과 독자생존의 불투명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상태다.

이에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 사장은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팬택이 사라지지 않도록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채권단과 이동통신사들의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