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마트폰에 '위기 경고등' 켜졌다

삼성 스마트폰發 쇼크에 팬택 운명은 안갯속

일반입력 :2014/07/08 16:44    수정: 2014/07/10 11:03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시장전망치를 대폭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파를 던진 가운데 한국 스마트폰 산업의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등 중화권 업체들의 공세가 격화되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처럼 폭발적인 실적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실패하며 스마트폰 사업에서 연속 적자를 맛보고 있는 LG전자는 최근 발표한 G3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키워온 벤처신화의 주역 팬택은 법정관리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 어닝쇼크 구조적 문제? 일시적 현상?

삼성전자는 8일 시장의 기대치를 대폭 하회하는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7조2천억원의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분기 어닝쇼크의 원인으로는 환율로 인한 외부 영향 외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판매 감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재고 처분을 위해 무리하게 마케팅 비용을 증가시키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모바일 제품 판매 둔화가 시스템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회사는 이날 잠정 실적 발표와 함께 이례적으로 설명 자료를 배포하고 “2분기 실적 악화는 구조적 문제가 아닌 재고 감축을 위한 마케팅 비용 부담에 따른 일시적 현상”임을 강조했다. 또 “스마트폰 외에 신성장동력인 태블릿과 웨어러블을 통해 3~4분기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진화에도 불구하고 3분기 이후 실적 전망은 부정적인 쪽이 더 우세하다.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와 함께 이번 실적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고전이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갤럭시S5는 지난 4월 출시 후 2개월 만에 판매가 급감하고 있고 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른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중화권 업체들의 기술경쟁력이 급성장하면서 가격 대비 제품의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5의 단명에서 보듯이 삼성폰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중저가폰 위주로 성장축이 옮겨가고 있으나 중화권 업체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의 차별화 요소는 적다”고 분석했다.

■성장 한계 직면 태블릿·웨어러블 시장은 요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태블릿과 웨어러블 시장을 제시했지만 태블릿 시장은 이미 성장 한계론이 불거지고 있고 웨어러블 기기는 아직 시장이 본격 열리지도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이후 주목할 만한 세 가지 효자 품목은 이달 출시 예정인 프리미엄 태블릿 ‘갤럭시탭S’와 스마트워치 신제품인 ‘기어라이브’,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노트4’”라며 “이를 통해 시장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트북 시장을 잠식하며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던 태블릿 제품군은 지난해 고성장을 마지막으로 올해 들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며 시장 확대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2억1천300만대로 전년 대비 52% 급성장했던 글로벌 태블릿 시장은 올해 2억3천400만대로 10%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9%로 올해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스마트폰 성장 둔화를 태블릿 시장 성장으로 상쇄하려던 목표와 달리 삼성전자의 올해 태블릿 판매량이 기대치였던 연간 7~8천만대를 밑도는 5천만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풍전등화’ 팬택 국내 스마트폰 산업 한계 노출

법정관리 위기에 처한 국내 스마트폰 업계 3위 팬택의 현상황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팬택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채권단은 지난 4일 이동통신 3사의 출자전환 참여를 전제로 하는 팬택 경영 정상화 방안을 채택했다. 만약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을 거부할 경우 팬택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는 중단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을 밟게 된다.

팬택 회생의 열쇠를 쥔 이동통신사들은 팬택에 대한 출자전환 여부를 놓고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당초 팬택 채권단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채권 1천800억원에 출자전환 여부를 8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이날 오후까지 묵묵부답인 상태로 마감시한이 다시 한 번 유예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국내 스마트폰 산업 생태계 건전성과 해외 기술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팬택 정상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팬택이 벼랑 끝에 내몰린 배경에 제품보다는 보조금 위주의 경쟁이 벌어지는 기형적인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있다는 동정론도 작용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팬택의 내부적인 스마트폰 시장 대응 실패가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냉정한 분석도 나온다.

팬택은 지난 2005년 SK텔레텍을 전격 인수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인 ‘스카이’를 흡수했다. 이후 ‘베가’ 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로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스카이의 브랜드 경쟁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실패했다. 과거 출시했던 ‘베가레이서’ 시리즈의 잦은 품질 문제와 사후서비스(AS) 정책은 이후 베가 제품들의 마케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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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시장에 집중하면서 해외 시장 개척에 실패한 것도 국내 이통사 영업정지로 인한 시장 한파의 타격을 결정적으로 받는 계기가 됐다. 팬택은 지난해 하반기 직원 3분의 1을 무급휴직으로 돌리는 극단적인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 손익 중심 경영을 펼치면서 해외 스마트폰 사업을 사실상 접은 상황이다.

팬택 문제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우선은 팬택을 살리고 봐야하지 않겠냐”는 입장이지만 이통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산업 측면에서 팬택이 살아나야 하는 이유는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통사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현재의 상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