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실험대상" 前 페북 과학자 고백

일반입력 :2014/07/08 10:27    수정: 2014/07/08 11:31

손경호 기자

페이스북에 근무했던 데이터 과학자가 블로그를 통해 페이스북 사용자 대부분이 크고 작은 실험에 활용돼 왔다고 고백했다. 최근 페이스북이 회사 차원에서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고백의 주인공은 전(前) 페이스북 데이터 과학자인 앤드류 레드비나.

그에 따르면 논란을 빚은 '감정전이(emotion contagion)' 실험 외에도 페이스북은 사용자 전체를 대상으로 각종 테스트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페이스북은 2012년 1월11일~1월18일까지 68만9천3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뉴스피드에 인위적으로 조작한 긍정적, 부정적인 내용을 올린 뒤 감정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을 수행했다. 이 결과를 소개한 논문이 알려지면서 사전에 별다른 고지 없이 실험을 진행한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7일(현지시간) 기가옴 등 외신에 따르면 실험대상은 논문에 등장한 소규모 수준으로 그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페이스북 데이터 과학자인 앤드류 레드비나는 만약 페이스북을 한번이라도 사용했다면 아마도 실험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페이스북에 (실험에 대한) 재검토 프로세스는 없으며, 이를 수행하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항상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레드비나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확인된 실험 대상자 이상 혹은 그보다 적은 규모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수천가지 실험을 수행해 왔다. 대부분은 재검토나 사전동의절차가 없이 이뤄졌다.

페이스북의 행보와 관련해 찬반논란이 엇갈리고 있다.

사용자 동의를 받고 진행하는 실험은 논란의 의미가 없다는 입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연구활동이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전제 아래 보다 공개적으로 진행돼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쏠리는 모습이다.

레드비나는 사전동의를 받을 필요성이 적다는 입장이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만약 당신이 테스트 해보기를 원할 경우 만약 사람들이 파란색 버튼 대신 녹색 버튼을 클릭할지에 대해서 사전에 사용자들에게 (테스트 내용에 대한)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 만약 사람들이 더 많은 광고를 클릭할 때 이것이 실제 매출과 연결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새로운 광고 타게팅 시스템을 테스트 하길 원한다면 사용자들에게 직접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사용자들이 뉴스피드를 통해 게재된 콘텐츠를 보고 어떤 변화를 겪는지에 대해서도 실험 전에 사용자들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레드비나는 실험이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통되는 콘텐츠가 사용자들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도록 돕고, 이들이 더 오랫동안 페이스북에 머물도록 하기 위한 실험들 자체는 마땅히 해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클릭하는 일은 앞서 감정전이 실험이나 유권자들의 표심을 알아보는 연구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실험들은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다른 크기의 광고 문구, 마케팅 메시지, 행위를 유도하는 버튼의 변화, 사용자의 뉴스피드에 대한 다른 순위 알고리즘 등에 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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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입장에서는 자신이 정보에 대해 결정할 권리를 페이스북이 가져간다는 점이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소속 사회학자인 다나 보이드는 페이스북이 나보다 먼저 내 친구의 포스트에 대해 내가 알아야할 것을 알려주도록 조작하는 방식이 싫다며 내가 페이스북을 사용하면서 나만의 고유의 의미있는 매커니즘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보이드의 동료인 던칸 와츠는 최근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산출물은 인간행동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 페이스북을 폐쇄시켜야 한다는 것보다는 이들이 얻은 연구결과를 공개해 우리 모두가 이익을 얻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