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가 포토샵 핵심 기술 개발자에 푼 이유

일반입력 :2014/07/01 17:40    수정: 2014/07/01 17:42

어도비시스템즈가 포토샵의 빗장을 풀었다. 포토샵의 고급 이미지 편집 기능을 외부에 공개한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어느 개발자의 이미지편집 앱이 포토샵 고급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달 어도비는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CC) 2014 업데이트를 내놨다. 14개의 CC 애플리케이션을 개선하고, 모바일 앱 5종도 선보였다. 포토샵 믹스, 어도비 라인 등 아이패드와 아이폰에서 세밀한 이미지 편집을 가능하게 하는 앱이 나왔다. 제도용 자와 스타일러스펜 하드웨어도 출시됐다.

그리고 개발자들의 눈을 번쩍 뜨게 한 소식이 있었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SDK는 기존에 이 회사에서 제공해온 소프트웨어 개발도구와 다르다. 어도비통합런타임(AIR)나 크리에이티브스위트 SDK의 경우 리치 미디어 처리용 앱을 만들거나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용 도구를 만들 수 있도록 제공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어도비의 안마당에서 이뤄지게 하는 것이고,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SDK는 독보적인 이미지 처리 기술을 외부에 풀었다는 성격을 갖는다.

폴 버넷 어도비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아태지역 에반젤리스트는 1일 한국어도비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개발자는 우리가 제공하는 SDK를 통해 자신의 모바일 앱 개발에 어도비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며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가입자가 파일과 이미지를 어느 앱에서든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SDK는 현재 iOS용으로 먼저 공개된 상태로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iOS 개발자는 자신의 모바일 이미지편집 앱에 어도비의 기술을 집어넣을 수 있다. 포토샵의 흐림효과감소(blur reduction), 카메라흔들림감소, 내용인식채우기(content aware fill), 업라이트 같은 기능을 써드파티 이미지편집 앱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미지 처리 시 복잡하고 무거운 연산을 해야 할 경우 어도비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서버에서 처리하는 방식도 이용가능하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처럼 PC보다 하드웨어 사양이 부족한 기기에서 고급 편집 기능을 어도비 클라우드 서버에서 처리한 뒤 결과를 기기로 다시 보내주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에 저장된 파일에도 접근할 수 있다. 어도비 CC 가입자는 써드파티 앱에서 CC에 저장된 이미지를 불러와 편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어도비 PSD 파일포맷에서 이미지 레이어별로 추출할 수 있는 PSD파일 부분적추출도 가능해진다. 앱 사용자와 개발자 모두 PSD 파일의 레이어들을 이용할 수 있다.

폴 버넷 에반젤리스트는 “PSD파일포맷에서 구조정보, 레이어저보, 콘텐츠 정보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며 “태블릿이 다 처리하지 못하는 컴퓨팅을 모바일 기기에서 활용하는 획기적인 접근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어도비에서 개발해 출시한 하드웨어 '잉크'와 '슬라이드' 등의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스타일러스펜과 제도용 디지털자인 두 제품은 터치 기기에서 직선을 그리고 정확한 도형을 그리게 해준다.

써드파티 앱 개발자는 어도비 CC 마켓에 올라온 이미지와 UI툴을 활용할 수 있다. 개발 중인 앱의 디자인과 프로젝트를 어도비 비헨스에 올려 커뮤니티와 의견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폴 버넷 에반젤리스트는 “마켓에 올라온 2만개 이상의 이미지와 패턴, UI 등을 이용해 앱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식으로 SDK가 출시되면 인스타그램이 어도비 크리에이티브SDK를 이용해 포토샵의 마법지팡이를 인스타그램 사진편집기에 적용하는 식의 상상이 가능하다.

어도비의 SDK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의 이미지관련 앱에 일대 부흥을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어도비가 독점적으로 영유해온 포토샵의 독보적인 기능이 수많은 모바일 앱에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어도비는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란 뒷단의 서비스와 기술의 게이트키퍼 자리를 차지않다. 개발자는 어도비 엔진을 자신들의 앱에 넣을 수밖에 없게 될지도 모른다. 미디어 콘텐츠를 위한 어도비통합런타임(AIR), 이미지 편집을 위한 SDK까지, 어도비 덕분에 돌아가는 모바일 앱의 시대가 이 회사의 노림수다.

현재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SDK는 비공개 베타버전으로 제공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공개베타가 출시되는 가을에 확인할 수 있다. 비공개베타지만 아직 관심있는 개발자 누구나 사용해볼 수 있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SDK 홈페이지에서 어떤 이유로 SDK를 테스트하려는 지 설명하면, SDK를 사용할 수 있다.

스캇 벨스키 어도비 제품 및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 부문 부사장은 “어도비의 새로운 모바일 앱들과 하드웨어, 크리에이티브 SDK는 크리에이티브 전문가용으로 완벽하다며 하지만 이 제품들이 창작의 불꽃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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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늘 소개한 최첨단 드로잉 툴로, 디자이너들은 어느 기기에서나 자신이 즐겨 쓰는 컬러테마 같은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고유 설정을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복사 및 붙여넣기와 같은 작업도 할 수 있다며 이것은 어도비 SDK가 앞으로 크리에이티브 업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SDK와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에 대한 비용이다. 어도비는 아직 SDK와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에 대한 가격정책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가을께 이뤄질 어도비의 공개베타 출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