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여성 개발자 부족을 우려하나

한국과 달리 IT 분야 성 격차 사회 문제로 인식

일반입력 :2014/07/01 09:08    수정: 2014/07/02 07:28

한국에서 IT분야 '남초현상'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사무실은 종종 유머의 소재로도 다뤄진다. 남초현상은 개발자 세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여자 개발자 찾기가 힘든가 보다.

그런데, 여자 개발자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는건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여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끔 만드는데 민간 코딩교육 단체 여럿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대형 IT업체 구글도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여학생 코딩교육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이달 초 구글은 구글 전체 직원 중 여성 근로자의 비중이 30%를 차지하며 특히 기술 관련 직종 종사자 중 여성은 17%뿐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전한 외신들은 구글의 여성 개발자 비중이 너무 적은 것에 놀라면서도 이마저도 밝힐 사정이 못 되는 대형IT기업이 더 많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페이스북 같은 다른 대형 IT기업들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여성 개발자의 비중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구글이 회사 내 성별과 인종에 관한 통계를 밝힌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IT기업의 여성 개발자 비중을 기록하고 있는 깃허브에 따르면 모질라(8.6%), 퀄컴(오스틴 개발자 센터,5.54%) 드롭박스(6.3%) 에어비앤비에(13.16), 핀터레스트(14.39%) 등 다른 IT기업들도 구글과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우리나라 IT기업의 여성 개발자 비중도 만만치 않게 초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1천200 여명을 대상한 실시한 IT산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여성 개발자의 비중은 단 12.7%에 불과했다.

미국과 한국의 사정은 비슷하지만 미국에서는 여성 개발자 부족 현상을 문제로 인식한다. 앞으로 IT기술 분야에서 일자리가 더욱 늘어 날 텐데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여생개발자가 양성된다면 IT분야에서 성 격차(Gender Gap)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여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비영리단체 걸스후코드(Girls Who Code)는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까지 1천400백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여학생 수가 지금과 같다면 여성인력은 단지 3%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IT산업 분야에서 성 격차 문제의 원인은 학창시절까지 거슬러 내려간다. 걸스후코드의 따르면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과학분야 졸업생 중 여학생의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84년도 37%였던 것과 비교하면 15%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성 고정관념 전문가인 뉴욕대학의 심리학 교수 마들린 하일만은 PBS 보도를 통해 컴퓨터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여학생이 부족한 이유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뿌리깊은 성 고정관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잘할 수 있는 일과 남성이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성 고정관념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지적이다.

유명 경영이론가이자 IT분야 기고가인 비벡와드하(Vivek Wadhwa)는 PBS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IT분야에서 여성 개발자를 찾기 어려운 이유를 채용과정에서의 분위기와 직무 설명서 등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와드하는 기고문에서 실리콘밸리의 일반적인 문제는 기술직군 직무 설명서(job specification)은 젊은 기술괴짜들을 찾는 것처럼 써놓은데다 채용과정은 마치 미국 남학생 사교모임인 '프래터니티(fraternity)'를 모집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여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여학생들이 코딩을 하게 하는 법'이라는 오피니언을 통해 여학생들의 ‘컴퓨터 화면에 답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코딩을 익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는 “자녀들이 여가시간에 컴퓨터를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일부 교육학자들은 게임을 하는 것이 코딩이나 STEM과목(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에 대한 여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마인크레프트 열풍을 주목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스위스 게임 개발사 모장(Mojang)이 만든 마인크래프트는 블록으로 만든 매트릭스 세계를 운영하는 게임이다. 게임 유저들은 기존에 만들어진 세계를 수정할 수도 있고 자신만의 모드를 만들 수도 있다.

코드닷오알지가 오바마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면서도 아직 주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반면 학생들 사이에서 마인크래프트의 인기는 대단하다. 레이디 가가가 마인크래프트 테마곡을 3월에 발표하기도 했고 미국 인기만화영화 심슨이 4월 에피소드 오프닝 크레딧에서 마인크래프트를 패러디할 만큼 대중성을 얻었다. 마인크래프트에 등록된 유저는 1억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인크래프트를 컴퓨터과학 수업에 도입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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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미디어랩 연구원으로 오픈소스 프로그래밍 플랫폼 스크래치 개발을 돕고 있는 나탈리 러스크 박사는 우리는 마인크래프트의 열풍이 뭔가를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처음에는 대게 남학생들이 좋아하는 것 같이 보이더니 지금은 많은 여학생들이 마인크래프트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2년 내에 컴퓨터과학분야의 성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가 결정날 것이라며 현재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제는 '무엇을 프로그래밍하길 원하나?'를 간과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