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진 "자유의지, 허상일 수 있다"

일반입력 :2014/06/23 11:43    수정: 2014/06/23 12:58

인간이 자유 의지에 기반해 독립적인 선택을 내린다는 개념은 실체가 아닌 '허상(illusion)'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은 흔히 선택을 내릴 때 스스로 독립적인 결정을 한다고 여기지만, 그런 '느낌'은 이미 결정이 이뤄진 뒤 나타나는 부수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미국 씨넷은 22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립대 UC데이비스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 결과를 인용 보도하며 우리가 독립적인 선택을 내린다는 개념이 뇌의 '배경소음(background noise)'에 불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UC데이비스 연구진들은 자발적 신경 요동이 의사결정을 예측한다(Spontaneous Neural Fluctuations Predict Decisions to Attend)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는 인간에게 통상적인 개념의 '자유의지(free will)'란 실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한다. 대신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이유를 자신이 원했기 때문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자유의지의 관념(notion)'만 있다고 한다.

자유의지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의 근거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관찰한 결과다. 자유의지에 따른 것으로 볼만한 뇌 활동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UC데이비스 연구진들의 판단이다.

UC데이비스 연구진들은 피실험자가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과 후, 뇌 활동에 따른 흔적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실험했는데, 물론 피실험자에게 이런 실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들은 피실험자에게 뇌파전위기록술(EEG) 장치를 착용케 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뇌의 소음(brain noise)'을 측정했다. EEG 장치는 사람 머리에 씌워 그 뇌 활동을 관찰하기 위한 도구다.

실험은 피실험자에게 스크린을 응시하다 그 화면에 어떤 신호가 나타났을 때 왼쪽이나 오른쪽을 보라고 지시하고, 그 때 발생하는 뇌 활동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EEG 장치를 통해 측정된 뇌 활동 이력을 보면 그 '전기적인 움직임'은 사람이 뭔가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가 아니라,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일어났다.

이에 연구진들은 의사결정이 뇌의 임의적인(random) 활동에 연결된(linked) 것이라 결론내렸다.

연구의 공동저자 제시 벵슨은 우리 뇌에는 '소음'이라 부를 수 있는 뭔가가 있는데, 이 소음은 뇌가 신경전달의 전통적인 자극-반응 또는 단순선형적인 원인-결과 모델의 일부가 아니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신호를 전달할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뇌의 활동이 일어나는 순간은 사람들이 뭔가 결정을 내렸다고 자각하는 시점보다 시간상 앞서 있다.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가 작동하는 시점을 제대로 모르는 셈이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시점이 불분명하다면 그 존재여부도 불분명해진다.

벵슨은 인간의 행동이 대부분 합리적인 인과관계로 수행된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 임의적인 돌출(spur)을 만들고 실수를 저지르거나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찰 데이터에 따르면 의사 결정에 나타나는 (뇌의) 소음은 다양한 실험 참여자 가운데 40% 가량에 달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보여준다며 일상적인 행동에서 합리적인 사고에 기반한다는 인식으로 이뤄지는 게 얼마나 될것이냐는 의문에 과학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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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넷 블로거 크리스 매티스치크는 벵슨에게 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에 범죄자를 고발하거나 바람을 피우는 남편의 행동을 막는 수단이 나타날 것이라 예상하느냐고 물었다.

벵슨은 이에 그런 질문은 철학자나 법률가를 위해 남겨두는 게 나을 것이라며 그건 정신과 뇌의 관계에 대한 현대 사회의 이해를 넘어선 것이고 내 전문분야와도 거리가 멀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