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중독 아닌 예술”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 토론회 개최

일반입력 :2014/06/18 18:10    수정: 2014/06/18 18:32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에 맞서 이제는 게임을 예술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18일 국회도서관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게임인연대 등의 주최로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라는 주제로 제2회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 대 토론회가 진행됐다.

행사 발제자로는 진중권 동양대교수, 류임상 뉴미디어아티스트, 윤형섭 상명대 게임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토론자로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김일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팀장이 자리했다.

먼저 발제자인 진중권 교수는 게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21세기에는 컴퓨터 게임이 시각문화를 지배하고, 모든 예술이 어떤 식으로든 게임의 논리를 제 안에 받아들이도록 요구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게임적 논리가 무의식적으로 활용돼 모든 영역이 게임으로 바뀌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류임상 뉴미디어아티스트는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부른다는 측면에서 접근, 게임은 영화를 뛰어넘는 상호작용성이 있어 종합예술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역설했다. 이 예로 게임 ‘비욘드투소울즈’와 영화 ‘엣지오브투모로우’를 들어, 게임과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그는 영화는 정해진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반면, 게임은 다양한 엔딩을 경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 뛰어난 종합예술임을 강조했다.

윤형섭 교수는 게임을 통한 집단지성이 가능하고, 귀찮은 일도 게임 요소를 도입해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소개했다. 미항공우주국 나사가 화성 탐사를 게임으로 미리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재활용이나 기업 마케팅에서 게임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이제는 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김인철 교수는 게임이 중독으로 현실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게임은 하나의 붐이고 놀이인데 왜 중독 개념에 넣어 규제를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나아가 김 교수는 게임 중독에 대한 객관적 입증이 이뤄지고, 다른 나라도 사례도 검증을 한 뒤 게임을 중독 물질에 포함해도 늦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남궁훈 이사장은 음악 및 영화인들보다 낮은 게임인들의 사회적 위상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나주 성폭행 때처럼 특정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게임에 뒤집어씌움으로써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게임업계가 스스로의 위상을 재정립해서 예술인으로 재평가 받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동연 교수는 게임과 예술은 항상 상호적인 관계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교수는 박재동 게임규제개혁공대위원장 말을 빌려 “예술이 중독되지 않고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중독이기 때문에 예술이고, 예술은 중독 없이 될 수 없다는 논리에서 게임이 가진 중독성을 꼭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음을 힘주어 말했다.

김일 게임산업팀장은 게임은 예술, 문화, 종교, 교육 등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게임에 대한 부작용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절차와 방법은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 인사말에서 김광진 국회의원은 “오늘날의 게임은 최첨단 물리·그래픽엔지·통신기술·그래픽·음악 등 수많은 기술과 예술이 집대성된 종합 문화예술이지만 사람들을 중독에 빠뜨리고 가정을 파괴하는 사회악으로 치부되기도 한다”면서 “게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기성세대의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 새 시대의 새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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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앞 다퉈 게임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을 규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왔다”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게임 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는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돼 있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구제책 마련과 과몰입 방지를 위한 대비책이 시급하다”면서도 “게임 자체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해 산업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창조적, 예술적 기능을 가로막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덮어 해결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