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개인정보보호 공존 가능한가

일반입력 :2014/06/17 07:21    수정: 2014/08/10 09:14

손경호 기자

빅데이터 기술과 개인정보보호는 태생적으로 서로 공존하기가 어렵다는게 업계 정설이다. 빅데이터가 그동안 수집되지 않았던 모든 디지털 데이터까지 한 곳에 모아 분석해 새로운 의미를 뽑아내는 것이라면 여기에 포함된 수많은 개인정보도 어쩔 수 없이 함께 수집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한 '2014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컨퍼런스'에서는 최근 제정을 앞두고 있는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안)'에 대한 몇 가지 쟁점이 공개됐다.

가이드라인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게시글과 같은 공개된 개인정보, 인터넷 쿠키파일, 접속기기 정보, 서비스 이용기록 등 이용내역정보 등을 다룰 때 별도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골자다.

가이드라인 작업반에 자문으로 참여했던 법무법인 광장 고환경 변호사는 공개된 정보는 이미 사용자가 일부 사용을 동의했다고 보기 때문에 사용자 동의 없이도 수집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대신 관련 회사들은 빅데이터 정보수집/분석 업무를 수행하되 해당 정보를 제공한 이들이 해당 회사에게 수집하지 말라고 중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빅데이터 업무 수행을 허용하는 대신 내 정보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을 하면 이를 받아 들이도록 하는 일명 '옵트아웃(opt-out)'식으로 개인정보를 운용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패널토론에 참석한 권창범 변호사는 가이드라인 취지는 공감하지만 마치 법률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마치 해석이 필요한 법처럼 만들어지면 또 다른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라리 Q&A 형식이나 예시를 들어 사업자들 입장에서 빅데이터 관련 개인정보보호정책을 어떻게 할 지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다는 설명이다.

가이드라인과 관련 함께하는 시민행동 김영홍 활동가는 공개된 개인정보라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형태로 인터넷 생태계가 활성화 됐기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을 너무 손쉽게 프로파일링 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이드라인을 빅데이터 환경에서 다루는 대부분 정보를 누구의 것인지 특정하지 못하도록 비식별화 처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빅데이터 사업 활성화 보다 규제 이슈가 먼저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SK텔레콤 김정선 부장은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네거티브하게 쓰이다 보니 마치 빅브라더와 같은 말처럼 쓰이고 있다며 빅데이터는 데이터 자체, 프로세싱 기술, 해당 산업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인 만큼 이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나 얻을 수 있는 통찰력이 뭔지를 먼저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또한 이동통신사에서는 이미 크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으며 비식별화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기본적인 보호정책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개인정보팀 이진화 부장 역시 가이드라인은 산업진흥보다는 규제도입을 통한 의무만 강조하고 있다며 공개된 정보에 대한 비식별조치는 통계화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고, 빅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은 빅데이터 기술 활용과 개인정보보호 사이 균형을 맞추기 위한 권고사안으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3차례 토론회를 통해 사업자, 시민단체 등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방통위는 늦어도 내달까지 가이드라인을 확정 공표하고, 해설서를 발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견 수렴을 거친 가이드라인에 대한 또 다른 쟁점들이 부상하면서 앞으로 추가적인 논의, 개선사항이 반영될 경우 가이드라인 공표는 이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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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지난해 대형 금융정보유출사고를 겪었던 미국 대형유통업체인 타깃은 2012년 고등학생 딸을 둔 부모에게 유아용품 할인쿠폰을 보내 거센 항의를 받고 사과한 사건이 있었다. 알고보니 이 회사는 임신한 여성이 할인매장에서 구매하는 패턴을 분석해 쿠폰을 보내주고 있었다. 부모도 몰랐던 자녀의 임신사실을 타깃이 먼저 알고 있었던 셈이다.

빅데이터 사업과 개인정보보호 사이에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더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