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토론 '반쪽' “게임정책도 모르고…”

크레이지파티 패널 ‘선택적 셧다운제’ 몰라

일반입력 :2014/06/12 11:16    수정: 2014/06/12 15:17

새누리당 인터넷 토론회에서 ‘강제적 셧다운제’ 새 대안으로 이미 대다수 게임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가 제시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부모와 자녀가 합의하에 게임 이용시간을 한정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인데, 이는 이미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게임업계가 시행하고 있는 내용이다.

또 게임 이용시간 경고 문구를 띄우면 좋겠다는 대안도 제시됐지만 이 역시 게임사들이 시행 중인 내용이어서 게임 정책에 대한 토론자들의 지식과 이해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1일 새누리당 모바일 정당 사이트 크레이지파티는 ‘게임사업자 매출 1% 징수’와 ‘셧다운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자로는 새누리당 김상민·강은희·강석훈 의원과 이동진 게임캐스터, 강한섭 영화과 교수, 이승훈 한국미디어 교육학회 이사가 참석했다. 이 밖에 특별 출연자로 서유리 성우가, 사회자로 강용석 변호사가 자리했다.

이번 토론회의 특징은 토론자 대부분이 강제적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다는데 동의했다는 점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로 줄어든 청소년들의 심야 시간대 게임 이용률이 미비하고, 계정을 도용하거나 해외에 서버를 둔 게임을 즐기면 그만이라는 문제에 특별한 이의가 제기되지 않았다.

심지어 게임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온 새누리당이지만, 토론자로 참석한 소속 의원들조차 “강제적 셧다운제는 필요 없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는 게임 정책에 대한 토론자들의 이해 부족으로 ‘반쪽 토론회’가 됐다는 지적이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다면 이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사회자 질문에서 대부분의 패널들이 선택적 셧다운제 자체를 모르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선택적 셧다운제란 부모가 게임업체에 요청할 경우 자녀의 결제 내역과 이용시간 등을 공개하고, 부모가 자녀의 게임접속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자녀 게임이용 관리 서비스 제도다. 이 제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도입됐으며 2012년 7월부터 적용돼 왔다.

이와 함께 게임사들은 짧게는 30분부터 기본 1시간 단위로 이용자들의 게임 이용시간을 게임 내에서 안내해주고 있다. 이용자들의 과도한 게임을 예방해주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주요 게임사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토론자로 참석한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아들을 통해 셧다운제가 필요 없다는 걸 경험했다”면서 “게임사들이 자율적으로 이용자가 게임을 쉼 없이 몇 시간 했으면 안내를 해주면서 학습사이트로 유도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특별 출연자인 성우 서유리 씨는 “수업 시간이든 언제든 (게임 이용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부모와 자식이 같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동진 게임 캐스터는 “어느 정도가 중독의 단계인지를 협의하고 양보해서 정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예를 들어 주간 70시간으로 제한하는 방법도 강제적 셧다운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세 명의 패널 모두 이미 대다수 게임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의 핵심 내용들을 새로운 아이디어인 것처럼 강제적 셧다운제 대안으로 내놓은 것.

바꿔 생각하면 토론자들이 선택적 셧다운제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이를 강제적 셧다운제 대체할 대안으로 떠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게임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토론자들이 토론회에 참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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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관계자는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 뒤 대안을 찾아보자는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게임 정책에 대한 토론자들의 사전 지식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면서 “좋게 해석하자면 모르는 사람이 봐도 선택적 셧다운제가 강제적 셧다운제보다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 새누리당 김성민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 또는 수정하기 위한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