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통사 자회사 알뜰폰 제한조건 고심

여러 방안 따져보지만 뾰족한 수 아직 못찾아

일반입력 :2014/05/23 16:02

정부가 이동통신사의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MVNO) 사업 진출을 앞두고 적정한 제한 조건을 찾기 위해 고심중이다. 여러 대안을 두고 따져보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링크에 이어 LG유플러스가 자회사를 통해 별정통신사업권으로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막바지 단계를 밟고 있다. KT는 알뜰폰 진출을 공식 부인해왔지만, LG유플러스의 자회사 미디어로그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진출 시기를 가늠질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링크가 이미 2년전 알뜰폰에 진출한 터라 LG와 KT가 사업을 시작한다면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알뜰폰 시장에서도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이통사 자회사 알뜰폰…정부 그냥은 안 돼

법적으로 이통사 자회사의 알뜰폰 진출을 막을 이유나 명분은 없다. 다만 통신사 자회사가 직접 진출할 경우 망 도매 조건 등에서 경쟁사를 차별해 시장이 교란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미래부는 새로운 이통사 자회사의 알뜰폰 사업에 일부 등록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SK텔링크가 알뜰폰 사업을 시작할 때 4개 조건을 붙였던 것과 같은 방법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통사 자회사가 별정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칠 때 등록증을 부여하면서 일부 전제 조건을 달게 될 것”이라며 “이전보다 조건을 강화하는 수순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SK텔링크 등록 당시 부여된 조건과 다를 수도 있지만, 현재 여러 방안을 두고 적정 조건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텔링크가 알뜰폰에 진출할 당시 부여된 조건은 ▲도매제공 용량 제한 ▲결합상품 출시 인가 ▲판매 관련 유통망 지원 제한 ▲선불 6개월 판매 후 후불 상품 판매 등이다.

이 가운데 후불 상품 판매 시점 제한은 SK텔링크가 알뜰폰에 진출할 때가 알뜰폰 정책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 점을 고려한 조건이다. 이에 따라 KT나 LG유플러스의 자회사가 알뜰폰 사업을 개시할 때 부여될 만한 조건은 아니다.

KT나 LG유플러스나 SK텔링크의 2년전 조건은 기본적으로 따르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SK텔링크의 동의 아래 정부가 사후적 조건 변경으로 일부 경쟁 제한 조건을 더 부과할 수 있다. 여기에 주어지는 조건 역시 다른 이통사의 자회사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점유율 제한, 도매대가 인하…뾰족한 수가 없다

정부는 SK텔링크에 부여됐던 조건 외에 다른 제한 조건을 검토중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당장 미래부가 알뜰폰 산업과 관련해 규제할 수 있는 부분이 SK텔레콤 망도매 대가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기본적으로 진흥을 위한 산업으로 보고 시작했던 이유가 크다.

그럼에도 미래부 관계자는 “중소사업자를 지원할 수 있는 방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존 알뜰폰 사업자 일부도 미래부에 적정 조건이라며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련 규정을 새로 만들기도 어렵고 마땅한 법적 근거를 찾기도 어려운 사정이다.

시장 점유율 제한으로 이통사 자회사의 알뜰폰을 묶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는데, 최선의 방식은 아니다. 특정 수치의 점유율을 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지도를 통해 점유율 제한은 가능하지만 사업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점유율에 대한 해답은 딱히 없다.

일부 기존 알뜰폰 사업자는 LTE 망도매 대가 인하를 주장하기도 한다. 3G 망도매 대가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LTE 도매대가는 여전히 비싼 편이다. 이에 LTE 상품 판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통사가 LTE 도매대가를 내릴 수 있도록 강제하자는 것이다.

이 역시 업계가 절대적으로 반기는 방안은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가 알뜰폰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기존부터 논의되던 내용인데 이를 마치 이통사가 자회사를 통해 기존 사업자를 어렵게 하는 환경을 만들면서 선심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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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 단체는 이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이통사의 직접 알뜰폰 진출에 반대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뜻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률상 사업 진출에 대해 공정위가 공정경쟁을 이유로 제한하는 분야는 전자상거래와 다단계 사업 뿐이다. 시민단체의 주장도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와 직접 경쟁을 하게 됐을 때 공정위가 공정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시해줄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존 알뜰폰 업계는 시장 진출 이후 경쟁 상황을 말하는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이통사의 직접 진출을 반대하고 있고, 설령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기존 경쟁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 철저한 선제 등록 조건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