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상반된 스마트TV 생태계 전략

삼성 "개발자 우선" vs LG "하드웨어 먼저"

일반입력 :2014/05/23 13:32    수정: 2014/05/23 13:41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새 스마트TV 플랫폼으로 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상반된 생태계 접근 방식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LG전자가 먼저 제품을 상용화하면서 개발자의 진입 부담을 덜어 줬지만, 체계화된 기술 지원과 커뮤니티 운영 면에선 삼성전자에 비해 다소 불리한 여건이라 향후 벌어질 양상에 더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연내 타이젠TV를 출시할 예정이다. 인텔과 함께 주도하는 오픈소스 운영체제(OS) '타이젠'을 품은 삼성 스마트TV를 상용화한다는 구상이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자를 위한 기술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소비자를 위한 제품은 조금 더 늦게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내달초 미국서 열리는 제3회 타이젠개발자컨퍼런스(TDC)에서 타이젠TV용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공개가 유력하다. 행사는 리눅스재단 주최지만 메인 스폰서인 삼성전자 소속인 한국인 엔지니어가 주요 강연자로 대거 참가한다. 그중 타이젠TV 관련 세션만 5개다.

지난해 9월 윤부근 소비자가전 부문 사장이 올해 타이젠TV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이어 11월 김현석 영상디시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이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에 이어 곧 TV도 선보일 수 있겠다고 언급했다. 달리 말해 '타이젠폰'이 나와야 타이젠TV도 출시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업계가 관측해 온 타이젠폰 상용화 시점이 계속 늦춰져 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타이젠폰 첫 출시를 예고했던 일본 NTT도코모는 지난해 9월 흘러나온 업계 소문대로 해당 계획을 미룬다고 연초 직접 밝혔다. 그뒤 러시아에서 출시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5월로 예고된 등장 시점은 6월로 또 늦춰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타이젠폰이 출시된 뒤 인도에서 타이젠TV가 발표될 전망이다. 여전히 구체적인 일정은 안갯속이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아직 제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타이젠TV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어 줄 외부 개발자 영입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제품을 내놓기 전에 해당 운영체제(OS)의 앱 개발자를 확보하는 전략은 '맨땅에 헤딩'하려는 느낌도 없지 않다. 다만 삼성전자가 이전부터 자체 스마트TV용 OS '삼성리눅스플랫폼(SLP)'를 기반으로 꾸려 온 개발자 및 파트너 생태계를 활용할 계획이라면, 막무가내 전략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고성능, 고화질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대립각을 세워 온 LG전자는 차세대 스마트TV 플랫폼 전략 면에서도 상반된 접근법을 보여 준다.

LG전자는 스마트TV 사업에서 기존 자체 플랫폼 '넷캐스트'의 비중을 확 줄이고 HP로부터 확보한 '웹OS'를 적극 활용할 뜻을 드러냈다. 올해 출시할 스마트TV 모델 70%에 웹OS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14 행사에 웹OS 기반 스마트TV를 선보이며 내놓은 계획이다.

웹OS는 지난해 2월 HP를 떠나 LG전자 품으로 들어왔다. 당시 계약은 HP에서 보유했던 소스코드와 개발문서 등 기술 자산뿐아니라 개발인력도 LG전자가 인수한다는 내용으로 체결됐다. 자체 플랫폼을 확보한 LG전자는 '스마트TV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웹OS를 활용하겠다고 예고했다.

타이젠보다 먼저 제품이 출시된 적이 있었다고 해도, 기존 웹OS 플랫폼 생태계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따라서 LG전자 입장에서는 자사 스마트TV 생태계 발전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새롭게 앱 개발자들을 영입해야 할 상황이다. 즉 삼성전자의 타이젠TV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제 막 생태계를 조성하는 단계다.

다만 LG전자의 경우 일찌감치 제품 시판에 들어가면서 '선공'을 날렸다. 지난 2월말 국내에 시네마3D 스마트TV LB6800 시리즈 출시를 시작으로 웹OS 탑재 스마트TV를 국내에 순차 출시한다는 계획이 공개됐다. 연내 출시 스마트TV 모델에 탑재되는 웹OS 비중도 연초 70%에서 '90%이상'으로 더 늘어났다.

사실 소비자들이 스마트TV 기능을 원한다고 해도, 어떤 OS를 탑재하고 있느냐 자체는 구매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새로운 플랫폼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에겐, 출시 일정과 확산 목표가 불분명한 제품보다는 이미 판매 중이고 향후 비중이 커질 수 있는 제품 쪽이 훨씬 매력적이다.

또한 LG전자 역시 생태계 확대에 신경을 써왔다. 웹OS TV 상용화 계획이 공식화된 뒤 지난해 11월 한 웹기술 컨퍼런스에서 자사 TV플랫폼 연합 진영으로의 웹앱 개발자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달 LG와 타사 TV플랫폼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모바일과 TV 연동 앱개발 프레임워크 '커넥트SDK'를 공개해, 기술적인 저변 확대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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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OS TV의 제품이 제공하는 사용자경험(UX) 관련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었던 만큼, 현시점 기준으로 개발자들의 생태계 진입장벽 낮추기에 성공한 쪽은 LG전자다. 그러나 LG전자가 모처럼의 기회를 활용 못하고 날려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타이젠 쪽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는 지금도 리눅스재단을 통해 비교적 정돈된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웹OS 쪽은 HP 제품 사업이 크게 실패한 이후 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LG전자도 웹OS TV 개발자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올상반기 중 웹OS TV 개발자 사이트를 개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