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어른들은 아직도 모른다”

서울디지털포럼, 게임의 올바른 인식과 이해 강조

일반입력 :2014/05/21 19:40    수정: 2014/05/22 09:16

“게임에 대해 어른들은 아직도 모른다. 또 영원히 모르겠지만 서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서울디지털포럼에서 한 말이다. ‘서울디지털포럼 2014’ 첫 날 진행된 심화 세션 ‘게임병, 그리고 사회적 치유’의 핵심적인 내용은 이것으로 요약된다.

21일 서울 동대문 DDP에서는 SBS가 주최하는 서울디지털포럼 2014가 열렸다. 이 중 심화세션인 게임병, 그리고 사회적 치유 포럼에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과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를 비롯해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동만·도영임·박주용 교수·고려대 김휘강 교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박준현 교수, 신의진 의원실 우재준 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먼저 송길영 부사장은 ‘어른들은 아직도 몰라요’라는 주제로 노는 행위에 대해 죄의식화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꼬집어 비판했다.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가 ‘아이’고 ‘공부’다 보니 아이가 놀면 불안해지고 결국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다는 논리였다.

송 부사장은 “부모의 정보력이 중요해지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교육이란 말이 생겨날 만큼 대한민국은 사교육 공화국이 됐다”면서 “아이들은 사이버 삶이 실제의 삶이 될 만큼 게임과 SNS 안에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해졌는데 어른들은 아직도 이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결국 이런 몰이해로 인해 아이는 부모에게 미안하고 부모는 아기 때문에 속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노는 것에 대한 걱정은 부모들이 가진 불안감의 표출인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리학자인 도영임 교수 역시 장기간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면서 겪게 된 체험담을 근거로 게임 안에 살아있는 현실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들어가서 무엇을 얻고 있는지, 또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사회와 학부모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 교수는 “청소년이 성적 및 진학 문제 때문에 자살하고 불행하다고 호소하는 지금, 게임이 더 문제인지 아니면 현실의 문제가 더 문제인지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게임 사용자가 가진 다양한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게임의 세계와 그들의 다차원적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 통제만 할 경우 단절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들을 이해의 대상으로 보느냐 판단의 대상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이해의 시각에서 접근해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주용 교수는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중독’과 ‘사교’로 나뉘는 점을 들어 게임 과몰입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그는 엔씨소프트 인기 게임 ‘아이온’을 분석한 데이터를 근거로, 게임 안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임 안에서 협동해서 춤을 추는가 하면, 오프라인으로 만나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까지 발견됐다는 것.

이에 보태 김휘강 교수는 ‘게임 빅 데이터로 이해하는 몰입도와 사회성’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게임에서 이타주의적인 선행이 자주 관찰됐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고레벨 이용자들이 저레벨 이용자들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아이템을 선물하거나, 서로 협력 플레이를 행위를 함으로써 선행을 베풀더라는 설명이다.

또 선행을 받은 사람의 80%가 3개월 이내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푸는 이타적 행위의 전파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객관적 데이터를 통한 긍정적 결과가 있음에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슈만 부각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현실 세계는 사람 간의 관계가 각박해져가지만 오히려 온라인 세계에서 호의적, 이타적인 행위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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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날 포럼에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학부모들과 아이의 정서적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기술과의 지나친 교류가 아이들의 뇌 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또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게임을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4대 중독법’이 ‘게임중독법’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 자신의 법안이 정치적으로 낙인 찍혔다면서 “가슴이 아프고 슬프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