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中 시안서 '제2의 도약'

서부 내륙 요충지…중국 시장 적극 공략

일반입력 :2014/05/21 15:43    수정: 2014/05/22 07:42

정현정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도시인 시안에는 지하에 수많은 보물이 있는 것으로 안다. 지하에 고대 보물이 있다면 삼성전자는 지상에서 최첨단 미래의 보물을 만들어 시안을 보물 도시로 만들겠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낸드플래시 신규 공장 준공식에서 내외신 기자들에게 던진 포부다. 삼성전자는 시안 진출을 통해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는 동시에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신규 공장이 위치한 시안은 1천100여년간 중국의 수도 역할을 담당한 역사의 도시로 과거 동양과 서양의 문물을 연결하던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이 곳에 역대 중국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인 총 70억달러(약 7조2천억원)를 투자해 연면적 7만평 규모로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전공정 라인을 건설했다. 이곳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최첨단 ‘V낸드’가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생산된다.

권오현 부회장이 “시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도시로 역사 깊은 도시에 첨단공장을 건설한 사례가 없었다”고 말할 만큼 쉽지 않은 투자 결정이었다. 국내와 상이한 법률과 각종 관행들도 오해를 만들어 비즈니스를 난관에 빠뜨릴 수 있어 해외에 공장을 건설해 운영한다는 것은 위험성이 큰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시안을 전략적 요충지로 정하고 최첨단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기로 한 것은 시안이 중국 정부가 동부 연해지역과 서부 내륙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서부대개발’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향후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또 저렴하면서도 높은 품질의 전력과 산업용수 등 대규모 제조사업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현재 40여개의 국가 연구기관과 600여개의 독립 연구기관이 위치해 물적 자원 뿐만 아니라 기술인력도 풍부한 것도 고려됐다.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세제와 인프라 등도 매력적인 혜택이다.

이미 많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 지역에 진출해 낸드플래시의 수요처가 되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고객들의 요구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거래선들도 삼성전자가 중국 현지에서 제품을 공급해 줄 것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 인텔, 도시바, 인피니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많은 반도체 기업들도 시안에 생산공장이나 연구소를 갖고 있다.

시안 공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과거 중국은 단순히 세계 최대 IT 생산기지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세계 최대 IT 제품 소비지역으로 부상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현재 세계 반도체의 48%가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9월 공사에 착수해 불과 20개월 만에 공장을 완공하기까지 중국 정부의 지원도 전폭적이었다. 시안 공장 건설은 삼성 그룹 내에서도 큰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 4월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국제 사회와 중국 지도부의 관심을 꾸준히 받았다.

권오현 부회장은 “20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기공하고 생산하는 전례가 없었던 만큼 첨단 공장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현지에 ‘산시(陝西)속도’·‘시안(西安)효율’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산시성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해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는 10나노급 3차원 수직구조 V낸드 메모리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낸드플래시는 휴대폰, 태블릿, 카메라, PC, 서버 등에 데이터를 영구히 저장하기 위해 쓰이는 저장매체 반도체로 최근 데이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더 많은 낸드 용량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최근 평면상에서 단위면적당 숫자를 올리는 미세공정이 기술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삼성전자가 최초 양산에 성공한 V낸드는 셀을 수평이 아닌 수직형태로 쌓아올려 기존 평면구조 미세화 기술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간섭효과를 해결하면서도 집적도를 높인 혁신적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V낸드 양산 이후 바로 V낸드 기반 서버향 SSD를 선보이는 등 발 빠르게 적용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향후에는 소비자용 SSD, eMMC(내장메모리)까지 적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19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자포럼 2014’에서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로 소개된 ‘5세대 그린메모리 솔루션’에도 V낸드 기반의 NVME PCIe SSD가 주요 제품으로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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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낸드 기반 SSD는 기존 HDD의 3분의 1 수준의 소비전력만 사용하면서도 700배 빠른 데이터 처리 성능을 갖추고 있다. 현재의 미세공정으로는 낸드플래시 용량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지만 이를 수직으로 적층할 경우 용량확대가 매우 용이해지는 장점이 있어 SSD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용량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꼽힌다.

김기남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V낸드는 세계에서 삼성이 최초로 개발한 기술로 기존 기술과 차이가 많이 나고 기존 시설에서는 생산이 어려운 만큼 새롭게 시작하는 시안에서 생산을 결정했다”면서 “최근 중국에서 IT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낸드플래시의 경우도 전 세계 소비량의 50%를 중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만큼 고객들과의 접점에서 IT 업체들에 공급하며 효율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