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더 추해지기 전에 소송 접어라”

독일 특허 전문가 뮬러, 애플에 직격탄 날려

일반입력 :2014/05/16 16:23

김태정 기자

“명백하게 애플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삼성과의 소송을 끝내지 않으면 더 추해진다.”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안 뮬러가 삼성전자를 물고 늘어지는 애플의 소송 전략에 대해 이처럼 직격탄을 날렸다. 뮬러는 삼성-애플 소송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으로 유명하다.

뮬러는 최근 본인 블로그에 ‘삼성전자와의 소송에서 실망스러운 평결을 받은 애플에게 주어진 3가지 선택 : 좋거나, 나쁘거나, 추하거나’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분석을 게재했다.

핵심은 애플이 소송 정당성을 잃었고, 앞으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멈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뮬러는 우선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비방법원의 ‘제2차 애플 대 삼성전자’ 손해배상소송 1심 배심원단이 내놓은 ‘쌍방 일부 승소’ 평결이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원고 애플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평결상 1억1천962만5천달러(1천232억원)로, 애플이 원했던 21억9천만달러(2조2천700억원)의 겨우 5.5%에 불과하다.

애플 수뇌부가 삼성에 얼마까지 받아낼 수 있다고 판단한지는 알 수 없으나 다양한 증인들을 내세워 법정에서 ‘정당성’을 주장해왔기에 이번 평결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는 애플의 소송 근거가 얼마나 빈약한지를 보여준다는 게 뮬러의 주장이다. 심지어 배심원들이 더 구체적인 증거를 파악했다면 삼성전자의 배상금이 제로에 근접했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소송에서 애플이 삼성전자의 침해를 주장한 자사 특허는 ▲PC-스마트폰 데이터 동기화(414) ▲단어 자동 완성(172) ▲데이터 태핑(647) ▲밀어서 잠금해제(721) ▲통합검색(959) 등이다.

배심원단은 이중 ‘통합검색’과 ‘데이터 동기화’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의 침해 사실이 아예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애플의 핵심무기 5개 중 2개가 떨어져 나간 셈이다.

평결상 삼성전자 배상액 1억1천962만5천달러 중 약 1억달러가 ‘데이터 태핑’ 침해에 관한 것인데, 이 역시 향후 재판에서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과 모토로라의 다른 재판에서 이 특허에 대한 범위 제한 해석이 나온 것을 새너제이 배심원들이 크게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삼성-애플 소송 막판 쟁점 ‘647특허’)

이에 대해 뮬러는 미국 씨넷의 분석을 인용해 “애플은 남을 고소하는 방식으로 안드로이드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안드로이드를 상대로 지난 수년 벌여 온 전쟁이 애플에게 한 푼도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심원 평결은 애플 입장에서 수치스러운 일이며, 애플의 안방에서 이뤄졌기에 더 그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뮬러는 애플에 좋거나, 나쁘거나 혹은 추하거나 등 3가지 길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제안했다.

첫째, 좋은 방법은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에 대한 고소가 부질없음을 애플이 깨닫고 중단하는 것이다. 스스로 안드로이드와 비교해 우위를 장담할 수 있는 특허를 가졌는지 진중히 돌아봐야 한다.

뮬러는 “이미 애플 변호사들은 삼성전자에 타격을 줄 만한 특허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과소평가된 ‘보석’이라도 찾지 않는 이상 현실을 받아들여라”고 요구했다.

또 “자신이 만든 기술을 소유하는 것이 자신이 만든 시장을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미 애플이 유럽 내 삼성전자 상대 소송에서 잇달아 패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뮬러는 밝혔다.

둘째, 나쁜 방법은 애플이 특별한 증거 보강이나 합의 없이 항소에 항소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 경우 변호사들을 제외하고 수혜를 입을 사람은 없다. 삼성과의 합의를 거부해 온 애플 경영진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이 만약 이런 옵션을 선택한다면 자사 특허 전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고, 이길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런다면 경영진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애플은 삼성전자와의 소송 싸움에서 최종 단계 전략 없이 강한 의지만 강조하고 있다는 게 뮬러의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추한 전개는 애플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의 이해에 맞지 않는 로비를 적극 벌이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기능 제한에 총력을 기울이는 방식으로써 현재보다 더 진흙탕 싸움을 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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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배상액 제로를 향해 더 다가갈 것이고 애플의 이미지 타격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뮬러는 “만약 애플이 안드로이드에 타격 입힐 중대한 특허를 새로 찾아낸다면 애플을 비난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소송을 위한 소송이 나쁜 생각임을 깨닫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