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윈도 업데이트, 너무 빨라도 문제네

파트너 기술 대응 느려 호환성 걸림돌

일반입력 :2014/05/14 16:34    수정: 2014/05/15 09:09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2년 윈도8 출시 후 운영체제(OS) 업데이트 전략을 변경했다. 3~5년의 시간을 두고 새로운 버전을 내놓던 것에서 더 빠른 업데이트(faster update)를 제공하는 쪽으로 바꿨다

이같은 행보는 윈도8 출시 후 얼마 안돼 흘러나온 ‘윈도 블루’ 소문에서도 엿보였다. 업계는 처음엔 윈도 블루를 윈도8 후 1년만에 내놓는 차기 윈도라 분석했지만, 윈도 블루는 윈도8.1 업데이트를 가리키는 코드명이었다.

윈도8.1은 2013년 6월 처음 공개 프리뷰 형태로 나왔고 그해 10월 정식버전이 공개됐다. 윈도8 사용자라면 모두 무료로 윈도8.1을 사용할 수 있었다. 윈도8.1 업데이트는 일각에서 ‘닷원(Dot One)’ 업데이트로도 불린다. MS는 1992년 윈도3.0을 윈도3.1로 변경한 후 20여년 만에 윈도 제품의 버전에 소수점을 붙였다. 윈도3.1은 3.0 출시 후 2년 뒤에 나왔다.

MS는 윈도8.1에 윈도8에서 지적됐던 문제점을 개선하고, 사용자환경(UI)에 큰 폭의 변화를 줬으며 새로운 기능도 추가했다.윈도8.1은 윈도8에서 전면적인 업데이트라는 점에서 기존 MS 행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윈도7까지 MS 윈도 업데이트는 서비스팩이라 불리는 형태가 가장 대규모 변경이었는데, 윈도8.1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를 담지는 않았다.

윈도8.1 업데이트의 핵심은 윈도NT 커널을 수정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와 직접 맞닿은 영역인 커널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윈도8과 윈도8.1은 다른 제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윈도8.1 업데이트는 2~3GB 용량으로 적지 않은 크기였다.

윈도8.1 업데이트는 애플 맥OS X에서 이뤄지는 업데이트 스타일과 닮았다. 애플은 OS X 10.7인 라이언, 10.8인 마운틴라이언, 10.9인 매버릭스처럼 매년 OS 버전명을 소수점을 한자리씩 높이고, 매버릭스부터는 모든 맥 사용자에게 새 OS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에게 이벤트 성격으로 느껴지는 잦은 대형 업데이트는 MS에게 나쁜 선택이 아니다. 새 윈도 업데이트 전략이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란 게 일반적 의견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 사용자들은 짧은 주기로 이뤄지는 OS 업데이트에 익숙해져있다. 애플은 iOS를 매년 내부와 외형 모두 눈에 띄게 변화를 주면서 새버전으로 내놓고, 구글도 안드로이드를 길게는 1년, 짧게는 6개월마다 업데이트한다. 윈도도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로 범위를 확장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긴 주기의 업데이트는 뒤처진다는 느낌과 구식이란 느낌을 줄 수 있다.

MS는 윈도8.1 선보인지 6개월이 흐른 지난달 윈도8.1에 대한 첫번째 업데이트를 내놨다. 이번에도 외형적인 변경을 줌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변화를 쉽게 체감하게 했다. 윈도8.1 두번째 업데이트가 10~11월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 업데이트에선 사라졌던 시작메뉴가 화려한 모습으로 부활할 것이란 MS의 약속도 있었다.

그러나 MS의 빠른 업데이트 전략은 휴유증도 남겼다. 파트너들의 느린 대응으로 빚어지는 하위 호환성 문제다.

지난해 MS의 윈도8.1 업데이트 당시 삼성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윈도8 탑재 PC만 윈도8.1 업데이트를 지원한다’고 공지했다. 윈도7을 사용하다 윈도8 라이선스를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 삼성전자의 SW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삼성전자 노트북과 데스크톱 제품 중 선탑재되는 복원솔루션과 각종 유틸리티 앱을 윈도8.1 업데이트 후 쓸 수 없게 된 사용자도 나왔다. 업데이트 후 이전엔 나타나지 않았던 드라이버 장애를 겪는 사용자도 많았다. 한 삼성 노트북 사용자는 윈도8.1 업데이트 후 마우스패드나 무선랜카드 작동오류를 경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른 PC 제조업체 제품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벌어졌다. 심지어 지금은 거의 보기힘든 '죽음의 블루스크린(Blue Screen of Death)'까지 나타났다.

SW의 문제도 있었다. 윈도 기반 제품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윈도8.1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아 갑자기 특정 SW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애플의 윈도용 아이클라우드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윈도8.1 출시 3개월 뒤인 올해 1월에야 윈도용 아이클라우드를 업데이트했다.

MS는 윈텔 동맹이라 불리는 사업모델로 전세계 OS 시장을 석권했다. MS는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고 인텔 x86 플랫폼에서 작동되는 범용 OS를 만들어 제공하고, PC제조업체가 윈도와 인텔 CPU를 탑재한 PC 하드웨어를 만들어 판매했다. PC 부품업체들도 윈도에서 돌아가는 제품을 만들어 생태계에 들어갔다. SW 회사까지 합쳐 수십년 간 구축된 윈도 생태계는 전세계적인 규모를 이뤘다.

때문에 MS가 윈도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관리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 파트너들 수가 많을 수 밖에 없다. 대형 PC 완제품업체뿐 아니라 드라이버를 필요로 하는 모든 PC부속품 제조업체가 MS의 사업파트너이자 관리대상이다. MS가 윈도8 커널을 변경하는 업데이트를 내놓으면, 이들 하드웨어 파트너들이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지원해줘야’ 한다.

만약 어느 노트북 부품 제조업체가 윈도8.1 업데이트에 맞는 드라이버를 제공하지 않으면, 해당 노트북은 온전한 작동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하위 호환성 문제가 ‘닷원 업데이트’로 발빠르게 치고 나가려는 MS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MS는 파트너 생태계를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세계 어느 SW회사보다 촘촘하고 견고하게 구축한 회사다. 하지만 관리해야 하는 경우의수가 너무 많아 시야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벌어질 수 있다.

한국MS 관계자는 “윈도8.1 업데이트 당시 PC제조업체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 호환성 문제를 사전에 대비했지만, 너무 제품이 많다보니 일부 모델이 호환성 검토대상에서 벗어났던 것 같다”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파트너사와 호환성 보장을 위해 긴밀하게 협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보다 빠른 업데이트에 대해 과거 프로세스에 익숙해진 파트너 중 투입자원에 여유가 없는 파트너들이 MS의 개발속도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트너와 함께 OS사업을 영위하는 상황에서 MS의 전략은 강력한 힘을 받기 어렵다. 구글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때마다 휴대폰 제조사의 새 OS 업데이트 지원문제가 불거지는 것과 비슷하다. 심지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묶음 판매하는 애플조차 OS의 하위호환성 문제는 100%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MS는 파트너에 대한 협력 문제에 더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파트너 지원체계를 더 강력하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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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이뤄지는 MS 윈도의 소소한 업데이트 대부분은 드라이버에 대한 것이다. 드라이버의 호환성문제나 버그리포트를 받은 MS가 파트너에게 통보하거나 지원해 드라이버를 안정화시키기 때문이다. MS는 윈도 사용자 PC에서 각종 장애나 버그를 데이터로 받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용자가 윈도 성능향상을 위한 데이터수집 의향을 묻는 팝업창에서 동의 의사를 표해줘야 가능하다.

한국MS 김영욱 부장은 “모바일 시대에 윈도의 빠른 업데이트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에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앞으로 관건은 소비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MS의 윈도 업데이트와 하위호환성 해결 사이의 시간적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