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통신사에 '열기구 통신망' 임대 추진

구체화되는 야심만만 '룬' 프로젝트

일반입력 :2014/05/10 10:53    수정: 2014/05/10 22:35

통신사업자들이 검색업체 구글에게 망을 빌려 쓰는 날이 올까? 구글은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이라 여긴다.

외신들은 지난 8일 구글이 통신사들에게 풍선으로 만든 무선망을 리스(lease) 형식으로 빌려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풍선으로 만든 무선망이란 지난해 6월 구글이 지구상의 모든 이들에게 인터넷 접속을 제공한다며 공개한 '룬(Loon)' 프로젝트를 가리킨다. 그 이름처럼 하늘에 무선인터넷 공유기 역할을 하는 열기구 풍선을 띄워, 그 지역을 3G 데이터통신 수준의 속도를 내는 와이파이존처럼 만든다는 구상이다.

룬 프로젝트는 구글에서 주로 비밀스러운 연구를 지휘해 온 조직 'X랩'에서 추진 중이다.

IT미디어 아스테크니카는 X랩 수장인 아스트로 텔러의 최근 발언을 인용해 구글은 풍선 기반의 무선네트워크를 위한 (주파수) 대역을 사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통신사들이 이미 갖고 있는 주파수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면서 그 대신 구글은 지역별 통신사들에게 (룬프로젝트로 만들어질) 네트워크를 임대해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새로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와 손잡고 통신사 기존 주파수를 사용해 룬을 위한 무선망을 만든 뒤 서비스 확대를 필요로하는 통신사들에게 임대해 주겠다는 것이다. 통신사와의 경쟁이 아니라 협력에 기반하는 모델인 셈이다.이는 구글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각국별 주파수 대역 사용 권한을 확보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파수는 희소 자원이라 대다수 지역에서 국가가 그 사용 권한을 직접 통제, 분배한다. 구글이 어떤 지역에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하려면 그에 필요한 주파수 대역 사용권을 해당 정부나 관할 기관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그런데 구글이 국가로부터 주파수 대역의 사용 권한을 직접 얻어내려면 몇년이 걸릴 수 있는 할당 계획에 따라야 하고, 그나마도 불가능할 수 있다. 이에 구글은 이미 국가에 주파수 사용료를 지불한 각지 통신사들로부터 필요한 만큼의 주파수 대역을 '사는' 게 현실적이라 판단하고 이를 추진해 왔다. 이것 역시 현실화되지 않았다.

텔러는 지난 6일 열린 온라인IT미디어 테크크런치 연례 컨퍼런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 참석해 룬 팀은 지난 6개월 동안 주파수 대역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거대 기업들과 협상해 왔지만 성과를 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구글은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주파수 사용권을 직접 확보하는 대신 이미 그걸 갖고 있는 통신사업자의 주파수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룬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지는 무선망을 통신사들에게 임대해 주겠다는 구상을 꺼내들었다.

다시 말해 구글은 룬 프로젝트 망을 기존 통신사업자 무선인터넷 커버리지 확장 용도로 제공하기로 했다는 뜻이다. 이런 결정은 텔러가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와 상의해 내려졌다.

IT 블로그 사이트 퍼스트스팟은 텔러는 (페이지 CEO와 의논한 끝에) 통신사로부터 주파수 대역을 라이선스 하는 대신 구글 룬 풍선을 이미 존재하는 지역내 인터넷 접속에 사용하기로 했다며 통신사들은 구글로부터 '풍선을 빌려서' 지역과 접속에 대한 제약 문제를 풀어줄 수 있다고 표현했다.

이런 결정은 구글과 각 지역별 통신사 모두에 이득이 될 수 있다. 구글 입장에선 인터넷을 서비스하려는 지역마다 장기간 비밀리에 계약을 진행하느라 막대한 자원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진다. 통신사 입장에선 구글이 해당 지역 통신서비스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따른 위협을 느끼지 않아도 될뿐아니라 서비스 범위를 늘리기 위해 높은 시설 투자를 하는 대신 훨씬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글의 풍선 네트워크를 빌리면 된다.

최종적으로는 사용자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다. 구글이 주파수 대역의 사용권한을 사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 대역폭은 현지 통신사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통신사가 기존 주파수 대역폭을 구글의 풍선 네트워크에 쓸 수 있도록 만들 경우 그보다 큰 대역폭을 할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구글이 목표한 3G 데이터통신 수준의 인터넷 속도를 더 쉽게 실현할 것이다.

다만 구글의 구상을 마냥 낙관하긴 어렵다.

일단 룬 프로젝트의 실용성, 서비스 품질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풍선 네트워크 방식은 그 구조상 통신사의 기술이나 사용자의 하드웨어와 무관하게 접속 불량을 야기할 수 있다. 물론 구글은 이 숙제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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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접속을 제공하겠다는 발상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 빌 게이츠는 MS 이사회 의장이었던 지난해 8월 당시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룬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누군가 말라리아로 죽어갈 때 보게 될 그 풍선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 없다며 저소득 저개발국가에겐 그들의 삶을 개선시킬 뭔가 직접적인 조치를 해주지 않는 한 (인터넷 무료 접속과 같은 서비스는) 쓸데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