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직원 26% 짐 싼다…체질개선 성공할까

연간 인건비 7천억↓…내부 동요·경쟁력 회복 과제

일반입력 :2014/04/22 11:16    수정: 2014/04/23 07:39

정윤희 기자

KT 직원의 4분의 1이 회사를 떠난다. 황창규 회장이 취임 2달 반 만에 내놓은 대규모 인적쇄신안의 결과다. 그동안 KT의 약점 중 하나로 지적돼온 막대한 인건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KT는 지난 21일 오후 6시 특별 명예퇴직 접수를 마감한 결과 총 8천320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체 직원 3만2천188명 중 25.8%에 달하는 규모다. 근속기간 15년 이상인 명예퇴직 대상자 2만3천여명 중에서는 36.2%가 신청한 셈이다.

이는 KT 명예퇴직 사상 최대 규모기도 하다. 지난 2003년에는 5천497명, 전체 직원의 12.6%가 명예퇴직 했으며, 지난 2009년에는 5천992명 17.1%가 회사를 떠났다. 금번 명예퇴직 신청자들은 오는 23일 인사위원회를 거쳐 30일 퇴직하게 된다.

당초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약 6천여명 가량이 명퇴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지난 18일 기준 5천여명 이상이 명예퇴직 신청을 완료한 것을 감안하면 21일 접수 마감을 앞두고 신청이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인사위원회가 남았지만 업계에서는 신청자의 대부분이 퇴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청자들이 모두 퇴직할 경우 KT 직원수는 현 3만2천188명에서 2만3천868명으로 줄어든다. 평균 연령도 현 46.3세에서 44.5세로 낮아진다.

■연간 인건비 7천억 절감 기대

KT 2분기 실적에 반영될 퇴직금 비용은 1조2천억원으로 예상된다. 퇴직자들은 근속기간 및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명예퇴직금을 지급받을 예정이며, 총 금액은 평균적으로 퇴직 전 급여의 2년치 수준이다. 1인당 평균 명예퇴직금은 1억5천만원으로 추정된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KT M&S, ITS 등 그룹 계열사에서 2년간 근무할 수도 있다.

KT 관계자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자격 요건을 체크하고, 필수인력의 경우 만류하는 작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 신청자 수보다는 살짝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퇴직금 총 비용은 인사위원회를 거쳐 최종 명퇴 인원이 결정되고 난 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명예퇴직으로 인한 직접적인 인건비 절감 규모가 연간 약 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가에서는 자회사 위탁 비용 증가 등을 감안한 실질적인 인건비 절감 규모가 약 5천억~6천억원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적인 인력 운영, 자회사 구조조정이 병행될 것으로 보여 지난 2009년보다 명예퇴직의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8천320명이 퇴직할 경우 연간 인건비는 4천972억원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직원수 감소로 인한 인건비가 연간 7천72억원 줄어드는 동시에 명예퇴직한 직원이 담당하던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 운영하는데 따른 비용이 2천100억원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KT M&S 등 위탁대상 업체 자회사 평균 인건비는 KT의 39% 수준으로, 최종 비용 절감 효과는 연간 4천972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KT는 오는 5월부터 현장 영업, 개통, AS 및 플라자 업무(지사 영업창구 업무)를 KT M&S, KTIS, KTCS 및 ITS 7개 법인 등 계열사에 위탁키로 했다.

양종인 연구원은 “올해 KT의 영업이익은 1조2천억원의 명예퇴직금 지급으로 308억원 적자 전환될 전망”이라면서도 “내년 영업이익은 인건비가 14.3% 줄어 당초 예상 9천862억원에서 1조4천810억원으로 50.2%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남곤 동양증권 연구원 역시 “대부분의 명예퇴직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이면서 직접인건비 감소 비용은 약 7천억원 수준, 자회사 지급 수루료를 제외하면 연간 5천8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재개 임박…사기 진작-경쟁력 회복 ‘숙제’

문제는 조직 분위기 재정비다. 현재 KT 내부에서는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인해 조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등 동요가 심한데다 새노조를 중심으로 강제 명예퇴직 압박 주장이 제기되는 등 곳곳에서 마찰음이 감지된다.

KT 한 직원은 “사람들이 모여도 아무 말 안하고 그냥 줄담배만 피우고 있다”며 “작년 고과에서 A를 받으신 분도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등 정말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다는 냉소주의가 만연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KT 직원 역시 “신청자 규모가 예상했던 것을 넘어서자 사무실 곳곳에서 한숨소리만 들리는 등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며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일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겠지만 직원들에게만 고통을 강요한다는 불만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는 27일 영업재개를 앞두고 시장 경쟁력 회복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KT는 갤럭시S4 미니, 옵티머스 GK 등 전용 스마트폰 단말기 출고가 인하, 신규 프로모션 요금제 등을 준비하는 등 영업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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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LTE 무제한 요금제의 선점도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빼앗기면서 내부적으로는 조급해졌을 것”이라며 “단독 영업과 동시에 시장에 무언가를 내놓고 가입자를 끌어 모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요금제나 할인 프로모션, 요금제별 요금할인에 약정할인을 추가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남곤 연구원도 “구조조정의 결과로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매출 성장 동력이 없는 구조조정은 1~2년 효과를 내는 데 그치기 때문에 유선사업부 매출 증가와 무선 사업부 실적 개선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