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페이스북 "조직 나눠서 키운다"

속도 경영, 모바일 최적화 등 다목적 포석 전략

일반입력 :2014/04/22 11:17    수정: 2014/04/22 16:07

남혜현 기자

PC 온라인에서 덩치를 키운 네이버와 페이스북이 모바일에선 잘게 쪼개지는 모험을 하고 있다. 오랜 시간 닦아놓은 통일된 브랜드마저 과감하게 버린다. 네이버는 라인과 밴드 성공 경험에 고무됐다. 페이스북도 뉴스 앱 ‘페이퍼’를 선보였고, 메신저 기능을 별도 앱으로 분리시킨다.

변화의 방향은 각 회사가 선보인 비전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그간 하나의 큰 덩어리에서 모든 온라인 소셜 활동을 할 수 있게 했었지만, 이제는 작고 좁은 서비스에 집중한 여러 개 조각으로 나눌 것이라 밝혔다.

다시말하면 페이스북 웹사이트, 모바일 앱 하나에서 제공하던 서비스들을 기능별로 분화시키겠다는 뜻이다. 더 놀라운 대목은 다음이다.

저커버그는 쪼개진 앱 중 일부는 페이스북 브랜드를 달지 않을 것이며 페이스북 계정을 쓰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이를 위해 크리에이티브 랩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이들이 만든 첫 작품이 뉴스앱, '페이퍼'다.

네이버도 큰 틀에서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달 초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웹툰&웹소설 ▲클라우드 ▲동영상 ▲사전 등 6개 사업 부문을 셀 단위 조직으로 전환했다. 각 셀은 조직 최고 단위인 본부 직속으로, 리더들이 본부장과 직접 소통한다.

회사 측은 조직개편을 통해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분사 시키기엔 작은 조직을 사내 벤처 같은 셀 조직으로 만들어 새로운 시장과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임무를 부여했다. 끌어 안고 있을 때는 통하지 않던 글로벌 서비스도 독립성을 부여한 별도 조직으로 떼놓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모바일 메신저 라인, 캠프모바일 밴드의 경험에서 배웠다.

굳이 '네이버'라는 이름에 대한 집착도 버렸다.

해외 시장에서 라인은 라인, 밴드는 캠프모바일 밴드일뿐, 네이버와 연결고리를 찾기는 어렵다. 이 회사 관계자는 네이버라는 브랜드가 한국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글로벌에서 싸워야 하는 서비스들에는 큰 의미가 있지 않은 것 같다며 각 서비스가 영역과 타겟층이 다르기 때문에 통일된 브랜드의 시너지보다는 독립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 더 있을 것으로 봤다.

변화 가능성을 놓고 조직을 쪼개는 방향은 네이버와 페이스북이 잡은 공통된 흐름이다.

그 저변엔 모바일 환경이 깔려 있다. PC처럼 집적된 기능을 한꺼번에 제공하기에 모바일이란 공간은 좁다. 한 앱에 모든 기능이 들어 있다면 편리할 순 있어도 복잡하고 무겁다. 이용자가 무엇을 필요로 할지 모르니 특화한 기능만 집중해 다양한 앱을 내놓는다면 이용자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다만 구체적인 속내는 다를 수 있다. 네이버는 조직관리 측면에서 효율성을 앞세웠다.

이 회사 관계자는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고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 공격적인 움직임에서는 굉장히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해진 의장이 직접 총괄한 라인이 그랬다. 라인은 최근 세계 4억명 가입자를 돌파했다. 네이버가 그간 번번히 가로막혔던 글로벌 진출의 한을 라인이 절반 정도 풀었다.

페이스북은 미국 현지에서 가입자 증가율이 둔화한 것이 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친 원인일 수 있다. 미국 10대들의 이탈은 페이스북에 큰 고민거리다. 부모나 교사들이 자신의 사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10대들의 우려와 SNS에 대한 피로도는 페이스북이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현금과 지분을 섞어 22조원의 거금을 들여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인수한 이유 일부도 여기에 있다. 페이스북은 왓츠앱을 당분간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미투데이를 만들었던 비트팩킹컴퍼니 박수만 대표는 네이버와 페이스북이 기능을 독립시켜 가는 것과 관련해 두 회사가 관점이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네이버는 조직 관리의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변화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외에 페이스북에 숨어 있는 구글 DNA도 역할을 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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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인재 상당수가 페이스북으로 합류해 있다. 소규모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취사선택을 빨리 해온 구글의 행동방식이 페이스북에 녹아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인재와 자원이 많은 만큼 다양한 실험으로 통할만한 서비스를 만들어온 것이 구글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큰 흐름에서 두 회사가 서비스를 분화하고, 개별단위로 움직이는 것은 같아 보인다면서 페이스북은 각 기능별로 모바일 앱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힌거고, 네이버는 각 서비스별로 공격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