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3.3배 갤S5 가격 어떻게 봐야 하나

보이는 게 다 아냐…숨은 비용 무시할 오류 적잖아

일반입력 :2014/04/16 18:14    수정: 2014/04/16 18:14

정현정 기자

‘커피원두 가격 123원,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은 4천원 vs.

갤럭시S5 생산원가 약 26만원, 국내 출고가는 86만원….’

지난해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알레그라스트레티지스가 재밌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돈으로 3천800원짜리 미디엄사이즈 카푸치노에 들어간 커피원두의 원가가 단 138원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포장에 사용된 컵과 뚜껑, 냅킨 등의 가격은 그 배인 276원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2011년 관세청 조사에 따르면 외국계 커피전문점에서 가장 많이 쓰는 미국산 원두 10g의 수입 원가는 세금이 붙기 전 가격이 123원이었다. 커피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이 3천500~4천원을 받고 팔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가보다 30배 가량이 비싸게 팔리는 셈이다.

하지만 알레그라스트레티지스의 조사 결과를 뜯어보면 커피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인건비였다. 3천800원짜리 카푸치노의 경우 그 4분의 1에 해당하는 950원 정도가 인건비로 나타났다. 정부에 내는 부가가치세도 커피 한 잔당 평균 638원으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커피에 들어가는 우유, 임대료, 관리비용 등의 비용을 제하고 나면 대략 13% 정도의 수익이 커피전문점에 돌아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를 실시한 알레그라스트레티지스는 “커피가 사람들의 사회관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5천500원 정도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IHS는 삼성전자의 신제품 스마트폰 갤럭시S5(32GB 기준)의 부품원가(BOM, Bill of Materials)를 251.52달러로 추산했다. 여기에 제조비용 5달러를 더하면 갤럭시S5의 생산원가는 256.52달러(약 26만7천원)가 된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출시한 갤럭시S5 출고가가 86만7천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갤럭시S5는 원가 대비 3.3배나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계산에는 함정이 있다. IHS가 추산한 생산원가는 하드웨어와 제조비용만을 단순 합산한 것으로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로열티 등 기타 추가 비용은 모두 제외된 수치다.

카푸치노와 비교하면 커피원두와 포장재 가격만을 더한 단순한 수치다.

커피 원가에 인건비와 임대료, 관리비용 등이 추가된 것처럼 스마트폰 생산원가에도 제품 개발과 생산에 들어간 연구개발 비용을 포함해 인건비, 건물임대료, 광고 및 마케팅 비용, 사후서비스(AS) 운영비용, 로열티, 소프트웨어 등 간접비용이 추가된다.

소요되는 항목은 너무 방대해 내부관계자가 아니면 정확히 산출이 불가능할 정도다. 여기에 삼성전자에 몫으로 돌아가는 수익을 더하면 제조사가 이동통신사에 넘길 때 붙는 출고가가 산출된다.

최근 관세청이 공개한 10개 수입 공산품·가공품 원가에 따르면 단순히 수입해서 판매되는 공산품의 경우에도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수익이 작게는 3배에서 많게는 14배를 넘기도 했다.

원가 1천423원에 수입된 립스틱은 15배 가까운 2만1천원대에 팔렸고 등산화는 수입원가의 4.4배, 칠레산 와인은 평균 5배 이상이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S5의 소비자 판매가격에서 생산원가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삼성전자의 마진으로 가정해도 3.3배 수준으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갤럭시S5의 부품원가는 다른 경쟁 스마트폰과 비교해서도 낮은 편이다. 초저가 스마트폰인 ZTE U793과 K-Touch T619+과 같은 제품의 경우 BOM은 35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애플 아이폰5S(32GB)의 IHS 추정 생산원가도 207달러에 불과했다. 갤럭시S5의 전작인 갤럭시S4 출시 당시 IHS가 추정했던 생산원가는 244달러로 갤럭시S5 대비 12달러 낮다.

반면 갤럭시S5의 출고가는 갤럭시S4 LTE-A의 출고가 95만원과 비교하면 9만원 가량이 저렴해졌다.

생산원가는 올랐지만 출고가는 오히려 내려간 셈이다.

앤드루 라스와일러 IHS 시니어디렉터는 “갤럭시S5는 삼성전자의 최고 사양 기종으로 갤럭시 라인의 고가 전략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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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와 소비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가계 통신비 부담을 지적하면서 스마트폰 출고가를 인하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전자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이 수많은 개발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혁신의 산물이자 생활의 필수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가격 책정은 과한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커피나 의류 등 다른 산업군의 경우에도 각 분야에 맞는 생산 노하우와 개발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스마트폰의 경우 유통구조와 개발과정에 투입되는 개발비용에서 다른 산업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면서 “명품의 경우 원가가 판매 가격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처럼 전자제품 역시 생산과정에 들어간 혁신의 가치를 인정하려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