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개발자도 춤추게 한 韓 SW업체 화제

개발자 80명중 10명이 해외파인 넥스트리밍 주목

일반입력 :2014/04/16 11:28    수정: 2014/04/16 11:32

개발자 세계에도 다문화 바람이 거세다. 국내 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개발자 수가 크게 늘었다. 포털이나 게임업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업체에서도 외국인 개발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미디어플레이어 기술 업체인 넥스트리밍도 다국적 개발자 진용을 갖춘 회사다. 전체 개발 인력 80여명 중 10명이 외국인이다. 미국, 캐나다, 파키스탄,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개발자들이 한솥밥을 먹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개발직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언어도 언어지만, 사소한 것에서 충돌의 소지가 있게 마련이다.

넥스트리밍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직접 회사를 찾아 2010년 미국에서 건너와 넥스트리밍에서 4년간 일하고 있는 책임 연구원 매튜씨, 매튜가 소속돼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조직의 유성현 팀장과 얘기를 나눴다. 매튜씨는 외국인 개발자를, 유성현 팀장은 한국인 개발자를 대표했다.

매튜는 미국에서 컴파일러 개발을 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입학해 언어학을 배웠다. 한국에는 유학을 왔다가 지인의 소개로 넥스트리밍에 입사하게 된 경우다.

그가 처음 입사했을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 문제였다. 매튜는 영어 잘하는 한국직원들이 많이 있어도 외국 개발자가 한국말을 못하면 적응하기 어렵다”며 “대부분의 업무가 이메일을 통해 이뤄지는데 사내뿐만 아니라 고객사에서 온 메일도 많고 참조로 된 메일까지 합치면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양이 엄청나다. 이때 한국어를 못 하면 이미 만들어 놓은 기능인데 또 만들고 있거나 하는 실수가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메일을 훑어 보는 법을 익히려고 자진해서 야근도 많이 해야 했다.

매튜에 따르면 외국인 개발자들이 자신처럼 한국에 유학을 왔다가 취업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래 일하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열에 아홉이라고 했다.

“한국에 유학와서 개발을 배우면 대학원에서 다 영어만 쓰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는데 막상 취업하면 한국어를 못해 적응하기 힘들어 대부분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며 외국인 개발자들에게 한국어 능력이 중요한 요소라고 거듭 강조했다.

회사에서도 외국인과 한국인 직원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해외 고객사가 많은 넥스트리밍은 이 문제를 한국인 직원들의 영어 역량도 함께 키우는 기회로 삼았다.

유성현 팀장은 “우리 회사의 경우 고객과 관계된 메일은 대부분 영어로 쓰지만 내부 메일은 80%가 한국어다. 20%정도가 영어로 돼 있는데 점점 영어 비중이 늘고 있다. 한국 직원들이 스트레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기회라고 생각하는 개발자들도 많다. 특히 매튜 같이 한국어도 잘하는 외국인 직원들과 회화 연습도 하고 외국 고객들과 메일 주고받을 때 정확한 표현이 맞는지 도움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나름의 효과는 있었다. 지금은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말을 너무 잘해 오히려 회사차원에서 한국직원들의 영어 역량 강화를 위해 외국인 개발자들에게 공식적인 회의에는 영어만 사용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 됐다.

유성현 팀장은 “외국에서 온 친구들이 한국어를 너무 잘 하다 보니 나는 영어 공부를 위해 일부러 영어로 얘기하고 이들이 잘 못된 부분은 또 친절하게 한국어로 가르쳐 주고 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영어가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매튜씨 역시 “직원들이 내 한국말을 잘 못 알아 들으면 영어로 다시 얘기한다. 그러면 한국 직원들이 한국어를 고쳐주기 때문에 이렇게 주고 받으면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다양한 나라에서 온 개발자들이 모여 있다 보니 조직 문화도 한국식 또는 미국식이 아닌 넥스트리밍만의 색깔을 갖게 됐다.

매튜는 “넥스트리밍은 미국 문화를 그대로 따라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반 한국 회사 같지도 않다. 넥스트리밍만의 문화가 있다. 한국인 개발자와 외국인 개발자가 모두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 졌다”고 설명했다.

그가 넥스트리밍을 선택하게된 이유 중 하나도 회사문화였다. 그는 이전에 다니던 미국 회사는 성과에 대한 압박이 너무 심해서 밤새 야근하는 날도 많았는데 넥스트링밍은 개발자 개인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야근문화도 없다고 말했다.

유성현 팀장에 따르면 넥스트리밍도 예전엔 주말근무와 야근이 많은 회사였다고 한다. 회사가 처음에 국내 대기업들과 함께 일할 땐 다른 IT업체들 처럼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주말근무도 많았지만 글로벌 고객으로 타겟을 바꾸고 과감하게 야근 및 주말근무 금지명령이 내려졌다. 고객이 떠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개발자들이 번아웃되면 전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예측 가능한 개발 일정을 잡는 것도 넥스트리밍의 기업 문화 중 하나다. 역시 해외 고객사가 늘면서 예측가능한 일정을 잡는 게 문화로 자리잡았다.

유성현 팀장은 “국내 대기업은 무조건 일정을 빨리 끝낼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좀 지연되면 욕먹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약속을 타이트하게 잡았었다. 그러나 미국 고객사와 일해보니 하루만 늦어져도 신뢰문제까지 얘기하더라. 빠른 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들이 이후 계획을 세우는 데 차질이 없도록 예측가능한 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해외고객들을 통해 모든 관계가 그렇게 되야 한다고 배웠고 내부에서 업무요청을 할 때도 예측가능성을 최우선에 두게 됐다”고 말했다.

넥스트리밍은 가능한 직원들의 업무 로드를 줄이기 위해 시스템화 하려는 노력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메일 중심으로 돼 있어 누락되는 정보가 있거나 필요 없는 메일을 너무 많이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슈 트레킹에 따라 스케줄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사내에 도입했다. 고객이 반복해서 요청하는 질문에 대해선 자동으로 응답할 수 있는 메일 시스템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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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직원들이 많은 회사의 특성상 업무 외적인 문화도 좀 독특하다. 유대인 직원들은 이자를 받으면 안 되기 때문에 회계 업무를 따로 처리해주거나 채식주의자 혹은 돼지고기를 못 먹는 직원들도 있어 도시락을 한번 주문할 때도 여러 개 선택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동호회 활동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유 팀장은 회사 생활은 영어만 해도 문제 없을 수도 있지만 회사 생활 끝나고 나머지 시간을 보내는데 한국말을 못하면 적응하기 힘들어 결국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없게 된다며 넥스트리밍에서는 동호회 활동을 장려해서 매튜는 음악 동호회를 계속하고 있고, 다른 외국인 개발자들도 등산 동호회와 축구 동호회를 하면서 한국 직원들과 어울리며 한국말도 배우고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