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부터 삐걱…반쪽 방통위, 내부 진통

일반입력 :2014/04/14 16:41    수정: 2014/04/14 17:03

방송통신위원회의 반쪽짜리 출범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회 야당 추천을 받은 고삼석 상임위원 후보자가 임명을 받지 못하고, 위원장을 비롯한 나머지 위원만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3기 방통위 출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잡음이 터져나왔다.

국회 야당 추천으로 임명된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14일 오후 기자실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최성준 위원장에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발언처럼 “합의제 운영 약속을 지켜야 신뢰받는 정부상 확립에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임 위원장 취임식이 열린지 6일만에 여야 추천 위원 간에 대립각을 보인 이유는 지난 11일 진행된 상임위원 간 내부 간담회 때문이다.

김재홍 위원은 상임위원간 회의에서 오간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위원회 운영과 관련한 소신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지난주 상임위원 간 회의, 갈등 불씨 조짐

지난 11일 상임위원 간담회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 임명하지 않은 고삼석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3기 방통위 정책방향 마련을 위한 TF를 여권 추천 위원 중심으로 구성하고 ▲법정 상임위원은 5인이지만, 4인 이상만 임명되면 위원회의를 운영하며 ▲여권 추천 위원으로 부위원장을 호선하자는 이야기 등이 오갔다.

방통위 상임위원이 4인 이상 임명되면 회의를 운영하고 3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하다는 법률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또 부위원장은 역대 1, 2기 방통위에서 전반기에는 여권 추천 위원이, 후반기에는 야권 추천 위원이 맡았다는 관행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방통위 산하 법정위원회 위원장 분담과 구성, 종편의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문제 등이 거론됐다.

이 회의는 향후 상임위원 전체회의에서 다룰 예정인 일부 안건에 대한 위원 산 사전 토의 형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김재홍 위원은 당장 야당 추천 위원이 모두 제대로 임명되지 않는 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김 위원은 “사무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 의견 조율은 하겠다”면서도 “지금은 상임위에서 일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방통위 설치법 취지, 여야 추천 균형있게 구성”

김재홍 위원이 반발한 이유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서 상임위원이 여야 추천 3대 2 구조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 청와대와 국회 여당 추천 위원의 일방적인 의견 제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위원은 여야 추천 위원 5명이 함께 해야 한다는 방통위 설치법 취지와 위원장, 부위원장 외 사무총장 역할 등이 합의제 기구 정신에 맞게 여야가 나눠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상임위원 간 회의에서 나온 내용에 대한 정면 반박인 셈이다.

무엇보다 먼저 문제삼은 부분은 야당 추천 위원이 빠진 상황에서 정책기조 논의나 부위원장 호선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김 위원은 “야당 추천 위원 1명이 빠진 상황에서 방통위의 기본 골격을 짜려는 시도는 용인할 수 없다”며 “최성준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거듭 약속한 것을 식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위원장 호선의 경우 방통위 설치법 입법취지를 존중해 국회 야당 원내교섭단체가 추천한 위원이 호선되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즉 최성준 위원장이 위원 간 회의에서 여당 추천 위원이 부위원장을 맡고 사무처 관료 통할을 맡는 사무총장 역할도 여권 추천 위원이 맡게 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고삼석 내정자 재추천 요청, 방통위 스스로 철회해야

김재홍 위원은 방통위 사무국에도 쓴 소리를 남겼다. 방통위가 법제처의 해석을 바탕으로 야당에 상임위원 재추천 요청을 보낸 것은 잘못된 행정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이 추천하고 국회가 의결한 고삼석 위원 내정자에 재추천 요청서를 보낸 것은 잘못된 행정행위”라며 “이는 하루 빨리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운영지원과는 지난달 24일 고삼석 내정자에 대해 자격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국회에 재추천을 의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방통위에 관련 공문을 받기는 했지만 공식 접수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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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이 포함된 국회 본회의 의결까지 통과한 뒤 벌어진 일이란 점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임명 재가까지 더해 국회 내에서 첨예한 대립 양상까지 번진 상황이다.

김재홍 위원 역시 “(방통위 사무국의 재추천 의뢰는) 의회 민주주의와 삼권 분립에 대한 무지이거나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국정 왜곡”이라며 “방통위의 정상화와 대통령의 원만한 국정수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