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모바일 지갑' 곧 선보인다

금융결제원과 수수료율 등 세부 사안 조율 중

일반입력 :2014/04/13 19:46    수정: 2014/04/14 09:54

남혜현 기자

카카오가 상반기 내 송금 서비스 앱 '뱅크 월렛'을 선보인다.

각종 카드사와 은행, 구글, 애플 등이 뛰어들었으나 활성화하지 못한 모바일 지갑 시장에 3천500만 국내 가입자를 확보한 메신저 플랫폼이 어떤 파괴력을 가져올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카카오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금융결제원과 손잡고 준비 중인 모바일 지갑 서비스 '뱅크 월렛'이 늦어도 상반기 내 출시된다. 양측은 현재 수수료율이나 충전액 한도를 비롯, 세세한 부분을 놓고 막바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말하는 뱅크 월렛은 송금 서비스가 중심이다. 앞서 금융결제원이 동명의 서비스를 제작, 실시해왔으나 대중성을 얻진 못했다. 카카오는 금융결제원과 손잡고 뱅크 월렛 앱을 개선해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쉽게 모바일 지갑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카카오스토리나 카카오페이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카카오톡 인증을 거치면 별도 회원 가입이나 친구 추가 단계를 건너뛰게 된다. 대신 뱅크 월렛의 경우 전화번호 기반으로 현금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 다운로드에서 은행 정보 입력과 가상 계좌 신설 등의 단게를 거치게 된다.

다만, 한 번의 인증 단계를 거친 후에는 송금 서비스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듯 이뤄진다. 예컨대 점심 식사비를 더치페이할 때, 또는 경조사비를 대신 내줄 것을 부탁할 때 카카오 친구 목록에서 이름을 선택한 후 곧바로 상대편에 현금을 송금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 뱅크 월렛의 무기는 경험에 근거한 사용 편의성이다. 이용자가 어떤 은행을 이용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실제 계좌에 근거한 가상 계좌를 만들고, 충전해 현금을 송금할 수 있다. 카카오라는 이름이 가진 브랜드 인지도와 카카오와 연계된 별도 앱을 내려받아 본 이들의 경험이 성공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는 것이다.

대중성은 관련 업계가 카카오 뱅크 월렛을 주목하는 이유다. 그간 국내 모바일 뱅킹 시장은 카드사들이 주도하는 결제 지갑과 SK플래닛이 만든 '스마트 월렛'이 이끄는 멤버십 카드, 금융결제원이 시작한 송금 서비스로 나뉘어져 있었다. 각자 특화한 부문으로 기업마다 모바일 지갑 기능을 쪼개 출시했는데 큰 호응을 얻진 못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지인 기반 메신저 플랫폼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주고 받는 콘텐츠가 있다면 그걸 확장해 나가는 개념으로 송금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라며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고 이모티콘, 상품 선물하기를 시도한 것처럼 친구들간 같이 할 수 있는 것 중에 계좌번호 없이 송금하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월렛 시장에 이미 수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나 크게 활성화가 안된 만큼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과 결합한 송금 서비스가 영향력을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한 셈이다. 다만, 관련 업계는 카카오가 송금 서비스 외에 마일리지 적립 카드 모음, 카드 결제 등 다른 월렛 기능을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월렛 서비스를 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가 준비하는 송금 서비스가 어떤 반응을 얻을까, 카카오 플랫폼이 어떤 영향을 가져갈까에 굉장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데 미지수라면서도 그러나 카카오는 네트워크 플랫폼을 가지고 송금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 모바일 지갑 서비스와는 시장이 다른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카카오가 송금 서비스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경우 다른 금융 서비스들를 포함한 큰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 측도 뱅크 월렛의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측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프로필 앨범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스토리가 싸이월드 자리를 대체한 SNS로 성장한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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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금융사에서도 계속해 모바일 지갑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월렛 시장에서 다양한 플랫폼 간 경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때문에 모바일 메신저든 금융권이든 사용자 마음을 먼저 얻는 곳이 향후 월렛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각 카드사나 금융사에서 결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앱을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이 초창기 형태라며 월렛 이용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사용자들이 모바일 신용 결제에 대해 마음을 여는 시기가 될 때 관련 시장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