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PC업계 신사업 진출 AS가 발목

비용 부담 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있는 상황

일반입력 :2014/04/09 16:20    수정: 2014/04/09 16:49

이재운 기자

국내 중견·중소 PC제조사들이 신사업 확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돌파구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사후서비스(A/S)에 대한 부담이다.

수만대 규모로 물량을 확대하지 못할 바에 제품 판매 후 거둬 들이는 수익보다 서비스 비용 부담만 더 늘리는 등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는 중견업체에게 연간 수만대 판매는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수치다.

9일 PC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중소 제조사들은 TV, 태블릿 등 유사 분야로의 진출 확대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무상 서비스 부품, 수리기사 교육 등에 들어가는 유지 보수 비용이 문제다.

최근 삼보컴퓨터, 대우루컴즈, 주연테크 등 국내 중견 PC 업체들은 시장 포화 속에 신성장동력으로 TV, 태블릿 시장진출에 나섰다.

삼보컴퓨터는 반값 TV에 이어 70인치 대형 모니터 ‘빅디스플레이70’을 앞세워 홈엔터테인먼트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윈도 태블릿도 선보였다. 대우루컴즈는 국내 TV 시장과 해외 CCTV 카메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연테크도 TV 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윈도 태블릿 신제품을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 제조사들도 TV와 태블릿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이들 업체는 신사업 추진에 따른 다양한 문제에 봉착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블릿 등 모바일 제품은 데스크톱PC 대비 수리비가 더 많이 소요된다.

태블릿 등 모바일 제품은 들고 다니는 제품이어서 한 자리에 고정된 데스크톱PC와 비교해 고장이 쉽게 발생하고 부품가격도 비싸다. 소비자의 귀책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무상서비스 기간 동안은 제조사가 수리비 일체를 부담해야 한다. 수 배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필요한 탓에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운영체제 업데이트 시 발생 비용도 고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태블릿 시장에서는 윈도 기반 제품만 고려하고 있다”며 “안드로이드의 경우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올 때마다 소요되는 비용이 중견·중소 업체에겐 천문학적인 수준”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경우 판매량이 연간 수 만대 이상 되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월 수 천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시장 자체가 포화되고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윈도 태블릿의 경우 지난해 국내 시장 전체 판매량 규모는 10만5천대 수준이었다. 이 중 삼성전자 제품이 9만여대를 판매해 86%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나머지 1만5천여대 시장을 놓고 델, 에이서, 레노버, 에이수스 등 외국 업체들과 다투는 모양새인데 이들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만족할만한 이윤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해외 시장 진출은 비용 부담 등으로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뚝뚝 떨어지는 가격 하락세도 고민거리다. TV 시장은 그래도 성장세에 있지만 그만큼 뛰어드는 경쟁자도 날로 증가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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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탓에 국내는 물론 중국 업체들까지 뛰어들어 쉽지 않다. UHD TV 대중화에 따라 대기업 풀HD 제품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중견·중소 제조사들에게는 고민이다.

한 때 국내 업체끼리, 혹은 외국계 업체와 공동 브랜딩을 통한 마케팅도 검토됐지만 이 또한 흐지부지 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 지원 종료에도 PC 교체 수요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신사업 확보가 더욱 시급해졌지만 각종 비용 부담으로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