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주도권 놓친 스마트폰 추격자들

프리미엄 이미지와 점유율 사이의 딜레마

일반입력 :2014/03/30 14:40    수정: 2014/03/31 09:17

송주영 기자

LG전자 G프로2 99만9천900원, 삼성전자 갤럭시S5 86만6천800원. 삼성전자 점유율 34.6%, LG전자 6%.

1위 업체의 전략 스마트폰 가격이 3위 업체 대비 더 낮은 현상이 발생했다. 시장 확대를 위해 2, 3위 업체가 가격을 먼저 내리는 통념과 반대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7일 삼성전자가 통신 3사를 통해 출시한 갤럭시S5는 전 모델인 갤럭시S4 출고가 89만9천800원, LTE-A 버전 95만4천800원 대비 더 낮은 가격에 내놓았다.

■G프로2 경쟁제품은 갤노트3지만…

LG전자 내에서도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마저 선두업체 전략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후발주자들의 현실이다.

LG전자 G프로2는 엄밀히 말하면 갤럭시노트와 경쟁하는 제품이다. 지난해 갤럭시노트3가 106만원에 출시됐으니 삼성보다 LG 제품이 저렴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제품끼리 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난달 출시돼 시기가 한달여 가량밖에 차이가 없는 G프로2는 갤럭시S5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LG전자의 가격 전략에 대한 고민은 이미 LG G프로2의 출고가에 담겨 있다. 100만원을 넘길 수 없는 고민은 99만9천원이라는 G프로2의 가격에 나타났다.

■가격전략, 중국 전매특허 아니었나

가격을 낮춰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은 그동안은 우리나라보다는 보급형 시장이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마지막 전력을 쏟아붓는 미국업체들 사이에서 많이 채택됐다.

샤오미 레노버, 화웨이는 전략 스마트폰을 30만~40만원대에 내놓았으며 최근 모토로라는 10만원대 낮은 가격에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가격 인하는 이들과는 좀 다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부의 압박,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를 위한 전략이다. 2위 애플이 아이폰 출고가를 크게 인상하지 않으면서 격차가 벌어지는 점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가격을 낮춰왔던 중국 등의 업체와는 다른 전략이다.

중국, 미국 스마트폰 브랜드는 아직까지 낮은 가격으로 인한 시장 확대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가 어려웠다.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산 이유도 결국은 자국 외에서의 브랜드 경쟁을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고사양으로 무장했지만 후발업체라는 약점에 중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은 중국 업체들은 관련업계에서 기술력, 시장 파괴력, 잠재력은 인정받았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중국 한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알뜰폰 시장을 공략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가 이미지로 시작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며 “때가 되면 통신사들을 통해 제대로 된 가격에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업체, 프리미엄폰 전략 유지했지만

LG전자의 전략은 중국과는 달랐다.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확고한 입지가 LG전자가 추구했던 목표다.

LG전자는 세계 최초 쿼드코어,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 제품 등 최고사양에 프리미엄에 걸맞는 가격이 전략이었다.

LG전자도 보급형 시장을 노렸지만 여기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위해서는 가격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는 중요했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 안착한 애플, 삼성전자 등은 모두 프리미엄 이미지로 승부해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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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가격에 대한 고민도 여기서 출발한다. 단순히 출고가를 내리는 문제가 아니다. 섣불리 먼저 가격을 내렸다가 저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기술력이 중요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요한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입장에서는 국내 프리미엄폰의 선호 현상에 따라 가격정책을 유사하게 가져갔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전략이 바뀐 이상 LG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갤럭시S5 이후의 유사가격 제품의 가격을 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