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서버 우대 정책, 이해 조율 없이 반환점

일반입력 :2014/03/30 11:31

공공시장에 국산 서버, 스토리지 제품을 우선 도입하는 제도의 타당성과 시행 여부가 정부 차원에서 재검토된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도 적절성을 검토했지만 그 대상을 결정하는 과정에 이해당사자인 국내외 제품 제조, 유통 업체간 의견 조정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7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서버와 스토리지 품목을 포함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추천내역을 공개했다. 지난 1월 추천내역 접수를 받기 시작한지 딱 2개월만이다.

이 추천 목록에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최종 지정된 품목은 공공시장에서 우대된다. 해당 제품을 국내서 만들어 파는 중소업체들이 대기업이나 외국계 업체 제품을 파는 업체들보다 우선적으로 납품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이날 중기중앙회는 추천내역을 공개하며 향후 중기청에서 부처협의, 운영위원회 등을 거쳐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확정 이후 제도가 발효되는 시점은 오는 6월로 예상되고 있다.

이후 절차상 중기청은 공공시장에서 국내 중소업체가 만든 서버와 스토리지를 우선 도입하는 정책을 시행할지 검토한다. 당연히 미래부와도 부처협의를 거치게 된다. 지난해 국산 서버, 스토리지 산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한 미래부에선 적극 거들었으면 거들었지 사실상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올초 이트론, 이슬림코리아, 태진인포텍 등 국내 서버, 스토리지 업체는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 이들은 공공 시장에서 자사 제품이 외국계 업체 제품에 밀려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입장이다. 제품 생산이 주요 부품을 국외서 사서 국내 조립해 이뤄지지만, 자체 설비와 인력을 갖췄기에 문제 없다고 주장한다.

외국업체와 협력중인 중소업체들은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 우대에 반대한다. 이들은 자신들 역시 정부가 보호할 중소업체고, 협력사 역할이 일반 상품 유통업체보다 특수해 공급사를 쉽게 바꿀 수 없으며, 국산 제품 수요가 늘면 외국의 부품 업체가 더 큰 수혜를 받는다는 점에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한다.

그간 국내 제품 제조사들의 움직임에 대응해 최근 한국HP, 델코리아 등 외국업체와 그 협력사들도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조정의 여지 없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자체를 반대했다. 이런 입장은 중기중앙회 논의 과정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기중앙회는 지정이 신청된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의 범위를 조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기중앙회 공공구매지원부 담당자는 이해당사자간 조정협의 절차를 통해 국내업체가 지정을 신청한 서버, 스토리지 품목의 범위를 외국 업체와 그 협력사들의 의견으로 조정해 보려고 했는데 (아예 지정을 반대할 뿐) 지정 범위 조정에 대한 의견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형식만 놓고 보면 현재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추가지정 신청된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의 범위는 최초 접수된 내용에서 축소됐다. 추천내역상 서버 제품은 기존 x86 서버 전체가 아니라 중앙처리장치(CPU) 속도(클럭) 기준 E3~E5(2.4GHz) 이하, 스토리지는 실제 사용 가능한(usable) 용량 기준으로 15TB 이하에 한정된다.

하지만 이런 규격으로 지정을 신청한 국내 서버 업체들은 실질적으로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다. E3, E5는 인텔 서버용 CPU '제온' 시리즈의 성능차를 나타내는 부호다. 최고 성능 제품에는 'E7'이 표기된다. 원래 국내 업체들은 E7 기반 제품을 거의 공급하지 않았다.

최원혁 인텔코리아 이사는 서버 시장에서 물량 기준으로 95% 가량을 E3, E5 탑재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며 E7 프로세서 기반 서버 제품의 비중은 5% 정도로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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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지의 경우 현재는 디스크 1개로 최대 4TB 용량을 쓸 수 있어 15TB라는 용량은 그리 크지 않은 편에 속한다. 국내 스토리지 업체들이 제시한 '실용량 15TB 이하'라는 기준은 앞서 '16~120베이' 규모 제품으로 접수된 내용과 단위는 다르지만 중소중견기업(SMB) 대상이라는 성격은 유사하다.

한 국내 서버, 스토리지 업체에서 영업을 총괄하는 임원은 공공 스토리지 시장에서 비교적 자주 요구되는 규모이기도 하다며 서버 통합 환경을 위한 대용량 시스템보다는 특정 단위업무나 단일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위한 사양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