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BT 한국지사 얘기를 많이 듣게 될 겁니다.”
BT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것은 지난 1994년, 약 20년 전이다. 긴 세월이 무색하게도 주로 기업 대상(B2B) 서비스를 하다 보니 BT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러던 BT코리아가 변했다. 지난해 ‘자랑할 만한’ 성과를 올린 이후 한국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단순히 명칭도 BT코리아가 아닌 BT 인 코리아(BT in Korea)로 바뀌었다.
최근 여의도 BT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김성대 지사장을 만났다. 그가 세운 올해 한국시장 공략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주로 회선이라고 부르는 BT커넥트 기반 비즈니스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서비스 분야와 고객사를 확장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커넥트에 너무 편중돼있었죠. 그러다보니 모르시는 분들도 많고. 신규 고객들에게 BT가 가진 서비스들을 알리고, 기존 커넥트 고객들에게도 BT 서비스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BT컴퓨트-BT원으로 한국 공략…전문인력 제공 강점
현재 BT가 보유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는 총 6가지다. ▲BT커넥트(네트워크) ▲BT컴퓨트(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BT어슈어(시큐리티) ▲BT컨택(컨택센터) ▲BT원(통합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BT커뮤니케이션(컨설팅) 등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 중 BT컴퓨트와 BT원을 핵심 비즈니스로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지난 11일에는 BT 코리아 이노베이션 서밋을 열기도 했다. BT컴퓨트의 경우 국내서도 핫이슈인 클라우드, 빅데이터와 관련된 글로벌 시장 접근을, BT원은 해외 지사가 많거나 항공사 승무원 등 해외 출장이 많은 기업들의 비용 절감을 지원한다.
김 지사장이 꼽은 BT의 강점 중 하나는 전문가 집단 보유다. 각각의 비즈니스를 수직적으로 구분해(vertical) 특화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컨설팅 하는 국내외 인력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문 인력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5년 동안 BT가 R&D에 쏟아 부은 돈만 38억파운드, 한화로 7조 가량이다. 현재 BT에 일하고 있는 과학자 수만 1만4천명, 보유하고 있는 통신 관련 특허만 5천여개에 달한다.
“항상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있다는 것이 큰 차이죠. 예를 들면 어느 기업이 인터넷을 쓰다가 보안이 강화된 회선으로 바꾸고 싶은데, 어느 정도의 용량을 써야 하는지 감을 잡기 쉽지 않습니다. 기업에서 분야마다 전문가를 보유하기는 더 어렵고요. 이런 부분을 바로 BT가 메워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고객이 가진 애플리케이션, 피크타임, 밴드위스 등을 분석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거죠.”
■한국 시장 비중↑…투자·인력 몰려든다
한국지사가 활발하게 움직이다 보니, 전체 BT글로벌서비스에서 차지하는 한국시장 비중도 커졌다. ‘ICT 강국’이라는 상징성만 있을 뿐 BT가 집중하는 신흥 전략시장과 비교해 다소 관심을 받지 못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BT 한국지사에서 괄목할 만한 큰 성장을 이룬 후 전략지역으로 선정됐습니다. 지금은 당초 다른 나라에 투자하기로 돼있던 쇼케이스, 인력, 투자계획 등이 서서히 한국으로 바뀌고 있을 정도죠.”
실제로 기자가 김 지사장과 만났던 당시, 지난달 새로 BT 동북아 대표로 취임한 아나벨라 야우 대표가 BT 코리아 이노베이션 서밋 참가 등을 이유로 한국지사를 방문한 상태였다. 야우 대표는 BT 한국지사가 원할 때마다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인력 보강 역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서비스, 솔루션, 네트워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충원했고, 현재도 계속 모집하는 상태다.
“보통 사람을 뽑을 때 헤드헌터, 추천 등을 병행하는데 지난해 중반부터는 헤드헌터 추천을 안 받고 있어요. BT 한국지사가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다보니 스스로 이력서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 졌거든요. 굳이 헤드헌터를 통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력 데이터베이스(DB)가 쌓여있습니다.”
■오픈 커뮤니케이션 지향…직원 만족도 高
김 지사장은 IBM, AT&T 등 주로 외국계 기업을 거쳐 지난 2008년 BT에 합류했다. BT에서는 6년 동안 세일즈 부문을 총괄해오다 지난해 12월 지사장에 선임됐다.
그런 그가 꼽는 BT의 또다른 장점은 개인에 대한 존중이다. 일반적으로 근무 문화가 국내 기업보다 낫다고 인식되는 외국계 기업 중에서도 직원 개인에 대한 BT의 세심한 배려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는 설명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직원들에게 과일을 도시락 형태로 제공합니다. 생일이 되면 회사로부터 생일카드도 받고요. 또 매 분기마다 ‘케어자일(caregile)’이라고 부르는 직원 만족도 조사가 있어요. 각 국가 지사장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아예 직원 만족도 ‘케어자일’이 포함돼 있을 정도입니다.”
‘케어자일’에는 BT에 대한 평가, 직무 만족도, 동료나 상사(매니저)에 대한 평가도 포함된다. BT 한국지사는 지난해 매분기 아태지역에서 ‘케어자일’ 1위를 놓치지 않았다. 5점 만점인 ‘케어자일’ 지표에서 지난해 한국지사의 성적은 4점 중반대다. 홍콩 등 아태지역 평균이 3점 중반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만족도가 높다는 얘기다.
한국지사의 높은 ‘케어자일’ 점수의 비결로는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BT는 사장실이 따로 있지 않고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 칸막이도 없다. 언제, 어떤 이슈라도 바로 와서 함께 얘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직원 전체 미팅을 해요. 정말 공개되면 안 되는 정보가 아닌 이상 제가 가진 모든 정보를 공유합니다. 소수의 사람이 정보를 독점하게 되면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거든요. 제 자리가 항상 열려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아, 외국계 회사일수록 비즈니스가 잘되면 만족도가 높은 것도 있죠.”
그는 “사무실이나 칸막이가 없는 건 BT그룹 회장님도 마찬가지”라며 웃었다.
■혁신DNA, 국영 통신사서 글로벌 ICT 기업으로
BT는 국영 통신회사 브리티시텔레콤에서 민영화 된 이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 IT서비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KT와 비슷하다. 현재는 다양한 매니지드 서비스, 네트워크 솔루션, 리테일, 금융 및 파이낸스, 헬스케어 등을 무기로 세계 170개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수년째 외치고 있는 탈통신, 비통신의 성공 모델인 셈이다. 사실 더 이상 통신 분야 수익만으로는 통신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 국내외 통신사들이 저마다 통신 이외의 분야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이통사들이 탈통신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BT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 지사장은 BT가 단순한 영국의 통신회사에서 글로벌 ICT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혁신DNA’를 들었다.
“사실 변화라는 것은 도전이거든요. 이것을 두려워하고 주저하는 순간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BT는 민영화 이후 변화를 받아들이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았죠. 현지화 노력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즈니스 환경이 모두 다른데, 이것을 수용하려면 중앙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보통 한국 기업은 이 부분을 잘 생각하지 못하고 무조건 ‘빨리빨리’ 성과를 내기만을 독촉하는 경향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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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 역시 글로벌 진출에서는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으로 외국계 회사가 지사장을 선임할 때 빠른 성과를 위해 외부에서 스카우트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 반면 BT는 그 나라의 인물을 지사장으로 주로 선택한다.
“무엇보다 현지 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 현지의 BT를 잘 이해한다는 것이 큽니다. 그럼으로써 기존 BT 지사 식구들에게 ‘나도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지사장이 될 수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