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기업 부상 韓 기업도 '흔들'

일반입력 :2014/03/14 17:32

남혜현 기자

미국 중심의 세계 IT 지형이 중국 인터넷 기업의 약진으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자국 정부의 비호 아래 급성장하면서 세계 시장 영향력이 강화됐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보유한 중국 텐센트는 최근 5년새 시가총액 및 매출이 모두 열배 가까이 급성장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에 막강한 자본을 화력으로 바이두, 알리바바 등도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가세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정부의 보호막 아래 글로벌 시장에서 지역과 사업 영역을 불문하고 세를 넓히면서 국내 인터넷, 모바일 기업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 12일에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영상콘텐츠 기업인 '차이나비전 미디어'의 지분 60%를 8억400만달러(약 8천600억)에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바이두’가 중국 최대 앱스토어 ‘91와이어리스’를 2조원의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자국 내 M&A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알리바바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격적 M&A 또는 지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지난해 전자상거래업체 숍런너를 약 2천억에 인수하는 등 연간 약 8조원 가량의 매출(추정치) 가운데 10% 이상인 1조 1천억원 가량을 M&A에 썼다. 바이두는 지난해 매출 5조 5277억원의 무려 15%에 달하는 8천300억을 M&A에 쏟아 부었다.

중국 기업들은 M&A 뿐만 아니라 지분투자 및 미국 증시 입성 등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알리바바는 독일 오토나비의 지분 28%를 취득했고, 미국 내 자회사 벤디오와 옥티바를 통해 11메인이라는 새로운 쇼핑몰을 선보일 예정으로 미국의 아마존과 이베이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위챗 등으로 세를 불리고 있는 텐센트도 예사롭지 않다. 텐센트는 카카오 지분 14%를 취득했으며 자사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시장 공략을 위해 구글과 손잡고 가입자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웨이보는 2분기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내 2위 온라인 쇼핑몰업체인 JD닷컴은 하반기에 뉴욕 증시 상장하기로 했다.

텐센트는 JD닷컴의 지분 15%를 취득하기로 했고, IPO 이후 추가로 지분 5%를 매입할 예정이다. JD닷컴은 상장 후 시가총액이 무려 200억달러(약 2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알리바바’도 미국 증시 입성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알리바바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투자회사 설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유망 전자상거래 기업과 새로운 기술 확보가 목적이다. . 앱 검색엔진 퀵시에 5천만달러(약 531억원), 스포츠용품 쇼핑몰 퍼내틱스에 1억7천만달러(약 1천900억원)를 투자했다.

바이두는 지난해 4월 애플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세계 최고 수준 인공지능 기술 확보를 목표로 딥러닝 연구소를 열었다. 여기서 음성인식과 스마트글라스 등에 적용되는 증강현실 기술 개발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 동안 중국 정부가 구글 등 외국 인터넷 기업에 대해 폐쇄적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아 온 것도 사실이나,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이를 기반 삼아 공격적 M&A 등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인터넷 생태계의 무게 중심이 빠르게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상장과 인수합병으로 몸불리기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올 한해 이들 기업들은 미국 증시 상장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M&A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돼, 전세계 인터넷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경 없는 인터넷 시장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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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라인으로 선전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선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막강한 자본에 기반한 구글, 페이스북 등의 전통 강자와 그리고 신흥 강자로 급부상한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과의 경쟁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