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전문 한국 매장 수난시대…왜?

컨시어지 영업종료, 프리스비 몸집 줄여

일반입력 :2014/03/13 09:37    수정: 2014/03/14 14:52

김태정 기자

애플 제품을 전문 판매하는 국내 ‘리셀러’ 매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아이폰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5% 선에서 허덕이는데다 태블릿은 수요가 워낙 적어 애플 리셀러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신세계이마트와 롯데하이마트 등 대형 유통점이 애플 제품 판매에 나서면서 타격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애플 성지’ 컨시어지 영업종료 충격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애플 최대 리셀러 컨시어지는 오는 24~25일에 걸쳐 전국 매장의 영업을 아예 종료할 예정이다. 재고는 며칠 전부터 25% 정도 할인해 꽤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3년여 간의 영업을 2014년 3월 종료하게 됐다”며 “각 매장마다 공지한 영업종료일까지 할인 판매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컨시어지는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LCNC가 운영해왔다. 대형 백화점을 비롯해 전국에 38개 매장을 갖춰 애플 마니아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SK네트웍스는 최근 통신 소매사업을 SK텔레콤에 넘겼다. 컨시어지의 부활 여부는 SK텔레콤에 달렸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수익성 기대가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통신 소매사업과 관련해서는 계획을 세우는 단계여서 구체적인 일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애플 리셀러 프리스비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이달 초 대구 매장을 닫으면서 남아있는 오프라인 매장은 전국에 9개다. 지난해 초까지 전국 12개 매장을 운영해왔으나 경쟁 심화와 애플의 국내 영향력 저하라는 난관을 피하지 못했다.

■안 팔리는 아이폰, 보조금도 없는데...

국내 애플 리셀러의 침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표 제품 아이폰의 점유율이 국내에서 5% 정도로 워낙 낮다. 신제품 출시 기간에만 리셀러들이 반짝 수익을 낼 뿐이다.

이는 아이폰 자체의 문제보다는 국산 제품에 대한 통신사들의 보조금 과다 투입 영향이 크다. 보조금 없이 리셀러가 통신 매장들과 휴대폰 판매량을 겨룬다는 것이 애초에 무리였다.

영업정지까지 불러온 올해 초 보조금 대거 투입은 리셀러 적자를 한 층 키웠다는 평가다.

둘째, 이마트와 하이마트 등 유통 공룡들의 마케팅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통신사에게 보조금이 있다면 이 유통 공룡들은 초대형 마케팅으로 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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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하이마트가 전국 100개 매장에 애플 제품 코너를 만들자 리셀러들의 사업 축소 움직임이 빨라졌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리셀러 업체 관계자는 “아이폰 출시일에 긴 줄이 늘어서는 리셀러 매장들이 화려해 보이지만 속내는 굳어있다”며 “가격 경쟁력과 유통망, 마케팅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