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본부장 “다음 게임 경쟁력이요?”

친 개발사 정책·뛰어난 포털 인프라 강점

일반입력 :2014/03/13 08:44    수정: 2014/03/13 10:23

“다음 게임의 경쟁력은 바로 색깔이 없다는 점이죠. 또 개인적인 역량들은 뛰어나지만 조직력이 강하지 않다는 거예요.”

다음 게임의 경쟁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용훈 게임사업본부장의 답이다. 색깔이 없고 조직력이 부족한 게 경쟁력이라니,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잘 들어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갑’ 행세하기 쉬운 퍼블리셔가 개발사 입장에서 그들의 ‘색’(개성)을 있는 그대로 투영시켜준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또 조직력이 강하지 않다는 단점을 알기 때문에 개발사들과 꾸준히 만나고 대화하는 자세를 취하는 부분도 다음만의 경쟁력이라고.

“열심히 가서 배우려고 해요. 또 개발사들의 요구도 꾸준히 듣고 반영하죠. 큰 곳들은 잘 안 하잖아요 사실. 여기에 보안 기술 등 다음 포털 사이트가 갖고 있는 고유의 인프라도 물론 큰 도움이 되고요.”

김용훈 본부장 말처럼 다음 게임은 정해진 색깔이 없다. ‘넥슨=캐주얼 게임’, ‘엔씨소프트=대작 MMORPG’ 같은 고정관념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현재 다음은 펄어비스 게임인 ‘검은사막’과 동격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공들여 만든 게임이 ‘여러 작품 중 하나’가 아니라, 돋보이는 ‘단 하나’가 되고 싶을 수밖에 없는데 다음이 제격인 셈이다.

다음은 올해 PC 온라인 게임인 ‘검은사막’(MMORPG), ‘위닝펏’(스포츠), ‘플래닛사이드2’(FPS) 등을 오픈할 계획이다. 약 2년 간 갈고 닦아온 게임사업의 결실이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맺어질 것으로 다음 측은 기대하고 있다. 모든 작품이 성공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1, 2종 게임의 성공은 확신하는 분위기다.

“저희의 대표 게임은 검은사막이고 알짜 게임은 위닝펏이 되지 않을까요. 많은 마케팅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플래닛사이드2 역시 서든어택과 비즈니스 콘셉트가 겹치지 않아 기대되는 작품이죠. 무엇보다 제때 론칭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현재 다음이 굵직한 작품들을 소싱할 수 있었던 여러 배경 중에는 2011년 말 인수한 온라인 골프게임 ‘샷온라인’ 개발사 온네트의 힘이 자리하고 있다. 샷온라인이 국내·외에서 마니아 이용자층을 형성하며 고정적인 매출을 발생시키고, 다음 게임사업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어서다. 온네트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김용훈 본부장이다.

“최초 위닝펏 라이선스를 갖고자 인연을 맺게된 온네트의 인수는 성공 사례가 됐죠. 감각적으로도, 또 사람과의 관계도 온네트와는 화학적으로 맞는 부분이 많아요.

다음은 검은사막, 위닝펏, 플래닛사이드2 이후의 차기작도 고민 중이다. 장기적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확보해야 게임 포털로 입지를 다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국내 게임에 국한하지 않고 플래닛사이드2처럼 외산 게임에 많은 관심을 두고 신규 게임 찾기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외산 게임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봐요. 그래서 외산 게임도 적극적으로 찾아 보고 있어요. 훨씬 많은 발품을 팔고 시간도 오래 들여야 하지만요. 국산 게임들도 많이 보고 있는데 검은사막 이후엔 인바운드 문의도 들어오고 있어 다음 게임에 많은 신뢰가 쌓인 것 같습니다.”

반면 다음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해서는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2012년 일본 모바일 게임사 디엔에이와 함께 모바일 게임 플랫폼 ‘다음 모바게’를 출시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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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이 과연 마진이 남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느냐에 의문이 들어요. 올해 모바일 게임 시장은 격변의 시기가 될 거에요. 옥석이 가려지겠죠. 현재 급격한 성장 곡선도 한풀 꺾여 있는 상태다 보니 당분간은 관망하는 자세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봐요. 올해는 PC 온라인 게임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검은사막의 옷을 입은 다음 게임은 2014년이 그 어떤 게임사보다 중요한 해다. 그 동안 축적한 웹게임 서비스 역량과 채널링 서비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PC 온라인 게임에서 다음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느냐를 평가받고 증명하는 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