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는 이통사에 철퇴가 될 수 없다

[데스크칼럼]시장구조 바꿀 고민 필요할 때

일반입력 :2014/03/07 19:09    수정: 2014/03/09 17:01

요새 미래창조과학부나 방송통신위원회의 공무원들은 죽을 맛이겠다. 보조금 정책 때문이다. 어떤 수를 써도 통하지 않는다.

그중 최악이 이동통신 3사 영업정지 제재다.

제재는 정부 정책이나 법규를 위반한 기업을 징계하는 것이다. 칼이나 철퇴에 비유된다. 하지만 영업정지 제재는 전혀 철퇴 노릇을 하지 못한다. 이통사의 경우 영업정지를 받으면 금전적으로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요금은 그대로 받는데 보조금을 안 쓰니 비용이 대폭 줄어 그만큼 수익이 좋아진다. 고가 요금제로 전환을 못 시키니 매출이 늘지는 않겠지만 비용을 절감해서 얻은 이득이 훨씬 큰 것이다.

정부는 철퇴를 쓴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당근을 준 셈이다.

철퇴는 엉뚱한 곳에서 맞게 된다. 생계형 판매점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주요 수입원은 새 가입자를 모집하고 그 대가로 받는 수수료다.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면 이 수입이 뚝 끊길 수밖에 없다.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근 30만 명이다. 적지 않은 수다.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는 영업정지를 하면 총 1조원의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한다. 이들 단체는 특히 영업정지 조치에 맞서 단체 행동에 나설 태세다.

보조금 난리를 일으키는 데 이통사와 공범일 수 있는 제조사는 이통사와 달리 영업정지로 타격을 받는다. 보조금을 주지 않을 경우 시장이 급속히 냉각돼 판매량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처럼 해외 수출이 전체 매출의 97%인 회사는 상대적으로 낫지만 팬택처럼 내수 시장 의존도가 큰 회사는 직격탄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영업조치 기간 동안 시장 규모가 70%까지 축소될 수도 있다고 본다.

소비자도 이 조치를 반기지 않는다. 우선 서비스에 새로 가입하거나 회사를 옮기기가 쉽지 않으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가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으니 단말기 구매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 차별 문제를 논외로 하고, 전체로 본다면 이 기간에 이동통신 3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쓰지 않은 보조금만큼 소비자는 총량적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소비자가 반길 이유가 없다.

영업정지는 그래서 철퇴를 가할 곳에는 사탕을 주고 엉뚱한 곳에 칼질을 해대는 결과로 나타난다. 이보다 조금 더 나은 조치가 과징금 금액을 대폭 올리는 것이다. 위법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정부가 환수하면 영업정지처럼 철퇴대신 사탕을 주는 억울한 일은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사업자는 이 돈을 만회하기 위해 더 깊은 ‘보조금 수렁’으로 빠질 것이다.

정부의 제재 수단인 과징금이나 영업정지가 통하지 않으니 결국은 현재 법으로 보조금 난리를 진압할 방법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왜 그런가? 시장 구조 때문이다.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

첫째 인구보다 가입자 수가 많을 만큼 시장이 포화됐다는 점이다. 서로 가입자를 빼내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정부가 어떤 제재를 내리더라도 기업은 살기 위해 이 경쟁을 포기할 수 없다.

둘째 최고의 경쟁수단이 보조금이라는 점이다. 이동통신 3사는 서비스 회사이기 때문에 요금과 서비스 품질이 본원적인 경쟁력이어야 마땅하나 국내 시장에서는 이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를 견인하는 데 보조금이 핵폭탄이라면 서비스와 요금은 소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는 서비스 회사가 단말기까지 함께 파는 시장 구조를 강화해온 탓이 크다. 뒤틀린 시장이 보조금 난리의 서식처다.

보조금 난리를 뿌리 뽑으려면 그래서 이동통신 회사가 단말기로 승부할 게 아니라 요금과 서비스로 승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서비스와 단말을 분리 판매하도록 하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다. 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이른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그것이다. 단말은 단말 끼리 서비스는 서비스 끼리 경쟁하게 되면 문제가 해결된다. 이통사는 요금인하 경쟁을, 제조사는 단말 가격경쟁을 펼치게 된다.

관련기사

물론 이 또한 이론일 뿐이다. 이에 대해 역효과를 주장하는 측도 적지 않다. 게다가 시장을 거의 인위적으로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 정도까지 해야 하는 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그걸 추진하면 이통사는 대리점에 대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30만 판매인 가운데 상당수는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형편에 정부가 쉽게 밀어붙이기 힘든 이유다.

따라서 완전자급제로 가기 전에 최근 입법이 무산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통과시키면 조금 더 효과를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치유책은 아니다. 과거와 달리 제조업체까지 제재를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이미 살핀 것처럼 보조금에 타깃을 맞춰 제재하기 위한 영업정지와 과징금은 난리를 진압하는 데 효과가 없다. 시장 구조를 바꿀 일대 변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절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