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떠난 쇼핑몰 손님 다시 불러오려면

쇼핑몰 개인화 추천 서비스 주력, 차별화 불러올 것

일반입력 :2014/03/03 09:06    수정: 2014/03/03 11:29

남혜현 기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마존에서 젖병을 샀어요. 그런데 다음날 '젖병 청소기가 필요하지 않으냐'는 이메일이 오더라고요. '이거다!' 했죠.

쇼핑몰에 손님을 모시는 것도 어렵지만, 지갑을 열게 하는 일은 더 힘들다. 100명의 손님이 들린다 해도 구매자는 한 두명에 불과하다. 확률상 방문객이 늘어야 구매자도 많아진다. 지난달 25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박성혁㉛ 레코벨 대표는 아마존 같은 개인화 서비스는 방문과 구매를 이끌어내는 혁신 기술이라 강조했다.

개인화 서비스는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 있다. 워낙 많은 곳에서 '개인화'를 화두로 삼았다. 그렇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곳은 드물다. 젖병을 찾는 사람에게 다른 브랜드의 젖병을 추천하는 경우는 많아도, 다음 날 젖병 청소기가 필요하냐 다시 묻는 쇼핑몰은 소수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지난해 2월 창업한 레코벨은 아마존과 비슷한 기술을 개발, 각종 온라인 쇼핑몰과 브랜드에 공급한다. 주업은 '추천'이다. 추천은 두 그룹을 분리해 진행한다. 사이트를 방문한 자, 그리고 사이트를 떠난 자.

쇼핑몰 메인 화면 트래픽이 엄청나요. 이 공간이 광고 효과가 크니까 주로 인기 상품이 나열되죠. 그런데 많이 팔린 화장품이 남자들한테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고객이 100만명이면, 그에 맞춰서 100만개의 다른 메인 화면이 만들어져야죠.

100만 이용자에 맞춘 100만개 다른 추천 화면. 레코벨이 사이트를 방문한 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이다. 이용자 성별, 연령대만 분류해도 필요없는 상품을 첫 화면에 내보낼 확률은 줄어든다. 한두번 관심 상품에 클릭했던 경험까지 추가되면 개인화 추천 프로그램의 정확도는 높아진다.

예컨대 자취하는 싱글남에 필요한 것은 쉽게 데워 먹을 수 있는 간편 식품이다. 그런데 어떤 쇼핑몰도 메인 화면에 3분 카레를 올려놓지 않는다. 개인화 추천을 잘 활용하면 소비자는 필요한 상품을 쉽게 찾고, 쇼핑몰은 재고 관리를 할 수 있다.

잘 팔리는 상품 20개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해요. 쇼핑몰 첫 화면에 노출된 몇개 상품이나 유명 브랜드 제품이 거의 다죠. 그런데 개인화 추천을 잘 사용하면, 저기 꼴등, 창고 뒤에 숨어 있는 제품들도 메인 페이지에 올라올 수 있어요.

사이트를 떠난 자를 다시 불러들이는 일도 중요하다. 24시간, 또는 특정 시기를 잘 골라 재구매를 유도하는 이메일을 보냈을 때 쇼핑몰이 보는 효과는 예상보다 크다. 화장품이 똑 떨어질 시기를 골라 '20% 할인쿠폰'이 붙어 오는 이메일을 소비자들은 단순히 스팸처리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서 이메일을 보고 바로 구매 페이지로 넘어가는 이용자들도 많다.

이메일 추천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쇼핑몰을 찾지 않을 때 관리하는 거죠. 이메일이 자동 발송되는 거라 쉬운 일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어려워요. 사람마다 쇼핑몰을 찾는 때나 보고 가는 상품이 다른데 이걸 일일히 가리는게 쉬울리 있겠어요? 사람이 하면 매일 야근해도 불가능하죠. 그걸 자동으로 잡아주는 기술을 저희가 해요.

어떤 상품을 추천하느냐도 중요하다. 재구매 패턴을 분석해보면 의외의 상품이 연관된 경우도 발견된다. 원피스를 산 여성이 구두나 가디건을 고를 수도 있지만, 여행 상품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신발을 산 사람한테 3개월 후에 신발끈이나 깔창, 탈취제를 추천하는 것도 발상을 전환하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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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레코벨의 기술을 사용한 곳은 소셜커머스 위메프와 해외쇼핑 구매대행업체 위즈위드다. 올해는 패션과 글로벌에 초점을 맞춰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쇼핑몰들이 모두 직구, 역직구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상황이다. 패션, 화장품, 도서 같은 아이템은 추천을 잘만하면 유사한 상품을 같이 구매하는 경우도 잦다.

지난 1년은 레코벨이 충분히 자생할 수 있다는 것을 검증한 시기였어요. 레코벨의 모토가 '너를 위해 종을 울린다(For You The Bell Tolls)'에요. 올해 매출은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떠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개인화 추천을 해주는 것, 그게 저희의 목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