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토론회 “입시위주 교육환경 문제”

게임중독 문제, 업체에게만 책임 전가 안 한 첫 토론

일반입력 :2014/02/26 13:39    수정: 2014/02/26 14:31

“게임중독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입시위주의 교육환경과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다는 점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과 대화도 절실하다.”

게임중독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다양한 해결책들이 논의되는 토론회가 열려 업계와 언론의 관심이 여기에 모아졌다. 게임중독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게임업체에게만 묻던 과거와 달리, 입시위주의 교육환경과 가정의 소통 단절이 게임중독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첫 토론회였기 때문이다.

2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주최한 '인터넷게임 중독 문제, 대안은'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로는 이형초 두레마을 청소년 인터넷 중독치유센터장,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위원, 조현섭 강서 아이윌센터장 박사가 자리했다. 또 종합 토론자로 신성만 한동대 교수, 문현실 DM 행복심리상담센터장, 김효순 한국중독전문가협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좌장은 최용성 성안드레아 병원장이 맡았다.

■인터넷 게임중독 문제 공감…“원인은 게임 아닌 환경”

먼저 이형초 센터장은 ‘인터넷 게임중독의 위험성과 피해사례’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센터장은 강연 초반 게임중독 원인으로 의심되는 사건·사고 보도 영상을 보여준 뒤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함을 강조했다.

또 그는 중학생들의 인터넷 중독률이 특별히 높다는 점을 부각하며 유·아동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게임중독으로 인한 피해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생의 경우 게임중독 때문에 10년 동안 졸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고 비만의 문제까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바라본 인터넷 게임중독의 원인 및 해결방안’이란 주제로 발표 한 이창호 연구위원은 설문 조사 내용을 근거로 청소년들이 바라본 게임중독 실태와 원인, 해결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여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률이 남성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청소년들은 게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바라보는 세대 간 시각차를 보여준 것.

특히 그는 청소년들이 밝힌 게임중독 원인은 여가활동을 하기 힘든 ‘입시위주의 교육’이었다며, “규제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입시위주 교육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여가활동에 있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고 부모들이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고 첨언했다.

조현섭 센터장은 인터넷으로 인해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이제 고민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또한 7개 부처가 업무 분장을 통해 나눈 중독 예방 및 치료 활동들을 더욱 전문화 및 체계화 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센터장은 신의진 의원의 ‘4대 중독법’처럼 각 부처를 통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무차별적인 통합보다 각 부처 특성을 살린 업무 강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문화부가 청소년들의 여가활동의 대안을 제시하고, 교육부가 학교에서 예방교육을 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입시위주의 환경을 바꾸는 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그는 “인터넷 중독 문제는 가정이 올바로 서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부처 간 업무를 조율할 수 있는 표준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전문 공무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해결책은 가정에 있다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신성만 교수는 인터넷 게임중독은 ‘질병’ 단계가 아닌 ‘증후군’ 단계지만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를 위해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하지만 법의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하고 적절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그는 “게임중독은 의료가 아닌 지역 사회의 재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면서 “가족과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업체들도 역발상적으로 먼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문현실 센터장은 자신이 직접 중독자들을 치료한 경험을 들어 인터넷중독 또는 게임중독이 대부분 심리적인 문제에서, 또 가정환경에 의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문 센터장은 “해결책은 가정에 있다”면서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국가의 지원, 그리고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이 문제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효순 위원장 역시 게임중독의 원인으로 입시위주의 교육과 가족 간 소통의 부재를 꼽았다. 아이들에게 공부가 전부가 아님을 알려주고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통제보다는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인터넷중독 문제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가치관의 문제, 왜곡된 사회현상들이 인터넷 게임중독에 빠지게 하는 만큼 이런 가치관이 개선된다면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대표로 참석한 김희경 씨는 “막상 자녀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는 했는데 대안이 없어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놀이의 부재가 심각하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터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그는 “게임중독은 어디로 전화하면 돼, 여기로 가면 돼 하는 정확한 정보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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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를 주최한 손인춘 의원은 개회사에서 “청소년 인터넷 게임중독자 수 75만명, 즉각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 중독자도 20만 명에 달한다”면서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 또한 연 10조원에 달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이미 인터넷 게임중독으로 인한 상처로 가득 차 있다” 설명했다.

또 그는 폐회사에서 “게임중독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전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과 산업의 발목을 잡으려는 목적에서 법안을 발의한 것이 아니라 게임중독 문제를 인정하고 이제부터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자는 뜻에서 내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