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완전자급제, 초특급 통신 쓰나미 되나

단말-서비스 분리 판매…현실성-효과 의견 분분

일반입력 :2014/02/20 17:55    수정: 2014/02/21 17:37

정윤희 기자

민주당이 통신서비스와 단말기의 유통을 분리하는 이른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추진한다고 밝혀 이동통신시장에 메가톤급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0일 오전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제조사와 통신사가 결탁해서 고가의 단말기나 고가 요금제를 소비자에게 사실상 강요했던 폐단을 끊어내기 위해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도입하겠다”며 “이를 통해 단말기 가격을 투명화함으로써 '착한 단말기 가격'을 유도, 가격 비교를 실시해 고가 단말기의 거품을 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서비스사와 단말기 제조사 사이의 유착 고리를 끊어 동종간 경쟁을 통해 스마트폰 가격을 내리고 이동통신 요금도 내리겠다는 것이 정책 목표다.

이 제도가 현실화하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과 PC 구입을 별도로 하듯 이동전화 가입과 휴대폰 구입도 따로따로 하게 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서비스 회사는 서비스 회사끼리 요금 경쟁을 하게 되고, 단말기 회사는 단말기 회사끼리 가격 경쟁을 해 둘 다 인하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문제는 이 제도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지난 20년 이상 굳어진 휴대폰 유통 구조를 거의 혁명적으로 뒤집어 엎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선결과제도 많다. 때문에 집권당이 아닌 민주당이 이 정책을 현실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상당수 나온다. 일각에서는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일종의 보여주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또 각계 전문가들이 민주당의 논리에 다 동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 사이에 본격적으로 이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고 있는데, 쟁점을 사안별로 짚어본다.

■완전자급제, 단말기 가격 내릴까 올릴까

민주당이 설명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제조사는 단말기 공급만 하고 판매는 별도의 판매점에서 담당하며, 통신사는 통신 서비스만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통신사가 단말기 유통까지 담당, 휴대폰과 요금제를 함께 판매하는 구조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완전자급제는 미국 등에서 일반화 돼있는 구조로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보조금이니 장려금이니, 버스폰이니 하는 문제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제조사의 경우 판매 경쟁 체제에 돌입함으로써 저가폰을 안 내놓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결국은 고가폰이 나오게 된 것 자체가 제조사와 이통사의 유착 고리 때문”이라며 “현재는 고가 스마트폰이 필요없는 소비자의 경우에도 선택의 여지 없이 고가폰-고가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3사에 대해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 지급을 통해 비싼 휴대폰을 할인 판매한 것처럼 소비자를 속였다며 총 453억 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이통사와 제조사들은 공정위 판결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반면 오히려 단말기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출고가 숫자 자체는 조정될 수 있겠지만 보조금 투입이 없어지면서 실제로는 구매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통신사나 제조사가 단말기를 할인해서 팔아야 될 이유 자체가 없어진다”며 “일견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일 수 있지만, 통신사의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사업자가 할인해 판매할 유인 자체를 인위적으로 없애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완전자급제의 배경에는 보조금이 문제 아니냐는 인식이 있는데, 보조금은 영업판매촉진비로 과포화 상태의 이동통신시장에서 사업자의 영업비 경쟁은 정상적인 것”이라며 “실제로 북구의 한 나라에서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유통을 완전히 분리했다가 단말기 가격이 올라간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신종원 YMCA 시민문화운동본부장도 “단말기 가격 문제가 전적으로 이통사에만 의존하는 유통구조라면 효과가 있겠지만 실상은 변수가 많다”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파격적인 가격의 단말기가 나오지는 않을 테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다양한 단말기 유통채널 흐름을 만들어서 시장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점검해봐야 하는데, 지금의 자급제는 검증은커녕 제대로 싹도 못 틔운 상황”이라며 “단말기 가격 결정에서의 객관성,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 시장이 제대로 견제를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완전자급제만으로 유통가격이 어떻게 될 것이다 예측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변정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그룹장 역시 “과거에는 보조금을 이용해 단말기 가격을 빼주고 요금을 덜 내리는 식으로 서로 왔다 갔다 하는 풍선효과가 있었다”며 “완전자급제가 시행될 경우 단말기만 따로 떼놓고 보면 풍선이 막히니까 오히려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요금제 경쟁 촉발…우회수단 등장 가능성도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통신요금 인하 경쟁이 일어날 것이냐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통신사들이 통신서비스만 판매하게 됨으로써 시장 전체로는 요금제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지만, 우회수단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변 그룹장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용자가 단말기를 다 사들고 오면 보조금을 전혀 경쟁수단으로 쓸 필요가 없어진다”며 “이 경우 요금제 경쟁에 의한 요금인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겠지만, 과거 초고속인터넷 시장처럼 가입자 뺏기 차원에서 (요금제는 그대로 두고) 프로모션, 경품 등의 우회수단을 사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체 가계통신비 부담 측면에서는 “가계통신비는 단말기 가격+통신요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단말기 가격이 오르더라도 요금제가 내려갈 수 있으므로 총 합계를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효용은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통사, 제조사, 유통사업자까지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쉽게 될 문제는 아니다”며 “완전자급제의 취지는 좋지만 당초 목표대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제조사가 얼마나 다양한 상품을 내줄거냐, 단말기 인증체계 구축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실제로 (완전자급제를) 도입할 수 있을지 여부와 효과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다”며 “현재도 자급제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오히려 통신약자를 위한 맞춤형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실질적인 통신비 부담 경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통신사·제조사, 속내 복잡…통신판매인은 반발

통신사나 제조사는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완전자급제의 방식, 수준 등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입을 열기 조심스럽다는 얘기다.

다만 속내는 복잡하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휴대폰 유통망에 대한 장악력 상실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자급제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파장을 짐작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새로운 유통망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통사 대리점 한 곳에서 구매, 요금제 등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던 편리함이 없어지고 단말기에 실리는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소비자 불편, 불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의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 보조금이 줄면 단말 시장이 따라 줄기는 하겠지만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와 달리 단말기 제조사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유통 시장에서 파워가 더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휴대폰 대리점, 판매점 등 소상공인들의 경우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며 먹튀(상품을 판매한 후 도망치는 것)로 인한 소비자 피해, 시장질서 교란 등을 막기 위해 재정능력, 인적구성 등을 갖춘 판매점들만 유통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민주당의 논리대로라면 대기업, 대형유통 등 일부 돈 있는 사람만 휴대폰을 팔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당장 수많은 대리점, 판매점 소상공인들과 직원들을 어디로 보내겠다는 것이냐”라고 성토했다.

이에 민주당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 뿐 판매인들이 걱정할 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오히려 통신사가 손을 떼면 판매점들은 통신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어 판매점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만약 제조사가 차별적으로 공급하면 공정위가 엄중 조사, 처벌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