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빅데이터 알아야 범죄 예방한다"

일반입력 :2014/02/20 15:58    수정: 2014/02/20 15:59

SNS를 활용한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반면 시민들이 올린 SNS가 112나 119 전화신고 보다 빠른 민원창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런만큼 공공치안을 책임지는 경찰, 소방, 국가안전 당국도 이제 소셜 데이터를 분석하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싱가포르 경찰 출신으로 오라클 인더스트리 비즈니스 사업부에서 공공안전 부문 글로벌 총괄을 맡고 있는 홍잉 코 수석 이사는 2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각국 치안당국이 IT기술을 활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범죄 조직들이 SNS를 포함해 IT기술을 능숙하게 다루고 범죄에 활용하고 있는 만큼, 경찰도 IT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수키(Sukey)'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예로 들었다.

지난 2011년 영국 런던에서는 경찰 총격 사건으로 발생한 시위가 폭행, 상가 약탈, 방화 등 폭동으로 번진 사건이 벌어졌다. 수키는 시위 참여자들이 경찰이 있는 위치를 서로 공유하고 피하는데 활용됐다. 그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SNS상에서 조직화해 범죄에 가담하는 '크라임 소싱'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테러리스트가 대화를 암호로 만들어 SNS나 이메일로 범죄를 모의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테러를 저지르다'를 '결혼식을 올리다'라고 바꿔 쓰는 식이다.

반대 상황도 연출된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 때 SNS는 테러리스트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보스턴 경찰서는 공식 트위터에 당시 현장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있으면 제보해달라는 글을 올렸고 수많은 제보 사진을 판독해 결정적으로 테러리스트를 선별해 낼 수 있었다.

홍잉 코 수석 이사는 “SNS가 공공안전에 부정적인 기능과 긍정적인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사건을 사전에 예방하고 사건 발생 후엔 용의자를 찾는 일에 빅데이터 분석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비디오나 통화기록, SNS 등 모든 정보의 데이터를 융합해서 패턴을 만들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다가 패턴에 벗어나는 이상징후가 발생했을 때 바로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SNS에서 특정장소에 대한 단어가 갑자기 폭증하면 그 장소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음을 미리 짐작하고 신고가 접수되기 전에 경찰이나 소방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라클 솔루션 중에는 ‘인텔리전스 허브 앤 얼럿’이 이런 기능을 제공한다.

홍잉 코 수석 이사는 실제 시카고 경찰이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설명했다. 2012년 시카고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SNS에 나토라는 단어가 들어간 글이 20만 건을 넘었다고 한다. 시카고 경찰은 특히 '화난 시위대'라는 단어가 포함된 글이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시위대가 몰려 있는 것을 보고 시민들이 SNS에 이를 중계한 것이다. 시카고 경찰은 SNS를 활용해 시위대가 몰려 있는 곳에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시카고 경찰이 빅데이터 분석을 공공안전 업무에 도입하면서 범죄율이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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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경찰이나 정부당국이 SNS를 지나치게 감시하는 것 아니냐는 거부감을 드러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해 홍잉 코 수석 이사는 전체 공개로 올리는 포스팅은 이미 공개된 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서 당국이 패턴과 감성을 분석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SNS에 올라온 교통 혼잡이나 교통 사고 같은 민원들을 당국이 먼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빠르게 취할 수 있다면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직 경찰관 입장에서 봤을 때 기술은 단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공공안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경찰들의 경험과 지식이 더 중요하다. 범죄자들이 점점 기술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들도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